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말 쯤이었을까. 우연치 않게 2012년 지구 멸망설에 대해 듣게 됐었다.
당시 다양한 설이 있었는데 약 5200여년 전, 발달된 문명이었던 마야인들의 달력이 2012년 12월 21일에 끝난다는 이유가 가장 유력했다. 이를 바탕으로 <2012> 라는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하고, 각종 TV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책들이 출판되었으니 전세계적인 이슈이기는 했던 것 같다.
멸망설이 사실이든 아니든 '억울하다'는 마음이 가장 먼저 올라왔다. 해야하는 것만 하고 사느라 하고싶은 것을 한다고 했어도 원하는 만큼 세상을 경험하지 못했는데 그렇게 생을 마감하게 된다면 너무나 억울할 것 같았다. 그 때부터 하나의 질문이 시작되었고, 그 질문은 한동안 나를 사로잡았다.
2년 후에 내가 죽게 된다면,
남은 2년을 어떻게 보내야 후회하지 않을까?
멸망설을 신봉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혹여 그 때 멸망하게 되더라도 후회없는 삶을 살고 싶다는 마음에 하게 된 질문이었다. 이 질문을 붙잡고 있다보니 또래 청춘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세계일주'를 하고 싶다는 마음을 더 늦기 전에 실현해보고 싶어졌고 어떻게든 먹고 살아보겠다는 마음으로 이탈리아로 가는 비행기 티켓을 편도로 발권하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날이 따뜻했던 2010년의 어느 봄날, 나는 오스프리 배낭 55L를 매고 이탈리아 한복판에 숏컷을 한채로 서 있게 됐었다. (이 이야기 뒷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언제 생을 마감하게 되어도
후회가 남지 않을 삶.
내가 살고싶은 삶은 그런 삶이었다.
약 15년이 지난 지금, 또 다시 그 질문이 마음 깊은 곳에서 올라오기 시작했다. 하루를 살더라도 생생하게 살고 싶다는 바람을 담은 채로 말이다. 또 얼마간 이 질문을 잘 붙들어보려고 한다. 나는 어떤 삶을 살기를 선택하게 될까. 나의 삶은 어떻게 흘러가게 될까. 호기심이 든다. 다시 내게 묻는다.
2026년에 지구가 멸망하게 된다면
2024년 오늘의 나는 어떤 순간들로 삶을 채워야 후회하지 않을까.
오늘 하루를 어떻게 채워나가고 싶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