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 개차반이었던 내가 상담에 유리한 이유

나는 타로 상담사를 통역가이자 중재자라고 부른다.

by 토끼풀

오늘도 카드를 펼친다.

화면 너머로 누군가의 사연이 도착하고,

나는 잠시 숨을 고른다.


타로 상담사로 산다는 건 매번 다른 마음을 마주하는 일이다. 어떤 날은 다정하고, 어떤 날은 버거울 만큼 절실하다. 하지만 늘 느끼는 건 하나다. 결국 내가 다루는 건 카드가 아니라 ‘사람의 이야기’라는 것.


많은 사람들은 타로 상담을 ‘카드 해석’이라고 생각한다. 타로 상담을 하려면 무엇이 필요하냐고 물으면, 대부분 타로카드 하나하나의 키워드와 해석이라고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카드를 모르면 해석 자체가 불가능하니까.


하지만 내가 이 일을 오래 하면서 느낀 건, 타로 상담은 단순한 해석을 넘어 ‘이해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카드 키워드는 지식이다. ‘타로 해석’이지 ‘타로 상담’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담자분들이 자주 묻는다.

“상대방이 왜 저러는지 모르겠어요.”

“제 마음은 왜 몰라주는 걸까요.”


그럴 때 나는 먼저 카드를 보기보다, 그 안에 담긴 마음을 본다. 그 사람이 얼마나 외로운지, 얼마나 답답한지, 얼마나 버티고 있는지를. 결국 필요한 건 ‘해석’이 아니라 ‘이해’다.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은 것. 그래서 나는 타로 상담사를 통역가라 부르기도 하고, 때로는 중재자라 생각한다. 내담자와 상대방 사이에서 서로의 언어를 번역해 주며 이해를 도와주는 사람.



생각해 보면 나는 참 많은 경험을 해본 것 같다.


피해자도 되어봤고, 가해자도 되어봤다.

사랑도 했고, 차이기도 했다.

배신도 당했고, 배신도 했다.

손절도 당했고, 손절도 했다.


이 모든 경험이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부끄러운 기억도 많다. 예전의 나는 성격이 개차반이었다. 다른 사람 마음에 상처를 많이 줬다.


일부러 심술을 부리거나, 틱틱거린 적도 있다. 상대가 뭐라고 하면 냉소적으로 받아치거나, 비꼬는 말투로 대답한 적도 있다. 사실 그때 내 마음은 사실 ‘내 마음 좀 알아줬으면’ 하는 신호였다. 서툰 방식이었을 뿐이지. 물론 옳은 방법이었다거나 변명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냥 그래서 후회한 적도 있었다라는 말이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다. 그 부끄러운 경험들이 지금 상담을 할 때 가장 큰 자산이 된다는 것. 양쪽을 모두 경험해 봤기에 어느 한쪽 편만이 아닌 관계 전체를 볼 수 있게 됐다. 회피하는 사람의 마음도 알고, 버림받은 사람의 마음도 안다. 틱틱거리는 사람의 마음도 알고, 상처받은 사람의 마음도 안다.


예를 들어 은둔자 카드는 ‘회피’를 상징한다. 예전엔 그걸 단순히 ‘도망’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게 본다. 회피는 때로 자신을 지키기 위한 선택일 수도 있다. 나 역시 그런 순간들을 많이 겪었다.


INTP라 그런지, 부부싸움할 때 바로 이야기하면 감정에 취해 후회할 말을 할까 봐 무섭다. 그래서 ‘3시간 후에 이야기하자’고 한다. 각자 마음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니까. 감정이 가라앉으면 같은 말도 다르게 들린다. 이 시간을 ‘도망’이라 부를 수 있을까? 나는 그것이 기다림이자 감정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타로 상담사로서 내담자의 편에 서기보다 감정의 중간에 서려고 한다. 물론 내담자의 마음을 대변하는 리더들도 있다. 그 역시 충분히 존중받아야 할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조금 다르다. 어느 한쪽의 입장에 치우치기보다는 양쪽의 마음을 모두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야 내담자가 자신이 처한 관계를 조금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장자는 말했다.

“물고기는 물속에서 자유롭지만,

물고기는 물을 인식하지 못한다.”


사람도 그렇다. 자기감정 속에 너무 깊이 들어가면, 상대의 마음이 잘 보이지 않는다. 내 아픔은 선명한데, 상대의 아픔은 희미해진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물속에서 헤엄치고 있다.


그래서 때로는 누군가가 ‘물 밖에서’ 바라봐줄 필요가 있다. 물 밖의 사람은 판단을 하지 않는다. 그저 흐름을 본다. 어디서 조류가 거세지는지, 어디서 소용돌이가 생기는지를. 감정의 방향을 잃었을 때, 그 시선이 새로운 길을 보여주기도 한다. 나는 타로 상담사로서 그 ‘물 밖의 시선’을 가지려 노력한다.


살다 보면 누구나 자신만의 감정 속에서 길을 잃는다. 서운함이 쌓이고, 억울함이 차오르고, 말하지 못한 감정들이 자신을 잠식한다. 그때 잠시 물 밖으로 올라와 보면 흐름이 다르게 보인다. 상대의 말 뒤에 숨어 있던 불안이나, 내 반응 속에 숨은 두려움을 발견하게 된다.


결국 좋은 타로 상담이란 카드를 아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람을 알려면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다. 심리학적 지식도 필요하지만, 내가 직접 겪어본 실패와 상처, 배신과 후회들이 더 큰 자산이 되는 것 같다.


피해자도 되어보고, 가해자도 되어보고. 사랑도 하고, 차이기도 하고. 상처도 주고, 상처도 받고. 그 모든 경험이 쌓여 지금 누군가의 마음을 통역할 수 있는 기술이 되었다.



타로 카드는 도구일 뿐이다. 진짜 상담은 그 너머에 있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해라고 생각한다. 결국 관계를 지키는 힘은 지식이나 기술보다 잠시 물 밖으로 나와 바라보는 ‘거리감의 지혜’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카드를 펼친다.

누군가의 고민을 듣고,

그 마음의 물결을 살핀다.


타로는 내 도구일 뿐, 결국 내가 하고 싶은 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다리를 놓는 일이다. 각자의 감정 속에서 길을 잃은 이들이 잠시 물 밖으로 나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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