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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Choi 메덴코 Mar 22. 2020

인도네시아를 떠나기 잘한 이유

솔직히 정말 조금도 그립지 않은 자카르타

써니 덴마크 가기 전에
자카르타 왔다 가면 안돼?



인도네시아 동료인 나디아가 내게 요즘 자주 하는 말이다. 또 이 모든 한국어를 구글 번역기로 돌려보고 무슨 의미인지 내게 묻겠지만, 솔직히 정말로 나는 자카르타가 조금도 그립지 않다.


물론 동료들, 친구들이 너무나도 보고 싶다. 그리고 언젠간 다시 한번 꼭 만나고 싶다. 아니 앞으로도 살면서 쭉 많이. 하지만 나는 정말 앞으로 기회가 생기면 인도네시아의 삶은 거부하고 싶다. 한 번의 경험으로 너무나도 만족한다. 보통 나는 조금이라도 살아본 나라는 항상 그립고 그리워하는데, 미안한데 인도네시아 아니 자카르타는 아니다.


고작 9개월 정도 살아봐 놓고 난 진저리가 났다. 물론 그곳에 근무하시고, 유학하시는 또는 이민 가신 대단한 분들도 있지만 나에겐 너무나도 맞지 않는 나라였다.


그래서 살면서 처음으로 나는 한국이 이렇게 좋은 나라인지 처음 깨달았다. (심지어 인도에서 살았을 때도 깨닫지 못한 것)



세상 최악의 교통체증


내가 겪었던 최악의 교통체증, 앞으로 평생 겪고 싶지 않은 것 중 하나. 자카르타 만 생각하면 숨이 막힐 정도로 싫은 것 중 하나였다. 하루 중 나의 많은 시간을 소비했던 곳이 바로 차 안이었다. (교통체증 이야기는 정말 매번 언급되는 것 같다.)


미래의 대한 나태함


이상하게 인도에서 살았을 땐, 어려서 그랬는지 더 치열했던 것 같은데 인도네시아에서는 근무하면서 나태함의 끝을 보았다. 정말 업무 말고 할 것도 없고, 개인의 발전을 생각할 만큼의 에너지도 없었을뿐더러 개인의 성장과 발전에 대한 고민을 하기 부적절한 곳이었다 생각이 든다. 물론 그건 내가 한국인이라 어쩔 수 없는 거겠지만.. 또는 내가 인도네시아를 겉핥기 해서 치열하게 사는 방법을 몰랐을 수도 있지만 그냥 뭔가 이대로 살다 간 바보가 될 것 만 같은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일상의(?) 편안함에 익숙해져 가는 나 자신이 부담스럽게도 느껴졌다. 마치 인도에 살 때처럼 나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을 남에게 다 떠미는 느낌. 그러면서도 그렇게 살아가는 환경이다 보니 나도 맞춰 사는 그런 느낌. 아무쪼록 썩 좋지 않았다.


예전에 대표님이 말씀해주시길,

"인도네시아에 가족이랑 파견 가면 와이프들이 두 번 운다더라. 처음엔 가기 싫어서, 두 번째는 떠나기 싫어서. 메이드 있지, 기사 있지. 그런 호화 생활이 익숙해지다 보면 힘들겠지 아마도"


호화 생활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말이 나는 너무 공감이 갔다. 한국에 돌아와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또는 걷는 내가 나는 더 편하다. 내 빨래는 내가 하고, 설거지도 내가 하고..


그 외에도, 수질. 음식. 공기 그리고 징글징글한 바퀴벌레와의 이별도 있다. 이젠 어디가서 바퀴벌레가 있을까 봐 걱정하지 않는다. 그게 정말 얼마나 정신적으로 안정감을 주는지 아무도 모를 거다. 물 때문에 피부가 일어나지도 않고, 이유모를 병으로 매주 아프지도 않고.. 툭하면 지진, 홍수 걱정도 없었던 것들.


걸을 수 있는 제대로 된 도로가 있다는 것마저..

물론, 반대로 그리운 것들도 솔직히 있다.



너무 미래에 대해 생각하지 않아도 되었던 것.

너무 경쟁하지 않아도 되었던 것.

한 템포 느려도 괜찮았던 것.

될 대로 돼라 하고 내버려 두어도 되었던 것들.


아이러니하게, 싫었던 것들이 그리운 것이기도 하다. 참 이렇게 사람이 그렇다.


어쩌면 나는 떠날 시기를 알았기에 최대한 정을 주지 않으려고 발버둥 쳤을 리가 크다. 괜히 나라에 정주면 사람에게 정주는 것보다 더 괴롭고 외로워진다는 것을 아니까.


내가 가장 그리운 건, 역시나 사람.

따뜻한 사람들.


그게 가장 매일 그립다. 한국에서 절대 느낄 수 없는 관계와 그 순수함 속에 있는 진심. 허심탄회하게 웃을 수 있는 공간, 분위기. 난 그게 너무 그립다. 내게 따뜻하고 정을 주던 모든 사람들.



그래도, 난 돌아가기 싫다.

다시 가서 살라고 하면 진짜 NO다.

그래도 고맙다. 자카르타 생활이.

내게 사람들을 선물해주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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