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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마리 Jan 21. 2022

대학원 면접 준비하기

< 대학원 ABC, 면접 준비에서 졸업까지 >

< 대학원 ABC, 면접 준비에서 졸업까지 >

-현직 교수가 알려주는, 대학원 다니면서도 쉽게 들을 수 없는 이야기들-


1. 대학원 면접 준비하기

  1-1. 자기소개

  1-2. 연구 계획

  1-3. 졸업 후 진로

  1-4. 면접 시 주의 사항




대학원은 대학이 아니다


대학원 면접에서 가장 피해야 할 답변과 태도는, 무언가를 배우려고 지원했다는 것이다. 어쩌면 겸손해 보일 수도 있는 그와 같은 응답과 자세는 실제로는 면접관에게 답답함과 애처로움을 느끼게 만든다. 대학원은, 이미 연구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을 뽑아 그가 원하는 연구 주제를 소정의 기간 안에 학위논문으로 잘 완성하고 심사를 받은 후 학위를 취득하여 졸업하게 하는 곳이다. 대학원은 논문을 쓰는 곳이지 기존의 지식을 배우는 곳이 아니다. 그것이 대학원이 대학과 본질적으로 구별되는 점이다.


요즘 추세에서는 대학 면접에서도 지원 전공에 관한 지식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다시 말해, 면접관은 이 학생이 우리 학과 전공에 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를 알고 싶어 한다. 대학원 면접은 한걸음 더 나아가, 당장 그가 어떤 구체적인 주제로 학위논문을 써서 졸업할 것인지를 묻는다. 아니, 대학원에 들어가기도 전에 어떻게 석사논문 주제를 미리 알고 지원한다는 말인가? 이렇게 묻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면, 당장 이번 학기 지원은 미루고 좀 더 준비를 해서 다음 학기 면접에 임하는 것이 좋다.


아니, 정말로 뭔가를 배우고 싶어서 대학원에 진학하고자 한다는 것인데 도대체 뭐가 문제라는 말인가 하고 계속 의문이 들 수도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러한 소망은 대학 진학에 필요한 것이지, 대학원 진학에 어울리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대학 4년 동안은 전공 지식을 배운다.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든다. 그러나 대학원은 새로운 지식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곳이다. 대학원 수업은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는 데 도움을 얻기 위해 듣는 것이지, 그저 배우기 위해 듣는 것이 아니다. 그런 생각으로 대학원 수업을 듣고 대학원을 다닌다면 대학원을 졸업하기 힘들다. 아니, 입학하는 것도 힘들다. 대학원은 대학이 아니다. 학점을 따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위논문을 쓰고 그것을 인정받는 게 가장 중요하다.


대학원 면접에서는 기본적으로 3가지를 꼭 묻는다. 자기소개, 연구 계획, 졸업 후 진로. 이 중에서 연구 계획이 가장 중요하며, 이는 앞서 말한 대로, 이 지원자가 우리 대학원에 들어올 만한 준비가 되어 있는가를 알 수 있게 해 주는 척도이다. 자기소개와 졸업 후 진로도 연구 계획을 중심으로 놓일 수밖에 없다. 연구 계획과 관련하여 그동안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를 밝히는 것이 자기소개이고, 연구를 끝내고 졸업하면 앞으로 무슨 일을 할 것인지를 밝히는 것이 졸업 후 진로이다. 철저히 연구 계획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이 3가지 사항들을 3분 내외로 간명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사전 연습이 필요하다.


자기소개


본인이 대학원에 입학하여 연구하고자 하는 주제와 관련하여 그동안 어떠한 준비를 해 왔고 어떠한 이력을 쌓았는가를 밝히는 것이 자기소개이다. 그래서 가족관계와 형제 중 몇 번째라는 것을 밝히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는 대학의 어떤 전공을 이수하고 어떤 일을 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가령, 한국어교육 전공을 지원한 사람이라면, 대학에서 국문과나 국교과, 한국어교육과를 졸업하였다는 점을 꼭 밝혀야 한다. 그리고 대학 부설 어학당이나 사설 기관의 한국어 강사, 그것도 아니라면 개인적인 교습 이력을 밝히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만일 학부 전공이 한국어교육과는 사뭇 다른 것이었다면, 본인의 학부 전공과 지원한 대학원 전공 사이에 놓여 있는 간극을 메우기 위해 그동안 어떠한 노력을 해 왔는가를 설득력 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연구 계획


대학원에 들어와 당장 어떠한 연구에 착수할 것인지 매우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구체적인 연구 주제 혹은 학위논문 제목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그 주제와 관련하여 기존에 어떠한 연구들이 있어 왔는가를 석사논문, 박사논문, 단행본, 학술지 논문 등에서 찾아 연구 흐름과 한계점을 나름대로 파악하여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한계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본인이 생각하고 있는 바를 밝혀야 한다. 아직 연구를 본격적으로 진행한 것이 아니니 구체적인 해답이나 명확한 대안이 있기는 힘들겠지만 나름대로 예상하는 대안이나 심중에 둔 돌파구는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연구를 진행할 방법 즉, 연구 방법론도 미리 생각해 놓아야 한다. 이론적인 접근을 할 것인지, 현장 조사를 벌일 것인지, 설문 조사를 할 것인지에 대해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기존의 관련 연구들을 찾아 읽었다면 어떠한 논저이든 이러한 연구 방법론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것을 잘 알게 된다. 자신의 연구가 가지는 의의와 활용 방안 등도 함께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아직 벌어지지 않은 것이지만 가상의 결론을 통해 이러한 점을 상상하고 기획하고 있어야 한다.


졸업 후 진로


자기소개나 연구 주제에 비해 난이도도 낮고 말할 내용도 그리 많지 않은 부분이다. 한국어교육으로 석사를 받고 나서 곧장 박사 과정에 진학할 수도 있고, 그게 아니면, 일단 교육 현장에 나가 실무 경험을 쌓고 싶다고 말할 수도 있다. 박사 과정에 진학도 하고 실무 경험도 동시에 쌓고 싶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는데 현실성이 떨어져 발목을 잡힐 수 있다. 실제로 대학 부설 어학당이나 관련 기관에서 한국어 강사를 하게 될 경우 그와 동시에 박사 과정 수업을 듣기란 매우 어렵다. 한국어 수업과 대학원 강의 시간이 겹치기 쉬운 것이다. 가까운 미래가 아니라 더 멀리 내다보고, 교수를 지망한다거나 학자로서 살고 싶다고 답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미리 고민해 본다면 어렵지 않게 답할 수 있다. 다만, 간결하고 명확하게 답해야 한다.


면접 시 주의 사항


면접의 진행은 면접관이 주도하게 된다. 진행은 면접관이 주도하지만 주로 말하는 이는 응시자가 될 수도 있다. 면접관이 질문을 짧게 하고 응시자가 주로 답변하게 하는 경우이다. 응시자는 면접관의 말을 끝까지 듣고 잠시 숨을 고른 다음 차분하게 답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 생각이 멈추거나 말문이 막히면 잠시 시간을 달라고 양해를 구할 수도 있다. 면접관이 질문을 길게 하고 응시자가 짧게 답변할 것을 요구할 수도 있다. 이때에는 질문의 요점을 분명히 파악하고 답변을 간결하고 명확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 응시자는 철저하게 면접관의 진행과 주문에 부응해야 한다.


과거에는 소위 압박 면접이라 해서 면접관이 매우 공격적으로 질문하며 응시자를 구석에 몰아넣고 어떻게 위기에서 빠져나오는지 보려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응시자에 대한 고려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에서 그런 경우는 점점 더 찾아보기 힘들어지고 있다. 응시자는 일관되게 겸손하고 경청하는 자세로 임하고 답변을 짧고 분명하게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쉽게 포기해서도 안 되지만, 억지 주장을 펼쳐서도 곤란하다. 응시자가 제출한 면접 서류의 어떤 부분에 관해 말해 보라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 어떤 응시자는 서류에 쓰여 있는 것을 왜 묻냐고 반문하는 경우도 있다. 응시자의 입장에서는 서류에 있는 내용을 면접관이 직접 보면 알 수 있는데 그걸 왜 나한테 다시 묻나 할 수도 있지만, 면접관의 입장에서는 서류를 응시자 본인이 스스로 작성했는지, 응시자가 충분히 그 내용을 숙지하고 설명할 수 있는지 보고 싶기도 하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면접 시간은 대학원이나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석사의 경우 대개 10 내외이다. 박사 과정 면접이라면 20 내외가  수도 있다. 면접실 문을 열고 들어가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아 차분한 자세로 면접에 임하는 것부터 면접의 시작이라   있다. 면접관 역시 응시자가 들어올 때마다 긴장이 되기는 마찬가지이다. 장차 우리 대학원에 들어와 함께 연구하고 논문 쓰고 졸업하여 우리 대학원을 빛낼 사람을 맞이한다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면접의 자리에 있는 모두가 긴장을 한다는 점도  알아 두어야  것이다. 아울러, 면접관은 끝까지 기회를 주고자 하는 마음도 가지고 있다. 면접관 역시 응시자와 같은 시절이 있었기에 문득문득 자신의 과거가 떠오르면서 어떤 경우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한다. 정성을 다해 준비해 와서 최선을 다해 답하려고 하는 응시자를 보면 박수라  주고 싶은  면접관이기도 하다.


자동차 운전면허 시험이 누군가를 떨어뜨리고자 하는 게 아니라 적절한 능력을 갖춘 이가 운전을 할 수 있도록 허가해 주는 시험인 것처럼, 대학원 면접도 누군가를 떨어뜨리고자 하는 게 아니라 적절한 연구 능력을 갖춘 이를 선발하여 그에게 마음껏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대학원 면접에 임하기 위해서는 연구 주제가 확립되어 있어야 한다. 비록 그것이 대학원 입학 후 완전히 달라진다 해도, 면접에 임하는 순간에는 무언가 확고하게 성립되어 있어야 한다.


마치며


대학원 전공마다 필독서가 있다. 해당 학과 교수님들의 개론서나 전공서, 논문이 그러하다. 그 분야에서 공통으로 읽히는 책들도 있다. 이 모두에 대해 미리 알고 읽고 준비해야 한다. 거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걸 바탕으로 본인만의 연구 주제를 만들고 선행연구의 흐름과 한계, 구체적인 연구 논문 목차까지 도출해 내어야 한다. 그 모든 게 면접 시 제출해야 하는 서류에 담겨 있어야 한다. 면접관은 해당 분야의 기본 전공 지식을 물을 수도 있지만, 주로 응시자가 제출한 연구 주제와 관련하여 질문을 집중하게 된다. 연구 계획이 충실하게 작성되어 있다면 면접관이나 응시자 모두 행복하게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을 수 있다.


예전에 어떤 응시자가 준비해 왔던 연구 주제가 문득 떠오른다. 그는, 외국인 한국어 학습자에게 일어나는 언어 소멸에 대해 연구하고 싶다고 했다. 즉, 외국인이 한국어를 배우면서 점차 본인의 모국어를 잃어버리게 되는 현상에 대한 연구이다. 그가 지금 그 연구를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그의 연구 주제를 면접에서 접했을 때 정말 무릎을 탁 칠 수밖에 없었다. 정말 새롭고 흥미로운 주제였기 때문이다. 많이 연구된 주제라고 해서 안전한 것이 아니다. 어떻게 연구 주제를 차별화할 것인가가 더 큰 문제일 수 있다. 깊이 고민하여 남이 해 보지 못한 새로운 주제, 아무도 밟지 않은 눈 위에 발자국을 내는 연구 주제도 정말 매력적이다.


지원한 대학원 전공의 지식이 부족하거나 연구 계획이 부실하다면 다시 잘 준비하여 응시하는 것이 좋다. 그런 상태에서 들어오면 수업 듣기도 힘들도 논문 쓰기는 더욱 힘들다. 그래서 입학 동기들은 다 졸업하고 없는데 본인만 남아 학위논문 심사에 회부도 되지 못하고 되더라도 계속 다음 학기로 졸업이 미뤄지게 되면 정말 지도교수와 지도학생 모두에게 고역이 아닐 수 없다. 대학원은 준비된 사람이 지원하고 다니는 곳이다. 어떤 전공 지식을 배우는 것이 좋고 배우는 것에 만족할 수 있다면 굳이 대학원에 응시할 필요는 없다. 학위 논문을 써서 학위를 받는다는 것은 내가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여 인정받는다는 것이다. 기존의 지식을 많이 배우는 것과 새로운 지식을 산출하는 것은 매우 다르다. 대학원은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내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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