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직장생활
7개월 만에 처음으로 Sick Leave(병가)를 신청하였다.
나는 지금 혼자서 병원의 야간근무를 책임지고 있다. 사실 2명이서 근무하는데, 다른 한 명은 Phlebotomist로 흔히 채혈사라고 불리는 동료라 Med-Tech은 나 혼자다. 혼자서 야간 근무를 하기 때문에, 급하게 휴가를 쓰게 된다면 다른 누군가가 나 대신 근무를 해야 한다.
어젯밤 머리가 찌뿌둥하고, 목도 아프고 했지만 출근을 하였다. 갈수록 상태가 안 좋아져서 타이레놀 2알을 먹고 버티면서 일을 하였다. 어차피 출근은 했고, 약도 먹었고, 못버틸정도는 아니니까 일단 해보기로 하였다. 만약 지금 아파서 집에 가겠다고 한다면, 누구한테 부탁을 해야 하지, 너무 미안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도저히 매니저한테 문자를 보낼 수 없었다. 결론은, 그냥 내일 병가를 신청해야지 하고 결정을 했다. Day근무인 경우에는, 출근 1시간 전에 전화해서 아파서 못 가겠다고 말하고, 게시판에 적어 놓기만 하면 아무런 확인이나 진단서 없이 병가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야간 근무에 K직장인 출신인 나는 누가 압박을 준 것도 아닌데, 이 정도 컨디션에 병가를 신청해도 되는 건가 라는 자기 검열을 하며, 죄책감이 들었다. 그리고 또 죄책감이 들었던 이유는, 얼마 전 동료와의 대화에서 내가 병가가 자꾸 쌓이는데 빨리 쓰고 놀러 가야겠다는 말을 바로 1주일 전에 해서, 괜히 찔리는 느낌이 더 들었다.(1년에 13개의 Sick Leave가 쌓인다.)
오늘 아침 야간근무가 끝나고, 매니저한테 문자를 정중하게 보냈다. 어젯밤부터 몸이 안 좋았고, 약 먹고 일했는데, 아침에 다시 열이 나고 해서 병가를 사용하겠습니다. 혹시 안되면 Annual Leave라도 사용하겠다고 덧붙였다. 덧붙인 이유는 나의 휴가 사용이 진심이고, 병가가 안되면 내 휴가라도 쓰겠다고 하면 더 진정성이 보일 거 같아서였다. 문자를 보내고 바로 잠들어 버렸다. 2시쯤 일어나서 답장을 확인해 보니 병가 처리 될 것이고, 대타는 구했다고 한다. 그리고 웃겼던 점은 새벽에 컨디션이 꽤 괜찮아진 것이다. 이러면 왠지 거짓말로 병가를 사용하게 되는 거 같아서 차라리 좀 더 아팠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침에 퇴근할 때 동료들 앞에서 계속 몸이 안 좋은 척을 했다. 이렇게 연기까지 하면서 병가를 써야 하는가 생각이 들었지만, 오늘은 쉬고 싶었다.
어쨌든 그렇게 병가를 내고 집에서 글을 작성하고 있다. 한번 해봤으니 다음부터는 조금 더 당당히 병가를 낼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일단 타지에서 혼자 아프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