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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마리 Jan 26. 2022

대학원에서 공부하기

< 대학원 ABC, 면접 준비에서 졸업까지 >

< 대학원 ABC, 면접 준비에서 졸업까지 >

-현직 교수가 알려주는, 대학원 다니면서도 쉽게 들을 수 없는 이야기들-


2. 합격 후 대학원 공부 준비하기

  2-1. 무엇을 공부할까?

  2-2. 어떻게 공부할까?


3. 대학원에서 공부하기

  3-1. 수업 듣는 방법: 수강과 청강

  3-2. 스터디/세미나 하는 방법

  3-3. 혼자 공부하는 방법

  3-4. 과정 수료 후 공부하기  



합격 후 대학원 공부 준비하기


대학원 입시는 한 학기에 두  차례 정도 있다. 특별전형과 일반전형. 대학원에 따라서는 한 학기에 한 차례일 수도 있다. 특별전형과 일반전형은 성적에 따라 지원 여부가 갈린다. 말 그대로 특별전형의 경우 일정 정도 이상의 학점을 받은 졸업생들만 응시할 수 있다. 석사 입학에서는 학부 성적을, 박사 입학에서는 석사 성적을 본다. 일반전형에서는 원칙적으로 학점이 매우 낮아도 응시는 할 수 있으나 면접에서 만점을 받아도 그 전 성적이 너무 안 좋아서 결국 떨어지는 경우도 가끔 있다. 앞서 이루어 놓은 성적이 대학원 진학의 발목을 잡는 안타까운 경우이다.


1학기를 기준으로 할 때 4월 중순에 특별전형 면접이, 6월 초순에 일반전형 면접이 있다. 2학기를 기준으로 할 때 10월 중순과 12월 초순이다. 응시 공고는 그보다 한 달 정도 일찍 이루어질 것이다. 무사히 면접을 마치고 합격했다면 이제 대학원에 입학할 준비를 해야 한다. 면접을 준비하면서 나름대로 공부를 하였겠지만 이제 대학원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공부할 채비를 갖추어야 한다. 3월 입학 기준으로 설명하자면, 12월 초에 면접을 보고 합격자 발표가 나고 연말을 보내고 맞이하는 1월과 2월의 두 달 동안 공부하는 것을 전제로 이야기를 풀어가 볼까 한다. 특별전형일 경우 11월 초에는 합격 결과가 나오니 무려 네 달 동안 시간이 있는 셈이다.


대학원에 들어가기 전 두 달 혹은 네 달 동안 무엇을 어떻게 준비할까에 대해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결론부터 말하면 기본기와 예습이라 할 수 있다. 기본기라 함은, 해당 분야의 개론서를 철저히 독파함으로써 기본적인 지식을 충실히 익히는 것을 말한다. 개론서 가운데 정말 좋은 책을 골라 여러 번 읽는 것은 입학 전에, 학업 중에, 학업 마칠 때 매우 중요하다. 굳이 개론서이어야 하는 것은 그것이 일종의 내비게이션 역할을 해 주기 때문이다. 내가 공부할 영역에 어떤 분야와 지식들이 있다는 것을 대략적으로라도 알아 두어야 수업도 들을 수 있고 이해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입학 전 빠뜨릴 수 없는 또 하나의 중요한 것은 바로 첫 학기 수업들의 교재를 미리 구입해 읽어 두는 것이다. 이 부분은 <대학원에서 공부하기>의 첫 단계인 '수업 듣는 방법'에서 다루어야 할 내용과 겹친다. 따라서 입학 전 학생을 염두에 두고 간략히 몇 가지 이야기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기로 한다. 대학원에 등록하고 강의 개설 정보를 얻게 된다면 당장 첫 학기에 어떤 과목을 들을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대학원 오리엔테이션이 있다면 그 시간에 간단한 공지가 나갈 수도 있다. 그런 안내 정보가 없거나 미약하다고 할 때 추천해 주고 싶은 과목은 개론과 같은 기본 과목이다. 처음부터 매우 전문적인 분야를 공부하고 싶은 마음도 있을 수 있으나 처음에는 넓게 공부하다가 점점 더 깊이 공부하는 게 좋다. 대학원 면접을 위해 연구 계획을 수립하기는 했지만 냉정히 말해 그것은 아직 대학원에 들어가기 전에 잘 모르면서 지은 계획이다. 따라서 언제든 더 좋은 연구 계획에 자리를 내 줄 수도 있다. 그래서 연구 계획은 입학 전과 졸업 때가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입학 전부터 분명한 연구 계획이 있어야 하고 그 타당성이 충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지 않고서는 입학 자체를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연구 계획이나 주제는 대학원에 들어와 공부하면서 얼마든지 바뀔 수도 있다. 수업을 듣고 공부를 하면서 견문이나 식견이 넓어지면 그 전에는 보이지 않거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 보이거나 생각 날 수 있다. 그럴 땐 일정 기간 고민을 하며 경쟁하는 연구 주제들을 저울질하며 선택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첫 학기 수업은 가급적 개론 과목들로 들어두는 게 좋은 것이다. 고민할 시간과 기회를 갖는 것이다.


대학원에서 공부하기


수업 듣는 방법: 수강과 청강


갓 입학한 학생이라면 첫 학기 수업을, 이미 재학 중인 학생이라면 다음 학기 수업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를 이야기해 보자. 방학은 두 달 정도 주어진다. 신입생들에게도, 재학생들에게도 비슷하다. 황금 같은 그 시간에 해야 할 것은 무엇보다도 다음 학기 수업에서 다룰 교재를 미리 공부해 두는 것이다. 각 과목마다 최소한 한 개 이상의 주교재가 있다. 부교재도 있겠지만 이름 그대로 주교재는 주교재이다. 학생은 그 교재들을 파악하여 미리 여러 번 읽으며 예습을 해야 한다. 그 과목을 들으면 최소한 주교재 하나만큼은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든다는 생각으로 미리부터 예습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으로 다음 학기 수업 준비의 핵심이 완성된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읽어야 할까? 예습 단계에서부터 모든 걸 다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미리 읽으면서 쉽게 이해되는 부분과 알쏭달쏭한 부분, 그리고 전혀 알 수 없는 부분들을 구별하여 표시해 놓는다. 시간과 능력에 한계가 있으므로 방학 때의 예습 단계에서 모든 내용을 다 이해할 수는 없고 단지 그러한 세 가지 부류로 내용을 구분해 놓는 것이 최선이다.


수업을 듣는 방식에는 수강과 청강이 있다. 수강은 정식 학점을 인정받는 것이고 청강은 학점 인정 없이 수업만 듣는 것이다. 학 학기에 보통 3과목을 수강하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한두 개 과목을 더 듣고 싶어질 때가 있다. 이번 학기에만 특별히 개설되는 수업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다른 대학의 교수님이 연구년에 잠시 우리 학교에 들러 한두 학기만 수업을 하시는 경우도 있고,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교수님이 마지막 수업을 하실 수도 있다. 이러저러한 경우와 이유로 인해 추가로 수업을 들을 경우 청강을 택할 수밖에 없다. 해당 과목 담당 교수님께 사전에 양해를 얻어야 한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개 청강을 허락해 주신다. 다만, 수강이나 청강이나 모두 열심히 수업에 임해야 함은 물론이다. 욕심만 앞서 지나치게 많은 과목을 들으려고 하는 것은 좋지 못하다. 과유불급. 소화를 하지 못하는 수업은 별다른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수강이든 청강이든 해당 과목의 주교재를 방학을 이용하여 미리 읽어 두어야 한다. 쉽게 이해되는 부분, 아리송한 부분, 정말 알 수 없다고 여겨지는 부분. 이렇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표시를 해 두고 실제 수업에서는 두 번째에 가장 집중을 하고 세 번째에 도전하며 첫 번째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대한다. 현실적으로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부분은 확실히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들어도 모르겠다고 여겨지는 것은 이번에는 포기하고 넘기는 수밖에 없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내 한계를 인정하고 이해되는 부분을 중심으로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것은 외국어를 배울 때도 마찬가지이다. 어려운 부분은 흘려들으며 넘기고 계속 반복함으로써 이해 가능한 부분을 점차 내 것으로 만들어 나가다 보면 내 앎의 영토는 시나브로 넓어진다. 첫 술에 배불렀으면 하는 것은 모두 다 욕심에 지나지 않는다. 욕심도 있어야 하지만 겸손한 마음으로 현실적인 전략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터디/세미나 하는 방법


학기 중에는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스터디나 세미나를 하게 된다. 스터디는 교재 하나를 정해 함께 공부해 나가는 것이고 세미나는 어떤 주제를 잡아 그에 대해 회원들이 돌아가며 발표하고 의견을 주고받는 것을 뜻하기 쉽다. 그러나 사실상  가지 모두, 정해진 교재 하나를 함께 독파해 나가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쓰이곤 한다. 많은 이들이 이러한 공동 학습에 대해 잘못된 인식과 태도를 가지고 있다. 그것을 일종의 품앗이로 생각하는 것이다. , 정해진 책에 대해 장별로  사람씩 맡아 발표를 하고 다른 이는 그저 듣는 것이다. 주로 원서를 공부할  사전 찾는  괴로워서 이런 방식을 취하기 쉽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게 공부해서는 머리에 실제로 남는  매우 적다. 제대로 하자면, 팀원들이 모두  해당 내용을 읽어 오고, 그날 발표할 사람은  장에 대해 이슈나 깊이 생각해  사항들을 나름대로 찾아와 본인의 의견을 밝히고 다른 이들의 의견을 들으며 함께 이해를 높이는 것이어야 한다. 다시 말해, 그날 배울 내용은 발표를 준비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참석자가  읽어 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무엇인가   있고 남는  있다. 그러나 거의 모든 이들이 제대읽지 않고 온다. 그래서 스터디에서 발언하는 이들은 매우 적고 발언하는 이만 발언하게 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처음 듣는 내용을, 제대로 소화해 오지도 못한 이에게서 듣는다고 무언가를 이해할 것으로 기대해서는 곤란하다. 남들 공부하는  구경하는 것밖에는  된다. 매번 그렇게 스터디 준비하는  고통스럽지만, 그런 고통이 없으면 남는 보람도 없다.


혼자 공부하는 방법


수업을 듣고 스터디를 하면서도 자기만의 공부를 하고 싶어지게 된다. 수업이나 스터디는 남들도 모두 하는 것이고 그런 것들만 하게 된다면 결코 남들보다 앞설  없다는 생각에서 그럴 수도 있다. 아니면, 수업이나 스터디에서 다뤄지는 논저 이외에 관심이 가는 것이  있어서 그럴 수도 있다. 수업이나 스터디하면서 내가 부족하다고 여겨지는 부분을 혼자 보충하거나 아니면 그러한 지식을 뛰어넘어  깊어,  멀리 공부하고 싶어서 혼자 공부하려고 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여기서 조언하자면, 가장 좋은 공부 방식은 수업 교재와 스터디 교재와 혼자 공부하는 책을 동일하게 만드는 것이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이번 학기에는 내가 듣는 3개의 수업 교재 3권만 완전히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독파하면서  분야의 가장 중요한 지식들을 완전히  것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대학원에 들어와 적응하지 못하고 헛도는 가장  이유는 전공 분야의 기본 지식을 제대로 습득하지 못하고 겉돌기만 해서이다. 기본적인 지식이란, 예컨대 국어학 문법론이라면 형태소가 무엇이고 단어나 문장이 무엇인가에 관한 지식이다. 의미를 가진 가장 작은 언어단위가 형태소라는 정의만으로 형태소를  아는 것이 아니다. 진정으로 형태소를 알고 있다면 주어진 어떤 글을 모두 형태소로 분석할  있어야 한다. 실제로 그렇게 공부하다 보면 형태소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이고  이제까지  대단하신 학자들이 헤매고 있는지를 여실히 알게  것이다. 그렇게 기본적인 개념이나 지식을 파고들어 배우게 되면  분야의 진정한 문제가 무엇이고 그에 관해 어떤 학설이 있는가를 알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진짜 문제들 중에서 내가 풀어보고자 하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선택하게 된다. 드디어 진짜 연구 주제를 잡게 되는 순간이다.


과정 수료 후 공부하기  


석사 과정의 경우에는 3학기를 끝내면 이수 학점을 거의  채우게 된다. 물론 다른 학과 수업을 열심히 들었다면 4학기까지 전공 학점 따느라 고생해야 한다. 박사 과정에서도 비슷하다. 그러나 석사과정의 경우에는 대개 4학기에 학위논문 심사를 받고 졸업하지만, 박사 과정은 학점을 채우고도 한참 뒤에야 박사논문 심사를 받게 된다는 차이점이 있다. 학점을 모두 이수하면 의무적으로 수업을 듣는 것으로부터 벗어나게 되어 해방감을 느끼게 되지만 동시에 그런 자유로 인해 불안감이나 허탈감을 느낄 수도 있다. 이제 철저히 혼자 계획하고 공부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학생들은 청강을 찾게 되는 것이다. 수강할 때처럼 3과목씩을 꼭꼭 채우는  아니라  학기에 한두 과목씩 정말 듣고 싶은 과목에 집중해서 들을  있는 것이다. 앞서 말한 대로, 석사 과정의 경우에는 4학기에 석사논문 심사를 받고 졸업하는  일반적이라서 과정 수료  그런 청강의 즐거움을 만끽할 여유는 없다. 지금 얘기하는 것은 주로 박사과정 수료생의 경우이다.


만약 제대로  계획 없이 수료를 하게 되면 정말 공부를 하나도 하지 않고 세월만 보내기 쉽다. 청강이든 스터디든 무언가 자신을 얽매어  것을 찾아 그걸 통해서 계속 공부를  나가야 한다. 박사과정 수료생일 경우, 이제는 남의 지식을 배우는 데서 끝나지 말고 자신의 지식을 세상에 선보여야 한다. 그래서 1년을 대략  시기, 혹은  시기로 나누어 연구하고 발표하는 사이클을 만들어야 한다.  과정에서 중요하게 떠오르는 것이 학술대회 참석이다. 학술대회는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마치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와 같은 것이다. 1년에  차례, 많게는  차례 열리는 학회의 전국학술대회에서는 기획 발표와 일반 발표가 마련되어 있다. 기획 발표에서는 특정한 주제를 정해  분야의 핵심 연구자가 나와 강의를 한다. 그걸 통해 연구사와 핵심 이슈들을 챙겨 들을  있다. 마치 족집게 과외 같은 효과를 낸다. 일반 발표에서는  분야의 다양한 주제들을 기성 학자나 대학원생들이 발표하고 토론한다. 본인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이들이 발표에 임하는 모습을 보고 결의를 다지기에  좋다. 비슷한 또래나  학자들과 만나 인연을 맺기 정말 좋은 기회이다. 외국에 나가서 케임브리지 대학과 같은 곳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해 보고서 놀랐다. 국내에서 열리는 우리나라 학술대회도  수준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우리도 그들 못지않게 정말 잘하고 있다. 아니 어떤 면에서는 우리가 그들보다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진행하는  같다.


마무리


이상으로 대학원에서 공부하는 방식에 대해 살펴보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업이나 스터디, 개인 공부 모두에서 본인이 배운 바를 기록으로 정리해 두는 것이다. 정리하지 않은 지식은  사라지고 만다. 무언가를 시간과 공을 들여 정리하는  자체가 가장 중요한 공부이다. 정리한 내용을 다시 보지 않는 경우도 많다. 대개는 그걸 정리하는 과정에서 머릿속에 모두 저장해 버렸기 때문이다. 제대로 정리한다면 그렇게 된다. 배운 내용 모두를  정리할  없다면 그중 가장 중요한   가지만 정리한다고 생각하고 정리해야 한다. 선택과 집중이다. 정리되지 못하는 것은 버려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무언가를 버리면서 동시에 정리해 가는 과정을 통해 지식이 쌓이고 주제가 잡히고 논문을 쓰게 되고 심사를 받게 되고 졸업을 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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