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이라는 강박에서 벗어나 온전히 낭비해 보는 기쁨
어느 수요일 아침, 침대에 누워 태블릿으로 유튜브를 보고 있었습니다.
화면 속에는 말 한마디 없는 누군가가 이탈리아 피렌체의 오래된 골목길을 그저 걷고 또 걷고 있죠. 벌써 한 시간째, 핸드폰 메모장에 영상 속 젤라토 가게 간판이나 예쁜 돌담길이 나오면 의미 없는 끄적임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화면에서는 타박타박 발소리와 멀리서 들려오는 성당 종소리만 울려 퍼집니다.
그때 안방으로 들어온 아내가 저를 한심하다는 듯 쳐다봅니다.
"아침부터 참 청승이네. 가지도 않을 거면서 남 걷는 건 왜 넋을 빼고 보고 있어? 시간 남아돌아?"
아내의 핀잔에 저는 머쓱하게 웃으며 키보드를 만지작거렸습니다.
"에이, 그래도 이렇게 골목 구석구석을 사람 걷는 속도 그대로 봐야 진짜 여행하는 기분이 나지. 요약본 보면 다녀온 기분이 안 나잖아."
말로야 그렇게 둘러댔지만, 아내의 말이 백번 맞습니다. 무척이나 비효율적인 시간 활용이죠. 유명한 관광지의 핵심 정보나 역사적 배경을 알고 싶다면, 깔끔하게 편집된 정보성 영상을 보거나 블로그 글 하나를 읽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굳이 다른 사람이 길을 헤매고, 신호등을 기다리고, 의미 없는 간판을 훑어보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똑같이 지켜봐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철저하게 생산성의 관점에서 보자면, 제 아침의 유튜브 시청 의식은 완벽한 시간 낭비이자 무용한 취미입니다. 하지만 저는 다음 주에도 굳이 이 길고 지루한 여행 영상을 틀어놓을 겁니다. 우리 삶에는 무언가 결과를 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무 쓸모없는 행위 자체를 즐기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참으로 피곤한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가성비'를 따지던 시대를 넘어, 이제는 '시성비'를 따지는 시대라고들 하죠.
영화를 볼 때도 2시간을 온전히 투자하는 대신 유튜브에서 '결말 포함 10분 요약' 영상을 보고, 책을 읽을 때도 핵심만 정리해 주는 오디오북을 2배속으로 듣습니다.1분 1초의 시간도 허투루 쓰면 안 된다는 강박이 우리 사회 전체를 짓누르고 있습니다.
우리는 젊은 시절부터 늘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채찍질을 당하며 살아왔습니다. 쉬는 날에도 가만히 있으면 뒤처지는 것 같아 불안해서 자기 계발서를 뒤적거리고, 취미를 하나 가져도 꼭 어딘가에 써먹을 수 있는 것을 고르려 합니다.
"골프를 쳐야 비즈니스 인맥이 넓어지지."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