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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마리 Sep 29. 2021

먹자골목 인터뷰

언어와의 대화

어서 오세요.

예, 감사합니다.



먼저 본인 이름 말씀해 주세요.

예, 먹자골목입니다.



소개 부탁드립니다.

음식점과 술집 따위가 여럿 모여 있는 골목. 예, 끝났습니다.

실례지만, 방금 그게 뭐죠?

예,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와 있는 건데요.



음... 그런데 좀...

무슨... 문제 있나요?

예... 말씀드리기가 좀...

괜찮습니다. 말씀해 보세요.

예... 일단 뭐랄까... 재미가 좀 없어서...

...



그럼, 이번엔 비유적으로 좀 말씀 드릴 게요.

예, 일단 큰 기대 않고 경청해 보겠습니다...

음...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예... 일단 뭔가 좀 활기차고 재미가 있어지는 것 같기는 한데요...

본격적인 설명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먹자골목은 일단 단어인데요, 제 안에 글쎄 문장이 들어 있더라고요. 허허허

예, 독자분들을 위해서 조금만 더 자세히 말씀 부탁드립니다.

그러니까 먹자골목은 복잡한 단어, 그래서 복합어인데 그 안에 먹자라는 청유문이 있습니다.

예? 단어 안에 문장이 들어가 있다는 겁니까? 그러니까 야, 배고픈데 뭐 먹자 할 때 그 먹자요?

예, 청유문 먹자골목이라는 단어랑 합쳐져서 저 먹자골목이 된 거죠.



이 사실을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예! 얼마 전 촘스키 언어학을 방문해서 엑스레이 찍어 보고 확실히 알았습니다.

그쪽에서는 뭐라 하던가요?

예... 일단... 감당이 좀 안 된다고...

좀 더 자세히 좀...

예. 보통, 단어가 모여 문장이 되는데, 제 경우는 거꾸로 문장단어 만드는 데 사용이 된 거라.

이론이 좀 난처하게 되었네요. 그 말씀 듣고 본인 심정은 좀 어떠셨나요?

글쎄요, 저는 뭐 그렇다니까 그런 줄로 아는 거죠. 얼떨떨하기는 합니다. 이런 데 다 불려 나오고.

한마디로 주류 언어학에서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이렇게 정리해도 될까요?

아마 그럴 겁니다.

대단하십니다! 진짜 와...



이쯤에서 인적 관계가 좀 궁금한데, 말씀 가능하시겠습니까?

예. 부모님 모두 살아계시고 형이 한 명 있습니다.

가족분들 소개 좀 해 주세요.

먼저 아버지는 먹자파, 어머니는 먹자판, 형은 먹자타령입니다.

다들 요식업에 종사하시나 봐요?

예, 가족끼리 음식점 하나 작은 거 차렸습니다.  



그다음으로 혹시 뭐 절친 있으신가요?

절친이요?

예, 친한 친구요.

아, 예. 세 명만 들 게요.

예, 뭐 좋으실 대로.

놀자판, 사자주문, 팔자주문.

절친 두 분은 주식 쪽에서 일하시나 보죠?

예, 그쪽에서 일한 지가 좀 됐습니다.



다른 분들 또 소개 좀!

예, 자주는 못 만나는데...

성함이?

헤쳐모여식, 일하기싫어병

잠깐만요. 들어보니 먹자골목 선생님보다 다들 한 수 위 분들?

예, 저는 복합어 안에 문장이 하나 들었는데, 이 친구들은 둘이나 들었습니다. 허허허



더 특이한 분들은 안 계신 거죠?

아닙니다. 더 있기는 합니다만...

그럼 그분들도 마저 소개 부탁드립니다.

사실, 그 애들 길거리에서 만나면 저 아세요 할 것 같은 심정이기는 한데...

죄송하지만 뜸 들이지 마시고 어서 좀!

아유, 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나는 네가 지난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외국 친구분들인 줄은 몰랐어요!

뭐, 출신은 미국인데, 실제로는 뭐 다 번역된 한국 이름들이죠. 다들 연식은 좀 됐습니다.

그러니까 그분들은 정체가 어떻게?

예, 모두 영화 이름들인데요, 문장이 곧장 고유명사가 된 겁니다.

예... 선생님과는 사정이 또 좀 다른 것 같은데... 여하튼 특이하십니다!



예, 그럼 이쯤에서 오늘 인터뷰는... 아, 예. 잠시 긴급속보 들어와 알려드립니다.



촘스키가 충격을 받아 조만간 먹자골목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먹자골목과 만난다 해도 뾰족한 해법은 아마 어려울 거라고... 합니다.  

결국, 먹자골목이 언어학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뭐 이렇게 정리를... 할 수 있겠습니다.



잠시만요! 추가로 하나 더 말씀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방금 학계 원로 한 분이 직접 한 말씀 주셨다고 합니다.

노파심이라는 분인데 한국어 여러분께 주신 말씀이라네요...

음... 제가 보니 경청할 만한 부분이 확실히 있는 것 같습니다.

읽겠습니다.



먹자골목 같은 예들은 언어마다 다 있으니 자만은 금물!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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