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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마리 Sep 16. 2021

음악회

엉뚱한 세계에 대한 단상

음악회에 가면 연주자들은 객석에 앉고 관중은 무대 뒤편에서 대기한다. 대개의 경우 연주자들은 다수이고 관중은 소수이다. 정해진 시간이 되면 관중은 무대로 질서 있게 나와 정해진 좌석에 앉는데 이때 객석의 연주자들이 그들을 가장 잘 바라볼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보통 관중이 무대에 오르게 될 시간 이전에, 연주자들은 모두 객석에 도착해야 하며, 시간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자신의 악기를 점검하며 동료들과 담소를 나누기도 하고 연주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고조시키기도 한다. 관중이 무대에 모두 오를 때 연주자들은 좌석에 모두 착석하여 정숙을 유지해야 하며, 관중이 모두 정좌하면 그때 비로소 연주가 시작된다. 연주가 끝나고 관중들이 무대에서 진한 감동의 도가니 속에 빠져 있을 때마다, 연주자들은 악기를 내려놓고 모두 기립하여 관중들에게 진심어린 박수를 치며 환호를 한다. 무대 평론가들은 가장 기품 있고 훌륭한, 무대 위의 관중이 가져야 할 자세에 관해 신랄한 논평과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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