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으로 읽고, 냄새로 기억하는 아날로그의 맛
지하철 풍경을 보면 10명 중 9명은 스마트폰을 보고 있습니다. 저 역시 그중 하나일 때가 많습니다. 엄지손가락 하나로 세상을 스크롤하며 수많은 정보를 집어삼킵니다. 뉴스 기사, SNS 피드, 유튜브 영상, 전자책 등 정보의 양으로만 따지면 인류 역사상 가장 똑똑한 시대일지도 모릅니다. 저만 그런가요? 묘하게도 스마트폰으로 읽은 글은 머릿속에 오래 머물지 못합니다. 방금 흥미로운 기사를 읽었는데,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내용이 가물가물합니다.
온라인에서도 '서핑'이라는 말을 씁니다. 우리는 파도를 타듯 정보의 표면을 빠르게 훑고 지나갑니다. 효율적이고 빠르지만 깊이가 얕습니다. 어느 날부터인가 검색은 하지만 사색은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링크를 따라 끊임없이 다른 곳으로 점프하며 주의력은 산산조각이 납니다.
"빨리 결론만 말해."
"세 줄 요약 좀."
조급함이 우리의 독서 습관마저 잠식했습니다. 진득하게 앉아 한 문장 한 문장 곱씹는 힘을 잃어버린 시대. 더더욱 종이책이라는, 다소 불편하고 무거운 물성을 옹호하고 싶습니다.
서점에 들러 종이책 한 권을 샀습니다. 빳빳한 새 책의 표지를 넘길 때 나는 소리, "사락". 건조하고도 경쾌한 마찰음이 귓가에 닿는 순간 묘한 쾌감이 느껴졌습니다. 종이책은 시각만의 도구가 아닙니다. 촉각, 청각, 후각을 모두 동원하는 공감각적 체험의 도구입니다.
손끝에 닿는 종이의 질감은 어떤가요? 어떤 종이는 거칠고 투박하며, 어떤 종이는 매끄럽고 차갑습니다. 미세한 결을 느끼며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는 행위는 디지털 화면의 터치나 스크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실재감을 줍니다. 내가 지금 이 이야기의 어디쯤 와 있는지 왼손과 오른손에 쥐어진 책의 두께 차이로 직관적으로 알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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