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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작가 May 12. 2017

[클나의 패션 칼럼]#7. 긴 것이 좋아

좀 더 길어보이게 해주는 아이템

1. 아름다움의 보편적 기준

  미(美)에는 절대적인 기준이 없고 아름답다는 관념은 지극히 주관적인 것입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설현에게 열광하고 공유 앓이를 하는걸 보면 ‘보편적인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있나 봅니다. 그렇다면 아름다움의 보편적인 기준은 무엇일까요? 쉽게 일반화 할 수는 없지만 아름다운 대상들의 교집합을 추려보면 몇 가지의 공통점이 드러납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길다”라는 것입니다.
 



 2. 긴 것이 주는 심미적 가치

  반드시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보통 길게 쭉 뻗은 것을 아름답다고 여깁니다. 파르테논 신전의 기둥들이 그렇고, 새 버전의 아이폰이 그렇고, 설현의 각선미가 그렇습니다. 길다는 것은 위태롭고 연약하지만, 날카롭고 치명적입니다. 끊어질 듯 이어지면서 경이로운 감정을 자아내고, 저항을 최소화하면서 신속하게 파고듭니다. 안정감은 덜하지만 기분 설레는 이질감이 듭니다. 그것이 길고 쭉 뻗은 것이 주는 심미적 가치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심미적 가치는 패션의 영역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심미적 가치는 패션의 
영역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3.  길게 쭉 뻗은 것들 그 첫 번째코트.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코트를 입기 좋은 날들이었다.”

  11월의 늦가을, 찬 바람이 귓전을 스치면 손은 시려도 가슴이 설레는 남자들이 있습니다. 바로 코트를 입고 싶은 남자들입니다. 코트를 대하는 남자들의 태도는 각별합니다. 옷장 깊숙이 잠들어 있는 묵직한 코트를 꺼내는 손길에는, 켜켜이 쌓아둔 낡은 티셔츠를 꺼내는 그것과는 확실히 다른 설렘이 묻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내 떨리는 손을 집어 넣어 코트를 입습니다. 거울 앞에 선 그는 늘어진 후드티와 집업 져지를 입고 어딘가 껄렁해 보이던 자신과 전혀 다른 인물을 마주하며 흥분과 떨림을 감추지 못합니다. 거울 속 그는 어느새 차분하고 중후하며 시크한 신사가 되어있습니다.



묵직한 코트를 꺼내는 손길에는, 켜켜이 쌓아둔 낡은 티셔츠를 꺼내는 그것과는 확실히 다른 설렘이 묻어 있습니다.



  코트는 그런 옷입니다. 여타 남성 아이템이 아무리 용을 써도 주지 못하는 감성을 온 몸을 감싸며 전달해줍니다. 갖가지 옷들을 레이어드하고 악세서리로 온 몸을 도배해도 두툼한 코트 한 벌 무심히 걸쳤을 때의 실루엣보다 못하고, 휘날리는 코트 자락의 아우라를 따라잡지 못합니다. 왜일까요? 그건 코트라는 아이템만이 갖고 있는 독보적인 기장감’ 때문입니다. 무릎까지 내려오는 기다란 원단이 주는 코트 고유의 날카롭고 남성적인 느낌을 다른 옷은 줄 수 없는 것입니다. 눈을 가린 선글라스가 신비롭고 시크한 느낌을 주듯이, 신체의 대부분을 가리는 긴 코트도 신비함과 경이로움을 발산합니다. 



  길이에서 전해지는 압도감은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일종의 ‘권위’를 느끼게 합니다. 그래서 예로부터 코트는 왕과 귀족, 장교들이 입었고 오늘날에도 의사나 종교 지도자들이 일상 업무복으로 입고 있습니다. 특히 길이를 더욱 늘린 롱 코트는 이를 극대화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도깨비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데에는 분명 롱 코트가 미친 영향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길이에서 전해지는 압도감은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일종의 ‘권위’를 
느끼게 합니다.



  좋은 코트가 가진 힘은 그런 것입니다. 그래서 겨울이 다가올수록 남자들은 코트를 찾게 되죠. 날이 좋든, 날이 좋지 않든, 그 어떤 날이라도 코트를 입은 날은 자신감에 넘치는 멋있는 남자가 되니까요. 
 


그 어떤 날이라도 코트를 
입은 날은 자신감에 넘치는 
멋있는 남자가 되니까요.





4. 길게 쭉 뻗은 것들 그 두 번째, 숏 팬츠.

  롱 패션을 얘기하다가 갑자기 웬 ‘짧은 바지’냐고 의아해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바야흐로 유니섹슈얼의 시대는 코 앞에 와있고 남자들의 바지도 보수주의에서 조금씩 탈피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여성들이 핫 팬츠를 입는 이유와 별로 다르지 않게남자들도 숏 팬츠를 입고 있습니다. 다리를 길어 보이게 해주니까요.
 


  이러한 기류를 미리 포착한 디올과 랑방, 톰 브라운 등 각종 하이패션 브랜드에서는 너나 할 것 없이 한 뼘만한 남자 바지를 내놓고 있습니다. 물론 런웨이의 과격한 패션과 실생활의 옷 사이에는 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남극 빙하의 두께와 남성 바지의 길이는 매년 줄어들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남극 빙하의 두께와 
남성 바지의 길이는 
매년 줄어들고 있습니다.



  사실 짧은 바지가 주는 효과는 다리를 길어 보이게 하는 것 말고도 전체적인 룩에 위트를 더해준다는 것도 있습니다. 또 활동성 면에서도 훨씬 좋고무엇보다 시원하죠. 이번 여름은 작년보다 한 뼘 더 짧아진 바지를 입고 각선미를 자랑해봐도 좋을 것입니다.
 
 
 

5.  길게 쭉 뻗은 것들 그 세 번째, 스트라이프 셔츠.
 

  코트와 숏 팬츠에 대한 담론이 실제 옷의 길이에 관한 것이었다면, 스트라이프 셔츠는 착시현상에 관한 것입니다. 스트라이프 셔츠를 입으면 더욱 길어 보이고 날씬해 보인다는 것이죠. 사람의 시선은 무의식적으로 선(line)을 따라 흐르는데, 세로 줄무늬가 자연스럽게 시선을 위-아래로 유도하면서 키가 큰 사람을 보는 것처럼 만드는 것입니다. 당연히 더욱 날씬하고섹시해 보입니다.
 


스트라이프 셔츠를 입으면 
더욱 길어 보이고 
날씬해 보인다는 것이죠.



  이렇듯 고마운 효과를 가진 스트라이프 셔츠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소재와 형태에 따라 옥스퍼드 스트라이프 셔츠와 드레스 셔츠로 나뉘고, 다시 선의 굵기에 따라 나뉩니다. 선이 굵고 성길수록 캐주얼하고얇고 촘촘할수록 클래식한 느낌을 줍니다. 패션에 대한 센스가 있는 사람일수록 다양한 굵기와 색상의 스트라이프 셔츠를 여러 벌 구비해두죠. 
 

여성들이 “예쁘다”라는 칭찬보다 더 좋아하는 말이 “오늘 어딘가 달라 보이네”라는 말이라고 합니다. 대놓고 부담스럽게 표현하기보다 은근히, 자연스럽게 기분을 좋게 해주기 때문일 텐데요. 매일 입는 화이트 드레스 셔츠 대신 스트라이프 셔츠를 입어보세요어딘가 달라진 여러분의 스타일에 모두가 환호할 테니까요.               




by CL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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