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호그와트가 아니다.
나는 해리포터가 아니다.
그래서 사진과 얘기 나누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이렇게 시도를 해 보는 것이다.
우선은 네 살 때쯤 사진과 눈을 마주쳐 본다.
사진 찍는 게 뭐가 그리 낯선 것인지 심각한 얼굴이다.
잘 지냈니?
아니, 그땐 잘 지내니?
시제가 꼬인다.
증명사진에게 말을 건다
뭐가 그렇게 화가 났니?
중학교 졸업이 힘드니?
아니, 고등학교 올라갈 생각에 힘들겠지?
그땐 잘 지내지 못하는구나!
시제가 계속 꼬인다.
학생증 사진에게 말을 건다.
대학원 생활은 재미있니?
이젠 찡그리지도 화가 나 있지도 않네?
다만, 뭔 생각을 하는지 정신은 좀 없어 보이네.
그땐 밥은 좀 먹고 다니니?
시제 따위는 더는 중요하지 않다.
세 장의 사진을 한데 모아 놓고 본다.
그런데 너는 안 자니?
세 장의 사진이 똑같이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