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 시계부터 확인했다. 해야 할 일이 머릿속을 스쳤다. 빡빡한 스케줄러에 숨이 막혔다. 나는 다시 그런 삶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내 시계에는 알람이 없다. 스케줄은 헐렁하다.
하루 24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며 갓생을 바라는 사람도 있다. 1분 1초를 쪼갠다. 시간 관리 기법을 공부하며 시간을 붙잡으려 애쓴다. 삶의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시간 관리는 과연 가능할까.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멈추거나 늦출 수 없는 물리적 영역이다. 흐르는 강물을 손으로 붙잡으려 할수록 물줄기는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 그런데도 들린다. 시간을 잡지 못했다고 자책하는 목소리가.
경험에 비춰보면 시간이 부족했던 적은 없다. 시간을 다룰 준비가 부족했을 뿐이다. 자책하기 전에 이 사실을 먼저 직시해야 한다.
많은 이들이 시간 관리라는 함정에 빠진다. 오전 9시부터 10시까지는 이 업무, 10시부터 11시까지는 저 업무. 계획은 촘촘하다. 그런데 10시가 되었을 때 몸이 천근만근이거나 머릿속이 뿌옇다면 어떨까. 촘촘한 계획은 소용없다. 억지로 책상 앞에 앉아도 글자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멍하니 모니터만 바라보다 자책하며 또 시간을 흘려보낸다.
시간 관리에 집착하는 사람은 '양'에 집중한다.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지, 얼마나 오래 앉아 있었는지 기록하며 안도한다. 반면, 성과를 내는 사람은 '질'에 집중한다. 시간을 붙잡기보다 내 컨디션을 먼저 살핀다. 집중력을 온전히 끌어모아야 하기 때문이다.
시간은 파도와 같다. 파도를 멈추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서핑 보드에 올라 파도의 흐름을 탈 수는 있다. 이때 중요한 조건은 서퍼의 체력과 균형 감각이다. 오늘 하루라는 파도가 밀려오기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할 질문이 있다. "지금 내 몸과 마음은 얼마나 준비되었는가."
잠을 설쳐 집중력이 바닥난 상태로 억지로 버틴 3시간. 최상의 컨디션으로 몰입한 30분. 후자가 훨씬 강력하다. 컨디션을 챙기는 일은 잘 먹고 잘 쉬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내가 언제 가장 명료하게 깨어 있는지, 어떤 상황에서 에너지를 뺏기는지 기민하게 관찰하는 과정이다. 시간을 관리하려는 오만을 버리자. 에너지를 관리할 때 일상의 주도권을 되찾는다.
스케줄러에 할 일을 빼곡히 적기 전에 잠시 멈춰보자. 먼저 내 상태를 점검하는 '영점 조절'의 시간이 필요하다. 어깨에 힘이 너무 들어가지 않았는지, 어제의 피로가 여전히 목덜미를 잡고 있지 않은지 살핀다.
컨디션이 나쁘다면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일만 남긴다. 나머지는 과감히 덜어내는 용기가 필요하다. 모든 것을 해내지 못했다고 자책할 이유가 없다. 흐르는 시간 위에서 중심을 잃지 않고 서 있는 상태. 이 자체로 이미 충분히 잘 해내고 있다.
집중하기 힘든 아침이라면 무리해서 시간을 이기려 들지 말자. 흐름에 유연하게 올라탈 단단한 몸과 마음을 만들자. 오늘 아침의 우선순위는 바로 내 에너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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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맑은 정신으로 처리하고 싶은 단 한 가지 일은 무엇인가. 그 일을 시작하기 전, 내 컨디션을 1점부터 10점 사이 점수로 매겨보자. 스스로 안부를 묻는 일로 아침을 시작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