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차니즘 남편의 캠핑은 이사다. 15편> 도대체 왜 이 힘든걸...
*남편이 쓰고 제가 편집했습니다.
아주 근원적 물음이다.
귀찮니즘인 내가 왜 캠핑을 하는걸까?
안전하고 편안한 집을 두고 거칠고 불편한 야외로 왜 나가는 걸까?
캠핑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게 해주는 해결책은 얼마나 많은 장비를 챙겨가느냐이다.
하나라도 더 챙겨가면 캠핑가서 부족함을 채워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짐이 많아지면 그만큼 짐을 챙기고 캠핑장에서 정리하는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다 무언가 과하게되면 다른면에서 부작용이 생기는 것이 우리 삶의 이치인 것이다.
텐트가 커지면 좋지만, 그 만큼 텐트 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장비가 많아지면 좋지만, 셋업하는데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음식이 많으면 좋지만, 다 먹지 못하면 다시 가져와야하는 수고로움까지 늘어난다.
이미 잘 알고 있다.
어느정도면 나한테 충분한지, 어느정도면 내가 편한지, 어느정도면 배불리 먹을 수 있는지... 하지만, 이상하게도 불안하다. 과연 이정도로 충분한가? 하는 생각과 함께 좀 더 큰 것을, 좀 더 많이 구입한다.
그런데 더 재밌는걸 발견한다. 과연 이게 캠핑에서만 그럴까?
무려 라캉이 말하지 안핬던가.
우리는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
내가 텐트를 바꿀때가 되면 인기있어서 품절된 텐트를 사고 싶은 욕망...
나의 캠핑 스타일은 뒷전이고 사람들이 좋다고 하면 너도나도 사서 써보고 싶은 마음...
경험해 보고 후회한다. 아... 내가 또 이런 실수를...
새로운 핸드폰이 나오면 너무도 바꾸고 싶다. 삼성 갤럭시 폴드3가 인기다. 없어서 못 판다. 과연 폴더폰을 처음봐서 그럴까? 정말 내가 필요한 것이라서 그리도 난리인 것인가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그렇다. 사실 꼭 필요하지 않지만, 너도나도 갖고 싶어하니 나도 갖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고 하는 것이 좀 더 냉정한 판단인거 같다.
내가 정말 캠핑이 좋아서 하는 것인지, 다들 하니까 유행처럼 번지니 나도 한번 해보고 싶어서 하는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별 생각이 없다가 ‘해보니 괜찮네’라고 생각하며 매니아가 될 수도 있지만, 주변을 보면 야심차게 캠핑을 시작했다가 한두번하고 ‘눈물을 머금고 캠핑접어요.’라고 하면서 중고시장에 장비들을 헐값에 넘기는 경우를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와이프가 가끔 이런 얘기를 한다.
나도 나를 잘 모르는데, 당신이 나를 안다고 생각하지마!’
맞는 말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잘 모른다. 그래서 내가 캠핑을 좋아할지 싫어할지 모른다.
하지만, 인생을 살아가는 현명한 방법은 시간을 갖고 천천히 조금씩 만들어 가는 것이다.
내 주변 사람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갖고 같은것을 좋아할 꺼라는 착각은 버리고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 또는 취미를 같이할 사람들과 상의해야 한다.
누군가 반대한다면 그 사람에게 시간을 주고 천천히 이야기하거나 보여주면서 적응할 시간을 주고 절충안을 찾아야 한다. 나도 잘 모르는 나의 욕구만으로 구성원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감정적 호소도 너무 많이 쓰면 화를 부른다.
나는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많이 질문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먼저 경험한 많은 캠핑 선배들이 온라인에 주옥같은 경험담을 남겨놓으셨다. 거기에 댓글을 달고 적극적으로 물어보면서 내가 생각하는 것과 실제 캠핑의 차이를 확인하는 것은 캠핑을 지속해 나가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 이런한 간접적인 경험을 통해서 어느정도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고, 가족들을 이해시키는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내가 캠핑을 시작한 이유는 와이프와 아이들, 코로나 팬더믹이였다. 그래서 많은 공부를 했다. 내가 사랑하는 가족들이 원하는 일인데 귀찮지만, 한번 쯤 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그렇다. 내가 캠핑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자연을 사랑하고, 한적한 곳에서의 힐링, 아기자기한 나만의 캠핑 뭐 이런것 때문이 아니였다.
그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원해서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