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언제부턴가 나는 더 이상 주인공이 아니었다.

by 루페이스

첫 아이를 낳고 였다.

나는 항상 내 이름이였다. 누구나 그렇듯이.

그런데 땡땡이 어머님이 되어 있었다. 하루만에.

물론 그게 병원과 조리원에서 통상적으로 친근감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단어지만 난 너무너무 낯설었다. 낯설었다기 보단 싫었다. 엄마가 되면 모든걸 포기해야한다고 들었는데 이게 나를 잃어버리는 첫 순간인가 싶엇다. 호르몬 때문인지 그냥 우울하기도 했는데 그래도 꼬물꼬물 애기를 보고 있으면 잠시나마 괜찮아졌다. 호르몬 때문이겠지.


출산 후 집에 왔다.

남편에게 난 항상 0순위였다. 임신 전까지만해도 날 집에서 정말로 업고 다녔고 시도때도 없이 안고다녔다.(덩치 차이가 좀 커서 쉽게 번쩍번쩍 안았다.) 난 남편을 아빠라 생각했고(아빠 미안) 남편도 날 딸로 생각했다. 그냥 내가 밥만 먹고 숨만 쉬어도 이쁘다고했다. 그런데 달라졌다. 나보다 더 작고 귀여운것이 나타난 것이다. 또 느꼈다. 난 이제 이집에서도 주인공이 아니구나.


사무실에 복귀했다. 모두 반가워하는것도 잠시, 밀린 업무에 파묻히자 현실이 덮쳐왔다. 내가 애를 낳고 왔다는 것은 그냥 한가지 사실일 뿐, 내가 애를 낳고 온것은 일주일도 안되어 모두가 잊었다.


모임에 나갔다. 이젠 날 모두가 애엄마로 본다. 더이상 예쁜 아가씨가 아니라 애기 안부부터 묻는다. 애는 잘 자는지, 잘 먹는지, 관심은 다 애다. 내가 얼마나 독하게 살을 뺐는지, 머리카락은 얼마나 빠지는지는 궁금하지 않아한다. (물론 이런 비극적인걸 알리고싶진 않다.) 나름 모임에서 예쁜 여자 축이었는데 이제 예쁜 아줌마다. '아줌마의 롤모델'이라나..하하..


난 애기때부터 예뻤다. 내입으로 말하기 좀 부끄럽지만 내 사진보고 못생겼다고 하는 사람은 없다. 어렸을때는 걸어다니면 용돈도 많이 받고(그땐 버스만 타도 오백원씩 받았다.) 모르는 언니들이랑 사진도 많이 찍어줬다. 심지어 내 친동생이 내 애기때 사진을 들고다니면서 자기라고 속였다. 그래서 주목을 많이 받았다. 특히나 초등학생이 되면서 엄마가 같은 학교 선생님로 오셨다. 당시 경기도에서 대구로 이사를 했는데 사춘기가 막 시작하는 남자애들한테 서울(은 아니지만 말씨가 다르니)에서 온 선생님딸 은 판타지속에서나 볼만한 법. 대부분의 남자아이들은 날 좋아했다. 대놓고 엄마한테 가서 내가 좋다고 하거나 선물도 많이 받고 어떤 아줌마는 우리 엄마한테 와서 며느리 삼고싶다고 할정도였다. 나는 반장, 부반장도 매년 하고 공부도 반에서 2~3등 수준이었다. 선생들의 이쁨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중,고등학교때는 비교적 평범했으나 수학만 좋아했던 나는 전교1등보다 항상 수학성적이 좋았다. 그래서 였는지 의도적?으로 전교 1등이랑 고3때는 같은 반이었고 수학시간만 되면 선생님이 전교1등을 나무랐다. 모르면 나한테 물어보라고. 그때마다 난 그 주목받는것이 너무 좋았고 당연했다.


대학교때는 어느 누구의 20대만큼 찬란했다. 학교에서 이쁜걸로는 꽤 소문나있었고, 옷과 화장품에도 관심이 많았다. 다이어트를 열심히 해서 핫바디라는 별명도 얻었고(친구들은 이 별명이 너무 노골적이라며 성희롱이라던데 난 기분좋았다. 칭찬 아닌가?) 유스타 라는 별명도 얻었다.


30대 중반 애 둘맘이 되어서 돌이켜보면 그 땐 몰랐지만 너무 찬란한 과거였다.


나는 언제나 주인공이었지만, 이제는 무대가 사라졌다.
하지만 어쩌면, 무대 밖에서야 비로소 나를 배우는 중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