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옷, 요새 유행 지났지 않아?
12화에서 집안 물건들을 대거 정리하라고 권했습니다. 저도 말로만 하면 안 될 것 같아 지난 주말 팔을 걷어붙이고 옷장 정리를 감행했습니다. "1년 이상 손이 안 간 옷은 과감히 정리하자." 이렇게 독하게 마음먹고 쓰레기봉투를 채워 나갔습니다. 뱃살 빠지면 입겠다고 모셔둔 꽉 끼는 바지, 비싸게 주고 샀지만 왠지 불편해서 안 입던 스웨터... 이런 것들을 미련 없이 떠나보내니 옷장이 아주 휑해지더군요.
그런데, 매몰찬 구조조정 속에서도 끝까지 살아남은 녀석이 하나 있었습니다. 족히 10년은 된 것 같은, 제가 차장 승진했을 때 아내가 사줬던 낡은 캐시미어 코트였습니다.
이 코트는 요즘 유행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젊은 친구들이 입는 것처럼 힙하지도 않고, 기장도 어중간하게 무릎을 덮습니다. 소매 끝은 세월을 이기지 못해 닳아서 반질반질해졌습니다. 원칙대로라면 진작에 재활용함으로 들어갔어야 마땅합니다. 쓰레기봉투 앞에서 옷을 들었다 놨다 몇 번을 망설였습니다. '아까워서'가 아니었습니다. 그냥, 이 옷을 입었을 때의 제 모습이 나답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비우면서 또 배웠습니다. 무조건 버리는 게 능사가 아니라, 나를 설명해 주는 물건을 남기는 게 비움의 완성이라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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