부부의 환상 연애
결혼은 구질구질하다.
그는 집안일이 하기 싫어 화창한 날 밖으로 도망갔다. 일관되게 집안일을 끔찍이도 싫어하는 사람이다.
본인도 집안일을 싫어하면서 내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게 하겠다는 뻥 카드를 날린 사람을 사랑했다.
아주 많이.
정말 많이.
황당해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도 많이.
모자라는 사람끼리 만난 것이다.
집이 어질러지면 몇 번이라도 치우는 거라고,
청소를 몇 번 했든 더러워지면 몇 번이라도 청소기를 돌려야 한다고,
"그렇게 하고 있지 않다면 넌 집안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니야."라는 말을 하고선 잽싸게 밖으로 내뺐다.
훗,
그의 말 같지도 않은 말엔 코웃음을 친다.
이래 봬도 나 세상 온화한 얼굴의 기존세야.
나는 불행한 사람이 아니다.
누구도 나를 불행하게 할 수 없다.
상황은 순순히 받아들이거나 지나가도록 둔다.
어차피 나만의 원칙이 있다.
주말엔 나도 쉬고 싶다.
밖에 나가 놀고 싶고, 밤에 나가 놀고 싶고, 취해서 집에 들어오고 그런 거 다 안 해도 그만인데, 주말엔 집안일 쉬엄쉬엄 하고 싶다.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집안일을 한다.
남편 지가 늦게 들어와서 몰라서 그렇지.
그가 없는 적막한 집안을 살펴보았다.
책 한 권이 보이지 않는다.
책을 들고나갔나 보다. 기특하다. 그래, 둘 중 한 명이라도 성숙해지자.
그의 팬티만 개 주지 않았다.
그가 죄다 뒤집어 놓은 그의 민소매 속옷을 원형 그대로 빤 뒤 고대로 빨래건조대에 널었다.
그가 집에 들어왔을 때 별거 아니게 보이는 집안일 부스러기도 그의 눈에 들어왔으면 좋겠다. 내가 얼마나 사소하게 그를 아끼고 사랑하고 있었는지 개 놓지 않은 팬티와 뒤집어진 민소매 속옷이 팍팍 그를 강타할 것이다.
결혼은 구차하다.
미성숙한 사람끼리 결혼하면 큰일 난다.
집이 집구석이 된다.
미성숙한 사람과 성숙한 사람이 결혼하면 징글징글하게 산다.
자식에게 결혼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인생의 난제를 던져주게 된다.
성숙한 사람끼리 결혼하면 완벽한 가식을 떤다는 말을 듣는다.
대게는 다소 미성숙하다.
그런데 인격적으로 몹시 성숙한 사람들이 있다.
상위 1%의 부자들이 보통 사람들은 꿈도 못 꾸는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것처럼
상위 1% 성숙한 영혼의 부부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상의 사랑을 하며 상상할 수 없는 정신적 행복을 맛본다.
내 인생의 지향점은 궁극의 성숙한 사람이 되는 것.
미성숙한 배우자와 살아도 흔들림 없는 행복을 느끼고 매일 감사하는 순종적인 삶.
오래 사귄 남자 친구와 결혼을 고민하던 친구가 있었다. 남자 친구를 사랑했지만 ‘결혼’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매일 고민했다. 일을 하다 말고도 고민은 계속되었다. 어느 날 그녀가 물었다.
“결혼, 해야 할까요, 말아야 할까요?”
나를 믿고 의지하는 그녀에게 내가 아는 힘껏 진심을 담아 알려주었다.
“결혼하면 이제껏 누려보지 못한 천국을 보게 될 거야.”
“어머, 그래요?”
그녀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응. 근데 결혼하기 전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지옥도 보게 될 거야.”
대답이 잘 되었는지 그녀는 남자 친구와 결혼했다.
사는 건 구차하고 구질구질하다.
감정이 플러스 마이너스를 오르락내리락한다.
마이너스로 밑도 끝도 없이 곤두박질칠 때는 지옥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올 것이 왔구나 싶다가도,
플러스로 한도 없이 치솟을 때는 여기가 천국이구나, 좋으면서도 한편으론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한다.
조울증 아니다.
미성숙해서 그렇다.
아직 감정을 완전하게 다스리지 못해서 그렇다.
아직도 징징거리는 아이 같은 어른이라서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