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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태흥 Sep 24. 2018

색조화장품 펜슬 외길 35년

[인터뷰] 배은철 C&C인터내셔널 대표…한·중 생산기지, 혁신&전문 승부

색조화장품 전문기업 C&C가 20년의 불비(不飛)와 불명(不鳴)의 시절을 끝내고 21세기 도약을 시작했다. 펜슬 외길을 묵묵히 걸어온 배은철 대표는 그 감회를 이렇게 말했다.

“펜슬 하나도 못만들면서 국내 1등은 없다. 세계 1등이 되고 싶다면 더욱 그렇다. 이것을 하지 못하면 다른 것도 인정받지 못한다.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에 지독할 수밖에 없었다.”
C&C는 현재 월 생산량 1000만개의 제2공장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8월말까지 준비를 끝내고 CGMP 인증을 신청할 방침이다. 시험 제작에 성공하면 내년도 글로벌 유명 기업들과의 계약을 수행하는데 완벽을 기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배 대표는 “보통 한 제품을 준비하려면 7, 8개월 걸린다. 턴키로 주문을 받기 때문에 글로벌 기업들의 까다로운 요구를 맞추려면 세밀히 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C&C의 2016년 매출 실적은 527억원, 당기순이익은 94억원이다. 2013년 법인 설립 후 3년 연속 성장기업, 4년 연속 흑자기업’이라고 잡코리아에 기록돼 있다. 2013년 법인 설립 첫 해 8억원→185억원(2014년)→246억원(2015년)→527억원(2016년)으로 그야말로 기하급수적 성장을 이어왔다.

현재 상장 계획을 발표한 아우딘퓨처스와 비슷한 매출액이다. 코스닥 상장 요건인 연간 매출액 100억원, 순이익 20억원을 훌쩍 넘겼고, 코스피 상장 문턱인 매출액 1,000억원, 연간 이익 50억원 이상, 주식수 100만 주 이상도 가시권이다.

배은철 대표는 “올해 실적은 650여억원 정도 예상한다”며 “기술력으로 이룬 성과이지만 함께 일한 임직원의 노고가 컸다. 이웃에 위치한 삼성전자에 비할 순 없지만 회사의 성장 기여분만큼 성과급이나 복리후생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오직 펜슬만 35년 외길

배은철 대표는 펜슬 35년의 길을 걸었다. 아모레퍼시픽 수원공장에서 첫 직장을 시작한 그는 1998년 창업했다. 당시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펜슬 틈새시장의 잠재력에 승부를 걸기로 마음먹었다. 울고(鳴), 날기(飛) 위해 32년 목청을 가다듬고 날개깃을 다듬었다. 그리고 마침내 3년이 지난 2013년 C&C인터내셔널 법인으로 새롭게 출범하면서 그 진가는 무시무시한 경쟁력으로 나타났다. 작년부터 펀드와 캐피털 등에서 러브콜이 쇄도했다.

C&C의 경쟁력은 세계 제일의 젤 펜슬 기술에 있다. 독일, 이탈리아 등 유수의 화장품사만 보유한 이 기술로 실제 제품가는 해외제품과 차이가 없지만 리드타임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적정한 가격에 공급할 수 있었다. 국내 브랜드숍은 물론 글로벌 업체의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아시아권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으로 중국 수요에 대응한 것도 한몫했다.

배 대표는 “C&C가 개발한 젤 펜슬은 30초 안에 피부에 피팅되며 물에는 절대 번지지 않고 리무버로만 클린징이 가능하다. 긴 시간 동안 지워지지 않아 직장여성들에게 인기다”라고 소개했다.
젤 펜슬은 샤프 타입으로 립라이너, 립스틱, 립틴트용으로 쓰인다. 립의 바깥쪽 또는 안쪽 테두리를 그리면서 원하는대로 입술을 최대화, 최소화해서 완벽한 모양을 제공한다. 립라이너는 립스틱보다 색소와 왁스, 오일이 적기 때문에 입술을 보다 쉽게 제어하고 입술을 정리할 수 있다. 립스틱이 얼룩이 지거나 입 주변으로 미세한 선이 흐르지 않게 방지한다.

최근 ‘2017 메이크업 인 파리’에 참가한 오진석 마케팅팀장은 “로레알 등 글로벌 유명 기업들로부터 C&C 제품들은 혁신적이며 재미(fun)있고 품질이 우수해 센세이셔널하다는 평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또한 그는 “메이크업 인 파리의 또다른 기술 트렌드가 슬림(slim)이어서 그에 맞춘 ‘1.5㎜ 슬림 아이브로우’를 출시, 눈썹 사이의 홀을 메워 자연스러운 눈썹을 표현할 수 있어 주목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찾아가서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시장에 더 빨리’ 마케팅

C&C 성장 비결은 전문성과 트렌드 앞서가기다. 앞서 얘기한대로 전문기술력은 독일의 ‘스완 스타빌로’가 롤 모델이다. 스완 스타빌로는 1855년 설립돼 연필, 형광펜, 볼펜 등 필기구와 화장품용 펜슬을 만든다. 이 회사는 ‘영감을 가진 기술력(Inspiration Engineered)’으로 유명하다.

배은철 대표는 “아모레퍼시픽 수원공장에서 펜슬을 처음 접했는데 외국사에 비해 디자인이 조악하고 기술력이 떨어졌다.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가 당시 차장으로서 숙제였다. 그러다 1998년 회사를 나오면서도 펜슬 하나만큼은 잘 만들어야겠다, 잘 만들 수 있다는 일념으로 바로 창업을 했다”고 말했다.

배은철 대표는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이 분야 첫 손의 기술력을 자랑한다. 여기에 트렌드와 마케팅을 입힌 것은 배소연 마케팅 이사다. 배 이사는 전세계 박람회를 누비고 유수 기업들을 방문하며 트렌드와 마케팅에서 전략적 집중과 선택을 구사한다.

C&C의 첫째 전략은 ‘시장에 더 빨리(Faster to marcket)’이다. 배 대표는 “시장 트렌드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미리 생각해 먼저 제안하고 시장에 내놓는 게 중요하다”며 “박람회 참가와 전문교육으로 ▲세상 읽기 ▲라이프 스타일 분석 ▲개발 동향 ▲어떤 준비를 할 것인가 등 보고서를 통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배 대표는 “고객을 기다리는 것은 승부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둘째 전략은 ‘품질 보증(Qualtity Assurance)’이다. 배 대표는 “펜슬의 기술력만큼은 자신 있고 직접 맞춤형 기계 설계라인을 구축해 원활한 제품 공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수한 제품을 생산하면서도 리드타임 단축, 적정 가격 제시 등으로 고객 만족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거래처와의 응답은 빠르게 피드백 해서 신뢰를 얻는 것은 기본이다.

셋째 전략은 ‘윤리와 사회 감사(Ethical & Social Audits)’다. 그는 “글로벌 기업과 거래하다보니 기업의 윤리와 사회적 책무를 배울 수 있었다”며, “특히 임직원의 일과 가정의 양립을 보장하고자 정시 출퇴근, 생일 케익 챙기기 등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실천 중”이라고 밝혔다.

굳은 의지로써 뜻을 이루다

C&C의 인재상은 유지경성(有志竟成)이다. ‘굳은 의지만 있으면 뜻을 이룰 수 있다’는 의미다. 잡코리아에 올라온 원하는 인재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움과 변화를 추구하는 인재 ▲맡은 분야의 전문성과 자신감으로 무장한 인재 ▲회사와 제품에 대한 긍지와 애정을 가진 인재 등이다.

“불가피한 사정으로 떠났어도 ‘다시 취업하고 싶은 회사’, ‘실력을 키우고 오래 다니고 싶은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배 대표. 은퇴 후에는 회사 설립 어린이집 원장이 자신의 소임이 될 거라고 환하게 웃었다.
배은철 대표의 경영방침은 ‘소비자의 니즈를 분석, 시장에 선보인 적이 없는 트렌디한 신제품 개발’이다. 이를 위해 배 대표는 “임직원들이 하고자 하는 노력과 꿈을 지원을 함으로써 ‘최고의 인재’로 거듭날 수 있도록 응원하겠다”고 다짐했다.

C&C의 청사진은 야심차다. 8월말 동탄의 제2공장 신축과 더불어 중국 상해 공장도 11월쯤 완공될 예정이다. 여기에 제3의 공장부지도 확보해 놓았다. 이렇게 되면 한국과 중국에 4개의 생산시스템을 가동하게 된다.
생산능력은 제2공장이 제1공장의 4배 이상이며 월 생산량은 1,000만개에 달한다. 이곳에서는 2018년 론칭 목표인 300만개 신규 프로젝트를 감당할 예정이다. 올해 11월 완공될 상해 공장도 2020년 증축 계획도 가지고 있다.

배은철 대표는 “기술연구소의 혁신적인 신제품 개발과 배소연 이사의 탁월한 프레젠테이션으로 글로벌 바이어의 니즈를 앞서서 제안함으로써 ‘트렌드 리더’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향후 인종별‧지역별 특성을 파악해 화장품의 원산지인 유럽시장도 적극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상장 여부를 묻는 질문에 배 대표는 “2, 3년 후 자산가치를 충분히 인정받고 세계 1등으로서의 충분한 경쟁력을 가졌을 때에 비로소 상장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3년 동안 날지 않았으나 한 번 날아오르면 하늘을 치솟고 3년 동안 지저귀지 않았으나 한 번 지저귀면 사람을 놀라게 할 것이다.” 중국 초나라 장왕이 웅비할 기회를 기다리고 있음을 뜻하는 ‘삼년 불비불명(三年不飛不鳴)’의 뜻이다.

배은철 대표는 색조화장품 ODM 제품 중 펜슬을 비롯한 7가지 카테고리에서 글로벌 1등이 되고 싶어한다. 그래서일까. 3년 동안 울지 않았고 3년 동안 사세를 공개하지 않던 C&C가 비상의 날개짓을 펴려고 잔뜩 웅크렸다. 혁신적 제품과 글로벌 공급 체인 완성을 코앞에 두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