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의 일주일
한 주를 되돌아보면 그 안에 수많은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나 요즘에는 내 삶에 수많은 사람과 일들이 들어오고 있음을 느낀다.
내 아이디어가 글로벌에서도?
지난 한 주의 가장 큰 이벤트는 아마 IDG와 관련된 일이 아닌가 싶다. 내가 메인 발표자는 아니었지만 우리 네트워크가 글로벌 팀이 진행하는 웨비나에 초대받았다. 글로벌팀과의 사전미팅에서 나는 꽤 많은 아이디어를 쏟아냈고, 다른 이들은 귀 기울여 주었다. 결국 여러 이들의 생각이 더해져 내가 말한 아이디어를 메인 테마로, 다른 멤버가 진행하는 액티비티 안에 그 아이디어가 들어가게 되었다. 재미있는 경험이다. 아마 안전하다고 느껴져서였을까. 완성되거나 완벽하지 않은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편안하게 공유하게 되었고, 또 그 아이디어를 다른 사람들도 좋아해 주고 함께 발전시키기도 한다. 그렇게 공동작업을 통해 웨비나를 잘 마치게 되었다.
함께 일하는 것을 배워가는 과정
그렇게 수많은 회의와 이메일,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함께 일을 하고, 무언가를 만들어가고 있다. 지난 5월에 N이 네트워크를 만들고 싶다는 연락이 와서 처음 미팅을 했으니 돌아보면 우리가 짧은 시간 얼마나 많은 것을 해왔는지 새삼스레 다가온다. 하지만 메시지나 이메일로 운영팀 여러 명이 연락을 주고받으며 커뮤니케이션을 하다 보니, 함께 일하는 과정에서 때로는 오해도 생기고, 서운한 마음이 드는 사람이 생기기도 한다. 그것을 하나하나 풀어가며 함께 일하는 과정을 배우고 있다. (그 덕에 4시간 동안 줌에 있던 날도 있다. 최장시간의 회의기록....)
새롭게 시작한 일
작년 서밋에서 스페인 출신의 V를 처음 만났다. 우리는 둘 다 PCC 코치라는 공통점이 있어 나중에 코치들끼리 무언가를 해보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누었고, 드디어 지난주 그 말이 실현되었다. IDG 안에서 코치들의 네트워크를 만든 것이다. 코치로서 IDG를 코칭에 어떻게 적용할지 서로의 고민을 나누고, 서로 배우기 위한 모임이다. 스페인의 V와 한국의 나, 그리고 캐나다의 S가 세 명의 운영진으로서 모임을 열고 준비해 나간다. 신기하게도 우리의 첫 모임에는 이탈리아와 스페인 코치들이 많이 왔고, 나의 도반인 이탈리아 코치님도 함께 해줬다. 신기했던 것은 버디코칭 파트너로 오래 함께하다 자연스레 연락이 끊겼던 한 코치님이 다른 네트워크를 통해 이 웨비나에 오신 것이다. 거의 일 년 만에 생각지도 못한 만남을 하게 되었고, 서로 반가워하며 10월에 스웨덴에서의 만남을 기약했다.
놓쳐서 아쉬운 일
아쉬운 일도 있었는데 작년부터 기다리고 있던 한 공모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일이었다. 주말에 멤버들과 온라인으로 회의를 하며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시간에 맞춰 작성도 완료하고, 마감일이 있는 오후에는 멤버들의 최종본 컨펌도 받았고, 메일만 보내면 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중간에 이동이 있다 보니 그 후 일정인 회의 하나를 마치고 제출을 해야지 싶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회의가 너무 길어졌다. 회의 중에 감정적인 일들이 오가서 집중하느라 잠깐 생각을 못하고 있다가 끝나고 나서 불현듯 마감시간이 떠올랐다. 이미 두 시간이 지나있었다. 부랴부랴 제출했지만 결국 마감시간이 지나서 제출했고, 다른 참가팀과의 형평성 때문에 검토할 수 없다는 응답을 받았다. 모두 나의 불찰이다. 그럼에도 기꺼이 괜찮다고 말해주는 멤버들 덕에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던 날이다.
그럼에도 이 경험을 하며 배운 것은 예전 같으면 자책하고 후회하며 보냈을 시간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이건 우리와 인연이 아니었나 보다'라고 흘려보내게 되었다. 하나는 서로를 비난하지 않고 괜찮다고 쿨하게 넘기는 멤버들 덕, 또 하나는 그동안 여러 실패의 경험들이 축적된 덕에 가능해진 일이다.
면접을 보고 프로필을 등록하다
면접이 하나 있었다. 한 외국회사의 코치풀에 들어간 것이다. 관계자분들은 서류로 제출한 나의 이력을 좋게 봐주었고, 다행히 면접을 무사히 통과해 프로필을 제출하게 되었다. 면접의 질문을 유창하고 조리 있게 답했다기보다 익숙한 업계와 관련된 질문들이라 할 말이 많았다. 또 회사의 확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현재 특정 나라의 코치를 찾고 있다길래 바로 코치인 친구와 연결해 줬다. 기분 좋은 연결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통과를 하고 그다음 단계인 프로필을 등록하게 되었다.
사람이 온다는 것
신기하게도 지난 한 주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연락을 청해왔다. 전화통화를 하기도 하고, 줌미팅을 잡기도 하고, 메일을 주고받기도 했다. 새롭게 알게 된 사람도,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사람도, 주기적으로 연락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제주에서, 일본에서, 싱가포르에서, 이탈리아와 슬로바키아에서 연락이 왔다. 근황을 나누기도 하고, 새로운 일에 대한 가능성을 탐색해보기도 하고, 고민을 나누기도 했다. 모두 기분 좋은 연결감을 주는 대화였다. 한 사람이 온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일인지, 또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다. 그들에게도 나와의 대화가 좋은 느낌으로 남았으면 하고 바란다.
내면으로 들어가는 주말
그렇게 무언가 꽉 찬 것 같은 평일이 지나갔다. 늘 사람들 안에서 말을 하거나 듣고 있었고, 무언가를 하느라 바빴다. 그렇다고 사람들을 너무 많이 만나 기운이 빠지는 것 같은 느낌은 아니다. 어쩌면 에너지가 올라가는 순간들이 많았고, 새로운 인풋에 자극이 되는 일이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반대로 내면의 에너지를 채워야 한다는 신호가 왔다. 무언가를 더 하지 않고, 비워내는 순간이 필요하다는 신호. 그래서 주말에는 아무 약속도 하지 않고 주로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장을 보고, 요리를 했다. 또 오랜만에 동네 카페로 달려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카페에서 좋아하는 맛의 핸드드립 커피를 마시고, 천천히 책을 보며 필사를 했다. 산책을 하며 길가의 식물에 눈길을 주기도 하고, 네팔에서 키우다 실패했던 씨앗을, 미희님이 새로운 씨앗을 보내주신 덕에 다시 처음부터 발아시키기 시작했다. 아침저녁으로 물을 주고 씨앗이 발아하는 과정을 지켜본다.
그렇게 수많은 연결 속에서 비움과 채움의 균형을 찾아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