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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좋은 사람 세 명을 만날 확률은?

⓵고려궁지 매표소 직원_강화도

by 비단구름

▣ 하루 동안 세 명의 천사를 만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


강화도는 이상한 동네다.

별거 없는 것 같은데 자꾸 가게 된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서 되게 가까운 거리에 있는 것 같으면서도 막상 갈 때마다 한 시간이 넘게 걸려 친정집이 있는 춘천 가는 것만큼의 시간이 걸린다. 물론 고속도로와 국도를 달린다는 도로공학적 차이를 무시한 셈법이긴 하지만 비슷한 시간이 걸리는 것에 대해 공간 이동하는 것만큼 매번 신기한 일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난을 피해 급하게 들이닥쳤던 왕을 무사히 지켜주었던 섬. 섬이라면서 집에서부터 섬까지 자동차만 있으면 된다. 심지어 섬 안의 섬 같은 석모도까지 이동하는데도 자동차만 있으면 되어서 섬인지, 육지인지, 아리송한 매력이 있다.


“바다가 보고 싶어!”라고 외치는 도시 사람에게 언제든 바다를 보여주는 섬. 주민보다 관광 온 외지인이 더 많은 것 같지만 이상하게 평화롭고 조용하다. 사람이 아무리 붐벼도 이상하리만치 평화로운 기운이 흐른다. 나와 케이는 이렇게나 이상한 강화도를 좋아해서 날이 좋은 날이면 이상한 강화도를 보러 꾸역꾸역 강화도에 간다.


그날도 우리는 강화도에 갔다. 그리고 강화도에서 하루 동안 이상한 사람을 무려 세 명이나 만나게 된다. 강화도는 정말 이상한 섬이다.



고려궁지 앞 매표소 안에 앉아 작은 창으로 얼굴을 보여주었던 그는 다부진 체격에 부지런한 생활 근육과 햇볕에 살짝 그을린 피부였다. 날카로운 눈매에 짧은 헤어스타일, 불필요한 질문은 애초에 삼가야 할 것 같은, 질문을 하면 짧은 대답으로 응수할 뿐 헛소리엔 대꾸하지 않을 것 같은 호락호락하지 않은 단단한 인상이었다. 우리는 조심스럽게, 아주 조심스럽게, 그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리라, 조심하면서 그에게 물었다.


“저기요, 저희가 잘 몰라서 여쭈는 건데요, 저 안에 강아지 데리고 들어갈 수 있나요?”


이보다 더 예의를 갖춰 물을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며 이만하면 그도 우리의 질문이 그저 무지함일 뿐, 그 어떤 악의나 고의나 무례가 없음을 알아줄 거라고 생각했다.


“안됩니다.”

그는 단호하고 간단하게 대답했다.


“그렇군요. 역시 안되는군요.”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본격적으로 개띠개를 키운 지 얼마 되지 않아 뭐가 되는지, 뭐가 안 되는지 잘 모를 때였다. 반려견이라면서 인간의 공간에, 인간의 생활권에 강아지가 얼마큼 허용되는지 허용되지 않는지, 강아지가 어디를 들어갈 수 있고, 들어갈 수 없는지 하나하나 알아갈 때였다. 우리는 더 묻지도, 그의 화를 돋울만한 부탁도 일절 하지 않았다. 말귀를 알아먹었기 때문이다.


“내가 개띠개와 같이 여기 있을게. 나는 저번에 봐서 괜찮아. 셋이 보고 와.”

내가 말했다.


“그럴까?”

케이도 동의했다.


우리는 갔던 데 또 가고, 봤던 거 또 보는 일쯤은 아무렇지 않아서 고려궁지며, 강화성당이며, 강화도 올 때면 성지순례하듯 들르곤 해서 오늘 하루 보지 않아도 상관이 없었고, 오늘만 날은 아니니까 오늘 한 번쯤 보지 않아도 개의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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