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여백이 당신에게 말을 걸어올 때
퇴근 후 현관문을 열었을 때, 안도감보다는 답답함이 먼저 밀려오지는 않으신가요? 신발장에는 언제 신었는지 기억도 안 나는 운동화들이 널브러져 있고, 거실 테이블 위에는 뜯지 않은 우편물과 영수증, 정체불명의 잡동사니들이 점령군처럼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소파에는 벗어둔 옷가지들이 뱀처럼 똬리를 틀고 있고요. "집이 좁아서 그래", "수납장이 부족해서 그래"라고 불평합니다. 냉정하게 보면, 공간이 부족한 게 아니라 물건이 너무 많은 것이죠. 더 정확히 말하면 물건에 얽힌 '집착'과 '미련'이 공간의 숨통을 조이고 있는 것입니다.
물건은 말을 하지 못하지만, 쌓여 있는 물건은 엄청난 소음을 내뿜고 있습니다.
"나 언제 써줄 거야?"
"비싼 돈 주고 사놓고 왜 방치해?"
"이거 버리면 나중에 후회할걸?"
옷장 문을 열 때마다, 서랍을 열 때마다 쏟아지는 무언의 아우성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시각적 소음에 에너지를 빼앗기고 있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피곤한 이유는 집 안을 가득 채운 물건들의 기 싸움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책상은 온갖 문구류로 가득했고, 옷장에는 언제 샀는지도 모를 옷들이 빽빽했습니다. 물건이 많으면 풍요롭다고 착각했으니까요. 어느 순간, 물건들이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내가 물건을 모시고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주객이 전도된 것이죠.
물건을 비우기로 결심한 건, 마음이 너무나 복잡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던 어느 주말이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뭐라도 정리하지 않으면 터져버릴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쓰레기봉투를 들고 방 한가운데 섰습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