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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작가 May 17. 2017

[클나의 패션 칼럼]#10. 튜닝의 끝은 순정입니다

가장 기본에 충실한 옷

1. 튜닝의 끝은 순정이다.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보통 자동차 부품 관련 시장에서 쓰이는 말이긴 하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통용되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것저것 고치고 사족을 붙이는 것보다 본래 그대로의 순수한 상태가 더욱 뛰어난 성능을 발휘한다는 뜻입니다. 과도한 성형수술로 부담스럽게 변한 얼굴이나, 이것저것 다양한 재료를 넣어서 끓인 라면이 오히려 맛이 떨어지는 상황에 쓰일 수 있겠습니다.



이것저것 고치고 사족을 붙이는 것보다 본래의 순수한 상태가 더욱 뛰어난 성능을 발휘한다.




2. 패션에도 적용되는 순정주의.


  그리고 이 원리는 패션에도 적용됩니다. 많은 브랜드에서는 시즌 별로 각각의 고유한 메인 컨셉에 따라 제품을 기획하고 출시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실험적인 도전을 하곤 합니다. 가령 클래식 구두의 밑창을 고무로 교체한다거나, 셔츠의 깃을 과장되게 크게 만들거나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이러한 시도가 큰 성공을 가져올 때도 있지만, 반대로 랜드의 존망을 위협하는 실패를 불러오기도 합니다. 여태껏 쌓아온 고유한 브랜드 이미지를 단숨에 실추시키기 때문이죠. 그래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명품 브랜드들은 그들의 헤리티지 아이템에 아주 조금씩 변형을 가하는 정도로만 신제품을 출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도 잘 팔리니까요.
 



유명한 명품 브랜드들은
위험한 도전을 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잘 팔리니까요.




3. 순정의 또 다른 이름, 클래식.

  그런데 이 부분이 바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입니다. 별다를 것도 없는 지루한 명품 아이템들이 왜 잘 팔릴까요? 그것은 바로 그들의 아이템이 클래식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버버리의 트렌치코트를 예로 들어보죠. 이미 ‘바바리 코트’로 더 친숙한 그들의 트렌치 코트는 개당 가격이 200만원을 훌쩍 넘지만 매 시즌 출시되기가 무섭게 품절됩니다. 그렇다고 시즌 별로 디자인이 크게 다른 것도 아닙니다. 단추 형태를 조금 바꾸거나, 주머니 위치를 살짝 조정하거나 하는 식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버버리의 트렌치코트에 열광하는 건 아이템이 가진 고유의 멋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멋은 유행을 타지 않습니다. 시대를 초월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됩니다.



별다를 것도 없는 지루한 명품 아이템들이 왜 잘 팔릴까요?
그것은 바로 그들의 아이템이
‘클래식(Classic)’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4. 명품 클래식의 진정한 가치와 한계.

  많은 클래식 아이템들은 뚜렷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클래식 아이템은 자기 스스로를 뽐내려 하지 않습니다. 그것을 착용한 사람을 빛나게 하죠. 그것이 바로 클래식의 가치이고, 그것을 소유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많은 명품 브랜드의 클래식 아이템들은 비쌉니다. 그것도 터무니없이 말입니다. 



클래식 아이템은 스스로를 
뽐내려 하지 않습니다. 그것을 착용한 사람을 빛나게 하죠. 
하지만 명품 브랜드의 클래식은 비쌉니다.




5. 클래식을 체험할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

  그런 점에서 무지 티셔츠는 우리가 당장 시도해볼 수 있는 가장 좋은 클래식 아이템 종목입니다. 무지 티셔츠는 프린팅 티셔츠와 달리 브랜드의 로고가 담겨 있지 않습니다. 약간의 패턴의 차이나 질감의 차이 정도는 있을 수 있겠지만 이는 다른 아이템에 비하면 무시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아무런 무늬도, 로고도 들어가있지 않기에 무지 티셔츠는 소위 브랜드빨을 가장 적게 받습니다. 또한 형태가 단순한 만큼 공정과정도 단순하고, 저렴합니다. 따라서 가장 쉽게 체험해 볼 수 있는 클래식 아이템인 것이죠.
 



무지 티셔츠는 우리가
당장 시도 해볼 수 있는
가장 좋은 클래식 아이템
종목입니다.




6. 어디에나 잘 어울리고 멋스러운 무지 티셔츠.

  생각해봅시다. 휘황찬란한 명품을 둘둘 휘감은 사람과, 적당한 핏의 바지와 무심한 듯 무지 티셔츠를 입은 사람 중 누가 더 패셔너블 해 보이는지를요. 물론 그렇다곤 해도 ‘지드래곤’은 예외이지만요. 

  어쨌든 무지 티셔츠는 당신을 가장 자연스럽게 드러내주면서도 당신을 감싸줍니다. 어떤 다른 아이템과 매치해도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어울립니다. 깔끔한 룩이 요구되는 상황에서도, 자신이 도드라져 보여야 하는 상황에서도 무지 티셔츠는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냅니다. 어찌 보면 가장 옷의 본질에 가까운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것은 화려한 프린트 티셔츠나 과격한 스트릿 제품이 가지지 못한 무지 티셔츠만의 힘입니다. 튜닝의 끝보다 나은 순정이란 이런 걸 말하는 겁니다.              


by CLNA

[출처] 튜닝의 끝은 순정입니다.|작성자 HELLO GEN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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