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 타로상담사로 산다는 건
오늘도 카드를 섞는다.
누군가의 고민을 듣기 전,
나는 잠시 숨을 고른다.
전업 타로 상담사로 산다는 건,
이런 순간들의 연속이다.
처음 타로에 입문하는 신입 상담사라면 타로에 대한 탐구심과 미지의 영역에 대한 호기심 등이 있겠지만, 이 일을 오래 한 입장에서는 결국 여타 다른 직업들과 똑같다고 생각한다. 일을 하면서 행복할 때도 있고, 힘들 때도 있다. 아무래도 일반적이지 않은 특이한 직업이기에 다를 것 같지만, 인간 사는 게 비슷하듯 나의 직업도 비슷하다.
그럼에도 난 타로 상담사로 살기로 결심했다. 물론 다른 일을 겸업하고 있다. 다른 사업들을 함께 운영하고 있지만, 나의 메인은 타로 상담사이다.
우리 일은 참 아이러니하다.
나에게 답을 찾기 위해 오시지만, 오히려 나에게 답을 주는 분들도 있다. 이런 걸 보면 사람은 참 상호적인 존재라고 생각한다.
보통 상담이 마칠 때, 결과가 맞을 때나 만족을 하신 분들이 내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해주신다. 처음 상담을 할 때는 그 부분들이 아무렇지 않았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송구스럽고 더 감사한 느낌이 든다.
나는 전업 타로 상담사로 살면서
포기한 것들이 꽤 있다.
첫 번째는 친구, 인간관계였다.
살아오면서 수많은 인연을 맺고 끊으며 깨달았다. 관계에서 오는 행복만큼, 그로 인한 감정의 흔들림도 크다는 것을. 누군가와의 갈등, 오해, 기대와 실망. 그 감정들은 내 마음을 흔들었다.
그런 흔들림 속에서는 상담에 온전히 집중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지 못할까 봐 두려웠다.
그래서 선택했다. 정말 소중한 사람들하고만 관계를 유지하기로. 나에게는 가장 친한 친구 3명이 있다. 마지막으로 본 게 2년 전이지만, 몇 달에 한 번 연락할 때마다 어제 만난 것처럼 편하다. 서로의 삶을 묻지 않아도 응원하고 있다는 걸 안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
두 번째는 나의 시간이다.
타로 상담은 프리랜서다. 시간도, 일정도 내가 정한다. 그런데도 나는 가능한 많은 상담을 진행한다. 수익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다른 사업의 수익이 더 많다. 다만, 기다려주시는 분들의 마음을 이해하기에.
그리고 상담하지 않는 시간도, 결국 상담을 위한 시간이다. 사람들은 상담 없는 시간엔 자유롭게 놀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나의 루틴은 일관적이고 반복적이다.
새로운 곳도, 새로운 사람도 만나지 않는다. 명상을 하고, 마음을 비우고, 서류를 보며 조용히 시간을 보낸다. 상담에 가장 집중할 수 있는 상태로 나를 되돌리는 것. 그게 내가 상담하지 않는 시간에 하는 일이다.
어쩔 때는 답답할 때도 있다. 나도 남들처럼 여행을 가고 싶고, 여유롭게 내가 하고픈 일을 하며 쉬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전업 타로 상담사로 산다는 건, 이런 것이다.
세 번째는 나의 완전한 행복이다.
나는 완전한 행복감을 잠시 미뤄두기로 했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타로 상담을 오시는 분들 중에는 걱정이나 고민을 안고 오시는 경우가 많다.
적어도 상담할 때만큼은, 그분들이 아직 행복하지 못한데 나 혼자 완전히 행복할 수는 없었다. 우리는 함께 길을 걷는 동행자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건 나 혼자만의 생각이다.
누구도 나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도리어 많은 분들이 내 행복을 바라주신다. 그럼에도, 상담사로 있는 동안만큼은 나는 그렇게 느낀다. 나와의 약속이다. 우습게 보일 수도 있지만, 상담사로서의 책임감이라고 생각한다.
내 감정의 기복이 클 때는 집중도 떨어지고, 중립적인 시각을 유지하기도 어렵다는 생각 한다. 그러면 전하고 싶은 말이나 해석의 뉘앙스나 단어가 온전히 전달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항상 최선을 다하지 못할까 봐 그게 제일 두렵다.
내가 마음으로 빌어주는 분들이 모두 행복해지실 때, 그때 비로소 나도 진정으로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지금 불행하다는 건 아니다. 소소한 행복은 많이 느낀다. 친절히 대해주시고, 남편과 가족들에게도 감사함과 행복함을 느낀다. 다만, 완전히 만끽하기에는 아직 마음이 쓰이는 분들이 많다. 그리고 내가 계속 이 일을 해나가고 있는 한, 그 선을 넘지 않으려 한다. 그게 내가 전업 타로 상담사로 사는 방법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내가 이 일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다.
참 역설적이게도, 이런 것들을 포기하면서까지 이 일을 하는 건 포기하는 것보다 더 큰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마음이 맞는 내담자분과의 대화는 나를 행복하게 한다. 카드를 매개로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가 있다. 어떻게 살 것인가, 무엇을 소중히 여길 것인가.
어떤 분은 고통 속에서도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을 보여주신다. 어떤 분은 실패를 대하는 담담한 태도로 나를 돌아보게 한다. '이렇게 살아온 사람도 있구나. 나는 어떻게 살고 있나.'
그렇게 서로의 삶을 나누다 보면, 누가 상담사이고 누가 내담자인지 경계가 흐려진다. 우리는 그저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일 뿐이다. 그 순간만큼은, 이 일이 천직이라고 느낀다.
어쩌면 인생이 다 그런 게 아닐까.
우리 삶에서 행복한 순간과 힘든 순간, 뭐가 더 많을까. 솔직히 말하면, 힘들거나 견디고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훨씬 더 많다. 합격이라는 짧은 순간의 기쁨을 위해 몇 년을 공부한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한때를 위해 수많은 외로움을 견딘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왜 행복을 향해 걸어가는 걸까. 답은 간단하다. 그 행복이 힘든 시간들을 견딜 만큼 달콤하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그건 어리석은 거라고. 긴 고통을 위해 짧은 기쁨을 좇는 건 비효율적이라고. 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게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안다.
행복의 무게는 시간으로 재지 않는다는 것을.
짧은 순간이라도,
그 행복이 우리를 살게 한다는 것을.
그 한 조각의 달콤함이
지난 모든 고통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을.
나도 그렇다.
오늘도 나는 행복이란
단물을 위해 걷고 또 걷는다.
비단 타로 상담사인 나뿐만이 아니라,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그렇지 않을까.
그래도 말해주고 싶다.
힘듦을 견딜 만큼,
행복은 가치 있는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