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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작가 Apr 21. 2017

무소유와 라이더 재킷

소유와 집착 사이에서


  법정 스님에겐 아끼던 난초가 있었다. 뜨거운 햇볕이 드는 어느 날, 난초를 뜰에 내놓았다가 다시 들여놓는 것을 깜빡하고 무척 괴로워하셨다 한다. 그러다 문득 집착이 고통을 낳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소유에 집착하지 않는 삶을 사셨다고 전해진다. 인구에 회자되는 ‘무소유’ 정신이다. <무소유>의 머리글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마음이 쓰이게 된다. 따라서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이는 것.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얽혀있다는 뜻이다.

 

  옷장 안을 차곡차곡 채워나가는 재미로 사는 요즘의 필자가 전적으로 받아들이긴 힘들지만 분명 일리가 있는 생각이다. 차라리 없었으면 하지도 않았을 고민을 많이 하게 되는 요즘인 것 같다. 최근에 ‘지름’이 좀 많았던 탓에..

  

  얼마 전 거금을 들여 양가죽 라이더 재킷을 구매한 적이 있다. 살면서 뭔가를 구매하려고 써 본 돈 중에선 가장 많은 액수였다. 그래서 그런지 옷을 들고 나와서 ‘신줏단지 대하듯’ 집까지 모셔왔던 기억이 난다. 그뿐이랴. 행여나 옷장 안이 습하지는 않을까, 옷걸이에 오래 걸어둬서 늘어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사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오늘 아침에도 입고 나오려고 결심했으나 날씨 어플에서 “비 올 확률 10%” 문구를 보고 마음을 접었다. 이러다 여름이 와버리는 것은 아닐까 걱정된다.

 

  외부 환경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는 것이 옷 본래의 목적일 터, 지금의 내 모습은 그야말로 주객전도의 표본이라 할 것이다. 진짜 내가 옷을 입는 것인지, 옷님이 내게 입혀주시는 것인지 모르겠다. 차라리 마음 같아선 인조 가죽 재킷을 하나 더 장만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아니, 그러면 뭣하러 이태리 태생의 어린 양을 희생시켰나. 여러모로 자괴감이 든다.

 

  결국 소유하지 않으면 집착할 일도 없다는 무소유의 정신을 다시금 곱씹게 된다만, 아직 세상엔 물욕(物慾)을 자극하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그래서 소유하되, 집착하지 않으려 노력해보려 한다. 진정으로 옷을 입기 위해서. 내가 옷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 내일은 꼭 라이더 재킷을 입고 와야겠다. 비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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