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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예찬 Aug 07. 2017

Brand_Gucci

명품관에서의 추억을 되짚어보며


 머나먼 나라의 깊고 깊은 숲 속에는 원더 팩토리라는 공장이 있었어요.
 이 공장은 정교한 주얼리와 러키 참을 만드는 다양한 종의 동물들이 모여 있는 곳이랍니다.


  이 이야기는 구찌에서 제공하는 르 마르쉐 데 메르베(Le Mache de Merveilles) 컬렉션의 첫 번째 동화인 '원더 팩토리'를 시작하는 구절이다.

  이는 구찌의 적자를 흑자로 바꾼 디자이너 알렉산드로 미켈레가 받은 영감을 동화로써 표현하였다. 이 동화를 천천히, 상상을 곁들여가며 읽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동화 속의 공장에서 펼쳐지는 구찌의 신비로움에 휩싸이게 된다.

알렉산드로 미켈레, 개성 넘치는 디자인을 통해 지금의 구찌가 있을 수 있도록 하였다. 자료제공 : 구찌

  사실, 구찌는 자사의 로고가 패턴으로 수놓아진 천 재질의 디자인 때문에 'old'하다는 평을 받으며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브랜드였다.

  필자가 명품관에서 근무하던 당시에도 고객들에게 구찌 제품을 추천할 때 다수의 고객들이 디자인적인 부분에 대해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었다.

  필자의 매장에서도 구찌는 단지 프라다를 빛내기 위해 존재하는, 그저 Traffic Category의 역할을 수행할 뿐 메인 브랜드는 아니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구찌 제품의 유무에 대해 문의하는 고객이 늘어나기 시작하였다. 2017S/S 신상품인 ‘마몬트’와 ‘디오니서스’를 찾는 고객들이었다. 꽃과 나비 혹은 뱀과 호랑이로 수놓아진 디자인으로 구찌가 ‘old’하다는 편견을 깨버리고 Best Category가 되는 데에 1등 공신이었던 두 제품은 없어서 못 팔았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제품의 재입고를 위해 본사에 연락을 해보아도 수입이 불가능하다는 대답만 돌아올 정도로 제품을 확보하는 것조차 어려움이 있었다. 소위 말하는 줄 서서 산다는 것이 이런 것인가 할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구찌 디오니서스, 자수를 이용하여 자신만의 스타일을 표현해낼 수 있으며 2017 S/S시즌의 구찌 가방 중 가장 많은 인기를 끌었다. 자료제공 : 구찌

  패션계의 유행은 바람보다 빠르다. 바람 불어오듯 갑작스레 찾아온 구찌의 인기가 언제 다시 불어나갈지 모르겠단 걱정이 되기도 하였다.

 

  이것이 괜한 걱정이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구찌는 새로움을 계속해서 불어넣고 있다. 구찌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DIY 서비스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고객이 디오니서스 가방의 디자인을 통해 자신만의 개성을 한껏 뽐낼 수 있는 서비스이다.


  명품을 구매하러 온 고객들의 평균적인 매장 채류 시간은 1시간 반~ 2시간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고액을 지불하여 구매하는 것이기에 신중에 신중을 가하여 결정을 하는 것이다. 이것저것 들어보며 체형에 가장 어울리는 크기와 평소 자주 입는 의상에 가장 어울리는 디자인과 색상 등을 고려한 후 가격을 비교한다. 이러한 고객들의 구매 유형 패턴을 살펴보자면 데일리로 들 수 있어야 하며 어디든 어울리는 무난한 블랙 색상에 수납공간도 충분하고 무겁지 않으며 체형에도 적합한 미디엄 사이즈 제품을 선택한다. 그리고 30분간 가격을 비교한다.



  DIY가 이러한 고객들의 고민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준다. 가령, 한 고객이 디오니서스 미디엄 백을 사기를 원한다. 이때 구찌는 일반 모델을 제공하고 고객은 원하는 자수를 덧붙일 수 있는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가방을 디자인할 수 있다. 이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하여 디오니서스 가방에 자수를 부착하여 보는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다.


구찌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디오니서스의 디자인을 DIY할 수 있다. 자료제공 : 구찌


  또한 구찌는 옴니채널을 지향한다. 구찌 웹사이트뿐 아니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도 고객들은 구찌 매장을 방문할 수 있다. 역쇼루밍족과 모루밍족에게 구찌를 제공하는 것이다. 고객들의 쇼핑 시간을 매장에서 뿐 아니라 집에서 핸드폰을 들고 있는 순간까지로 확장한 것이다.


  가장 최근에는 구찌가 가방이나 지갑, 의류뿐 아니라 그릇, 의자, 벽지 등 리빙 제품을 출시한다는 발표를 한 기사가 있었다. 알렉산드로 미켈레 구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틀에 박힌 장식이 아닌 주거 공간을 개성을 살려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도록 데코 컬렉션을 기획하였다고 했다. 이를 통해 구찌의 동시대적 낭만주의를 연출하도록 했다고 전한다.

  이번 컬렉션을 위해 그릇은 1735년 설립된 자기 기업 리처드 자 노리가 제작한다. 구찌 가든의 동물들이 3D의 자기로 제작돼 장식되었다. 또한 주거공간의 분리를 위한 폴딩 스크린과 2017 프리폴 컬렉션 엽서 디자인, 2015~2016 F/W 컬렉션인 꽃무늬 패턴이 활용된 벽지 제품도 출시된다. 또다시 구찌는 명품이 사치가 아닌 실생활에 이용될 수 있음을 강조하는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물론, 구찌 그릇에 음식을 담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모르겠지만...)

구찌 데코, 구찌는 패션과는 거리가 있으면서도 연관이 있는 데코레이션 부문에까지 영역을 확장하였다. 자료제공 : 구찌

  새로운 구찌 데코 컬렉션은 별도 공간을 마련하지 않고, 기존 매장에 인테리어를 꾸밀 예정이라고 한다. 2017년 9월부터 전 세계 구찌 플래그십 스토어, 온라인 및 일부 선별된 스토어에 순차적으로 론칭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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