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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스안 Sep 04. 2021

영어 배워서 직접 해외 주식 시장을 공부해보려고요

영어 커뮤니티 만들기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면서 숫자와 프로그래밍을 좋아했지만, 안타깝게도 돈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뼛속까지 가난한 공대생 DNA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고장 나도 새 것을 사는 것보다, 버리지 않고 고쳐서 다시 쓰는 것이 훨씬 익숙했다. 하루 24시간 중에 20시간 이상을 앉아서 공부하고, 코드 짜고, 디버깅하고, 납땜하면서 보냈기 때문에 사실 돈을 쓸 시간도 없었다.


토요일 저녁, 공대 건물 뒤에 있는 매점에서 김밥 한 줄, 큰 신라면 컵라면, 콜라 500ml 하나를 사고 기숙사에서 미국 드라마 한 편과 함께 즐기는 것이 유일한 대학 시절의 사치였다. 나중에는 매점 아주머니가 얼굴을 기억해서 팔지 못하고 남은 김밥 15줄을 공짜로 주는 행복한 일도 있었다. 사실, 돈에 관심도 없었지만, 딱히 술도 안 하고, 담배도 안 하고, 친구들과 자주 놀지도 않았기 때문에 돈은 언제나 관심 밖이었다.


하루는 학교 헬스장에서 친구가 휴대폰을 보고 너무 좋아하는 모습을 보았다. 궁금해서 그 친구에게 다가가 보니 빨간색과 파란색의 막대그래프가 보였다. 처음에는 수학 과제를 하는 줄 알았는데, 그 친구는 "혹시 너 주식 알아?"라고 내게 물어보았다. "알긴 알지, 근데 사실 그게 정확하게 뭐가 뭔지 모르겠어!"라고 말하는 내게, 방금 주식으로 돈을 좀 번 그 친구는 음료수 한 잔을 사주면서, 그 뒤로 1시간 동안 공짜 주식 강의를 해주었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 숫자를 좋아하기 때문에 주식을 낮은 가격에서 사서, 높은 가격에 파는 주식 거래는 금방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매일 변하는 주식 시장의 변동성은 혼자서 이해하기도 예측하기도 쉽지 않았다. 미국 대학원에 진학을 하면서 연구실에 있는 여러 박사생들을 만났다. 그중에서 졸업을 내년에 앞둔 친구는 나의 사수가 되어 자신이 진행해왔던 연구를 하나씩 인수인계해 주었다


처음부터 시작해도 어려운 연구를 중간에서 시작하니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답답함을 끙끙대면서 밤새 혼자 실험실에서 연구를 하던 중에 사수 박사생 친구가 찾아왔다. 활발했던 처음 모습 때와 달리 너무 어두워진 내 모습을 보고 걱정돼서 찾아왔다고 말했다. 그 친구와 여러 이야기를 하면서 우연히 주식 이야기를 했다. 알고 보니 그 친구는 이미 경험이 많은 전문 주식 트레이더였다.


그 친구는 대학생 때부터 본인이 스스로 기업과 시장을 분석하고 예측하면서 투자를 해오고 있었다. 대학원에 진학한 뒤로 그저 몇 개의 메이저 회사의 주식만 보유하고 그 뒤로는 확인도 하지 않았던 내게, 세계 주식 시장과 글로벌 기업에 대한 매우 유용한 분석 방법과 정보를 공유해주었다. 물론 잘난 척으로 범벅된 귀에 거슬리는 말투였지만, 나름 일리가 있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가만히 듣고 있었다.



국내 주식 시장에서 미국 주식 시장까지 모두 경험하면서 미국 주식 시장과 글로벌 기업의 압도적인 크기, 규모, 그리고 수익성에 대해서 놀랐다. 주식 관련한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서 전 세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서로의 고급 정보도 쉽게 공유할 수 있었다.


YOLO (You Only Live Once) 트렌드가 점점 쇠약해지면서 강력하게 등장한 FIRE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d Early) 트렌드에 대한민국 모든 MZ세대들이 열광했다. 미국에서는 이미 정점을 찍고 서서히 넘어가는 단계였지만, 한국은 이제야 시작했다, 아니 폭발했다. 한 푼이라도 더 빨리 더 많이 벌고 싶어 하는 MZ세대들은 자연스럽게 주식, 암호화폐, 부동산, 온라인 쇼핑몰, 프리랜싱 등의 다양한 수입원에 눈을 돌렸다.


새롭지만 강력한 FIRE 트렌드 덕분에 상담 요청이 끊이질 않았다. 지인들의 빨리 한번 만나자는 요청들도 쇄도했다. 내가 알고 있는 주식에 대한 정보 때문이 아니라, 영어를 제대로 배워서 세계 시장에서 자신만의 수입원을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물론 한국 시장도 무시할 정도는 아니지만, 더 넓고 기회가 많은 세계 시장을 독점하기 위해서는 자신들의 실력을 키워야 했고, 실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더 유용하고 더 귀중한 정보가 필요한데, 그것들은 대부분 해외에서 찾을 수 있고 모두 영어로 쓰여있기 때문이었다.



지인의 소개로 상당한 양의 주식을 보유하고 자신이 직접 트레이딩 회사도 운영하는 30대 젊은 사업가를 영등포 어느 카페에서 만났다. 나이는 젊지만, 그분은 주식을 통해서 거액의 자금을 잃어 보기도 하고, 수 십배를 늘려서 벌어 보기도 했던 주식 전문가이었다.


대표님 : 제가 이번에 영어를 배워서 직접 글로벌 시장의 트렌드를 공부해 보려고요.

크리스 : 이미 영어는 어느 정도 잘하시지 않으세요?

대표님 : 뭐.. 외국인과 어느 정도 의사소통은 가능한데, 막상 해외 주식 시장과 글로벌 기업에 대해서 좀 더 깊게 공부할 때는 영어에 대한 부족함을 느껴요.


이미 주식을 통해서 수천 억의 거액도 벌어보았는데, 도대체 어느 부분에서 영어가 부족한 걸까? 속으로 너무 궁금했다. 영어 읽기, 듣기, 쓰기, 말하기 등의 다양한 레벨 테스트를 진행하고, 본격적으로 해외 주식과 글로벌 기업 분석에 대한 영어 기사와 논문을 함께 공부했다. 영어 단어 하나에 수 십억, 수 백억이 움직이기 때문에 우리의 영어 공부는 더 정확해야 했고, 더 정교해야 했다.



대표님 : Hey Chris, did you see the news that Amazon bought MGM Studios for $8 billion? How do you think the entertainment market will change? Do you think we should buy it?...

크리스 : Well, Daniel... you know about this better than me.


함께 영어를 공부하면 할수록 그분의 목소리에 더 큰 자신감이 생겼다. 그분은 내게 회사 전 직원의 영어 교육을 맡기면서, 글로벌 시장을 더 깊고 잘 볼 수 있는 자신보다 훨씬 더 뛰어난 인재를 키워달라고 부탁했다. 세계가 더 가까워지고 있는 지금, 글로벌 인재를 키운다는 그분의 판단력은 대한민국 최고의 글로벌 주식 트레이더답게 역시 탁월했다.

 



Be patient and well prepared for the bigger world you will show your full potent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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