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처음처럼 사랑해

흐린 날에도 해가 떠 있는 것처럼 사랑해

by 비단구름

결혼하고 하는 데이트는 단순하다.


이 사람과 결혼해도 괜찮을지

결혼 후에도 연애할 때처럼 재밌게 살 수 있을지

그가 변하지는 않을지


이거 먹고 다음은 어디 갈지

오늘 어떤 속옷을 입고 나왔는지

지금 그에게 내 모습은 어떻게 보일지


나는 결혼에 적합한 사람인지

좋은 배우자

좋은 부모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복잡하고 답도 없는 잡념들을 더는 하지 않는다.




결혼하고 하는 데이트는 단순하다 못해


즉석에서 떠올리는 대로

마음 내키는 대로


밥을 먹으러 가도 되고

커피 마시러 가도 되고

집으로 가도 되고


특별한 거 딱히 생각나지 않아도 된다.


누군가 그냥 집이나 갈까, 하고 말해도


기분 상하기는커녕


집에 가자는 말에

벌써 거실 소파에 누운 것 같은

편안한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마음에 안 드는 속옷은

집에 가자마자 갈아입으면 된다.




진동벨이 울리면

주문한 커피를 누가 가져올 건가 신경전은 불필요


행동 빠른 사람

마침 화장실 갈 사람

간밤에 잠 잘 잔 사람

생체리듬이 좋은 사람

그날그날 아무나 가져온다.


데이트 비용을

누가 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불필요


같이 살고 같이 망하는

경제운명 공동체에게 그런 건 고민거리도 아니다.


이미 결혼해 버린 마당

안 맞는 건 맞춰보는 수밖에




결혼 생활에 가장 중요한 건

사랑과 신뢰


살다 보면

사랑을 잃을 수도 있지


어쩌다 보면

신뢰를 잃을 수도 있지


예기치 않게

사랑을 잃으면 회복하면 돼.

커피 한 잔 하면서


완전히 깨진 바가지처럼

신뢰를 잃었더라도 회복하면 돼.

커피 한 잔 하면서


사랑의 속삭임은, 커피 한 잔 하면서

집에 있으면 뭐 해, 커피 한 잔 하러

헤어지기 전에, 커피 한 잔만


처음 만난 것처럼

다시 사랑할 수 있어.


10다시처음처럼본문.jpg 연천회관, 연천, photo by 비단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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