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레드와 블로그, 브런치를 차례로 배회한다. 움직임 없는 숫자에 화면을 다시 볼 때마다 기대는 줄어든다.
"요즘 참 재미없네."
혼잣말을 뱉으며 화면을 닫는다. 알고리즘 탓을 해본다. 사람들이 긴 글을 읽지 않는 시대라며 비판한다. 이는 명백한 도망이다. 진실은 단순하다. 기대했던 보상이 오지 않았을 뿐이다.
조회수 그래프가 바닥을 기고 하트 숫자가 멈출 때, 뇌는 즉각적인 방어 기제를 가동한다. 상처받고 싶지 않은 자아는 영리한 '스토리'를 쓴다. 글의 가치가 떨어진 것이 아니라 플랫폼이 망해가고 있다는 결론을 내린다. 나 저신을 속이는 치졸한 변명이다. 숫자에 휘둘리며 쓰기의 본질을 놓쳤다. 타인의 인정을 통장 잔고처럼 여기니 마음이 허기질 수밖에 없다.
모든 구차한 계산을 걷어내면 그 뒤에 남는 진실은 하나다. 조회수가 몇 회든 상관없이 오늘도 글을 썼다는 사실이다. 복잡한 머릿속을 문장으로 세우고 흩어지는 생각을 기록으로 묶었다. 이건 숫자로 환산할 수 없는 무게를 지닌다. 남들이 몰라줘도 내면을 응시하며 빈 화면을 채운 시간은 고유한 성취로 남는다. 어떤 알고리즘도 이 성취를 빼앗아가지 못한다.
재미는 남이 주는 선물이 아니다. 내가 내 글에 부여하는 의미에서 싹튼다. 반응이 좋을 때만 신나서 쓰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진짜 실력은 정적 속에서도 묵묵히 자판을 두드리는 힘에서 나온다. 얄팍한 숫자로 스스로를 평가절하하지 말자. 세상이 매기는 점수판에서 눈을 떼고 오늘 남긴 문장 앞에 선다. 누군가에게 읽히기 전, 나에게 먼저 닿은 이 글들이 절실한 구원이었음을 다시 깨닫는다.
플랫폼은 변덕을 부린다. 하지만 매일 쌓아가는 기록의 축적은 배신하지 않는다. 재미있어서 쓰는 단계는 이미 지났다. 쓰다 보니 삶이 비구름을 걷어내고 의미를 드러낸다. 이것이 기록하는 자가 누리는 유일하고도 강력한 특권이다. 오늘 나는 다시 쓴다. 숫자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