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낯의 데이트

흐린 날에도 해가 떠 있는 것처럼 사랑해

by 비단구름

결혼하고 하는 데이트는 민낯이다.


어느 날은 데이트를 나가면서

화장을 하지 않기도 한다.


집에 있는 옷 중

가장 근사한 옷 대신

가장 편한 옷을 입고 나가기도 한다.

가끔은 외모에서 벗어난 데이트


유행에서 한참 벗어난 운동화

몇 년 동안 입고 있는 애착 카디건

볼륨매직을 하지 않아

생머리도 아닌 웨이브도 아닌 부스스한 헤어

반지, 목걸이, 귀걸이 없는 소박한 신체

어디다 치웠는지 가물가물한 액세서리

매니큐어를 칠하지 않은 일 손


그에게 어떻게 보일지도 중요한 일이지만

우리는 각자에게 부여된 역할을 충실히 해내려고 노력한다.


그 과정에 서로의 민낯을 수도 없이 보았다.






만약 누군가 배우자 조건 중

중요한 덕목 하나만 알려달라고 하면

‘책임감’을 꼭 언급할 것 같다.



배려 못할 수도 있고

눈치 좀 없을 수도 있고

순진할 수도 있고

어리석은 선택을 하기도 하고

능력이 좀 부족할 수도 있고

운이 좀 안 따라 줄 수도 있고

선사시대에 태어났다면 부족장이라도 했을 사람이

자본주의 시대에 잘못 태어난 거 같아도


결국엔 책임감.



백년해로가 조롱받는 시대에

책임감은 구시대적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서로를 향한 책임감

자녀에 대한 책임감

일상에서의 책임감

나 자신에 대한 책임감은

모두를 위해 중요하다.





머리카락이 헝클어지고

화장을 못하고

목이 늘어난 만 원짜리 티셔츠와

고무줄 바지를 입고 있어도


우리는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다.


우리는 서로의 민낯을 수도 없이 보았지만

내면의 아름다운 민낯도 수없이 보았기에


서로의 민낯을 아름답다고 느끼고 있다.


그리고


그의 민낯은 오십에도 너무 멋있잖아.


카페 아늑, 파주, photo by 비단구름

카페 아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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