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실마리 Oct 14. 2021

사진과 대화하는 법

여긴 호그와트가 아니다.

나는 해리포터가 아니다.


그래서 사진과 얘기 나누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이렇게 시도를 해 보는 것이다.


우선은 네 살 때쯤 사진과 눈을 마주쳐 본다.

사진 찍는 게 뭐가 그리 낯선 것인지 심각한 얼굴이다.

잘 지냈니?

아니, 그땐 잘 지내니?

시제가 꼬인다.


증명사진에게 말을 건다

뭐가 그렇게 화가 났니?

중학교 졸업이 힘드니?

아니, 고등학교 올라갈 생각에 힘들겠지?

그땐 잘 지내지 못하는구나!

시제가 계속 꼬인다.


학생증 사진에게 말을 건다.

대학원 생활은 재미있니?

이젠 찡그리지도 화가 나 있지도 않네?

다만, 뭔 생각을 하는지 정신은 좀 없어 보이네.

그땐 밥은 좀 먹고 다니니?

시제 따위는 더는 중요하지 않다.


세 장의 사진을 한데 모아 놓고 본다.


그런데 너는 안 자니?


세 장의 사진이 똑같이 물었다.

작가의 이전글 글이 나를 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