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해진 식물에게 배우는 기다림의 미학

멈춰 있는 시간은 죽은 시간이 아니라 뿌리를 내리는 시간이다

by 아마토르

"너도 이제 끝난 거니?"

아지트 한구석에는 화분이 하나 있습니다. 지인이 선물해 준 화분입니다. 처음 왔을 땐 잎이 반질반질하고 윤기가 흘러서 보고 있으면 기분까지 상쾌해지곤 했죠. 그런데 주인의 무심함 탓인지, 아니면 햇볕이 부족했던 탓인지, 이 친구 상태가 영 말이 아니었습니다. 잎은 누렇게 뜨다 못해 갈색으로 바스라졌고, 줄기는 힘없이 축 처져서 고개를 떨구고 있었습니다.

누가 봐도 회생 불가 판정을 내릴 법한 몰골이었습니다. 아내는 지저분하다며 얼른 갖다 버리라고 성화였죠. 죽은 게 확실해 보이는데, 그 녀석을 차마 내칠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화분을 다시 아지트 창가, 볕이 잘 드는 상석으로 옮겼습니다.

'당장 살아나지 않아도 좋다. 그냥 내가 곁에 있어 줄게.'


조급함이 망친 관계들, 그리고 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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