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너는 필요 없어.
멀어지는 등, 꼿꼿한 뒤통수, 주저함이 없는 발걸음. 한 번도 뒤돌아 보여주지 않는 얼굴. 앞서간 아빠의 등이 동생보단 조금 더 넓었던가. 조금 더 굽어 있긴 했다. 나는 일어나 달리지도, 손을 뻗지도 못한다. 주저앉아 울기만 한다. 가지 마. 외침은 눈물에 먹혀 소리가 되지 못한다. 두고 가지 마. 버리지 마.
커튼 없는 창문에서 희미하게 비치는 빛. 천장을 인식하기 전에 뜨거운 눈이 느껴져 도로 꾹 감는다. 그래도 틈새로 비어져 나오는 눈물을 막지 못한다. 팔을 들어 눈을 가리자 입이 일그러진다. 말이 되지 못한 것들이 쉰소리로 나온다. 멀어지던 모습이 자꾸만 가슴을 쥐어짠다. 서늘해서 혈관이 오그라든다. 꿈은 꿈일 뿐이야. 현실에서 난 쓸모 없어지지 않을 거야. 이 집에 필요한 사람이 될 거야. 버림받지 않을 거야. 겁에 질린 건지 악에 받친 건지 모를 다짐으로 서늘함을 지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