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초보시절, 백화점 지하주차장에 갔을 때다. 주말이었고 세일 기간이라 사람들이 많았다. 지하 6층까지 내려갔을 때, 직원이 다가와 통로 제일 끝에 한 자리가 있는데 후진을 해서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나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
"한 층 더 내려갈게요."
아아, 몇 번을 반복했던가. 주차 자리가 버젓이 있는데도 후진으로 댈 능력이 없어서 다른 운전자들에게 양보하고 난이도 하의 주차 자리를 찾아 뱅글뱅글 돌았던 게. 나에겐 한없이 어려운 위치가 베테랑 운전자들에겐 식은 호떡 먹기처럼 쉬운 일이었다. 이럴 땐 내가 운전대를 잡을 자격이 있나 싶어 한없이 쪼그라들었고,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를 나 혼자만 어렵게 풀어내는 것 같아 서러웠다.
시간이 흘러 운전을 시작한 지 만 1년이 됐을 때, 여전히 후진은 넘어서기 쉽지 않은 벽이었고 노력해도 친해지지 않는 그림자 같았다. 하루는, 점심을 먹으러 가는데 길 건너편 순두부 가게에 차가 엄청 많이 세워져 있었다. 어림잡아 스무 대는 넘어 보였다. 자주 지나다니던 길인데 이른 아침이나 늦은 오후 시간에는 늘 텅 비어있었어서 저렇게 가득 찬 주차장은 뜻밖이었다. 점심시간엔 장사가 잘 되는 집이었구나. 순간 호기심이 동했다. 마침 원래 먹으려고 했던 메뉴이기도 해서 큰 고민 없이 차를 돌려 길 건너 순두부집으로 향했다.
문제는, 주차장에 들어섰을 때 발생했다. 거의 만차 상태라 가게 제일 안쪽 한 자리 빼고는 자리가 없었다. 앞으로 넣기엔 각이 안 나왔고 후진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이거.. 백화점에서의 상황과 똑같잖아?! 마음 같아선 "한 층 더 내려갈게요!"를 외치고 싶었지만 땅을 뚫고 들어갈 게 아니라면 그 생각은 고이 접어 넣어야 했다. 유리창 너머로 딱 하나 남은 자리를 응시했다. '과연 저기에 내가 후진으로 넣을 수 있을까?'
하지만 사람은 선택지가 없을 때 대범해진다던가. 에라, 모르겠다. 한 번 해보자! 한쪽으로 최대한 붙여 일단 차를 돌려세웠다. 그다음은 후진. 기어를 R에 놓고 사이드미러를 확인하며 조심스럽게 뒤로 전진했다. 자갈돌이 타이어에 밟히는 소리가 투두둑 들려왔다. 10초가 10분처럼 느껴지는 긴 버진로드 위, 집중한 미간은 찡그려졌고 이마에선 땀이 배어 나왔다. 다음은 T자 주차. 벽과 옆차, 앞차의 간격을 재며 몇 번의 시도 끝에.. 선 안에 차를 넣었다. 성공이었다!
운전은 앞으로만 가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직진만 하는 건 반쪽짜리 운전이고 후진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게 될 때, 비로소 운전은 완성된다. 긴 구간을 후진으로 가는 건 대단한 용기와 기술이 필요한 일인 줄 알았는데 한 번 해보니 별 거 아니었다. 그저 핸들을 야무지게 잡고 후방 좌우 확인을 충분히 한 뒤 천천히 움직이면서 원하는 방향으로 각도를 살짝씩 조작하면 되는 거였다. 폭죽이 터지듯 뿌듯함이 피어올랐고, 그에 비례해 자신감도 쑥쑥 자라났다. 그리고 알게 됐다. 운전을 한다는 건, 단순히 원하는 장소까지 이동하는 게 아니라 도로 곳곳에 추억을 새겨 넣는 일이라는 걸. 오늘 평생을 두고두고 간직할 하나의 추억이 생겼다. 이 길을 지나갈 때마다, 저 순두부 가게 앞을 볼 때마다 후진으로 댄 나의 1호 주차자리가 반짝반짝 빛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