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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wn Aug 12. 2024

발리의 행운은 누구에게?

코치의 일주일

함께 일하기의 어려움과 기쁨


부트캠프 창업팀을 코칭하는 프로그램은 중반을 지났다. 매주 해야 하는 과제들과 그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계속되는 팀별 회의와 코칭, 참석해야 하는 수업까지 팀들은 정신없는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처음 만난 사람들끼리 한 팀을 구성하고 공동의 목표달성을 위해 달려가는 일은 회사의 팀을 옮겨놓은 것만 같다. 전혀 다른 배경과 성향의 사람들이 함께 일하고, 또 꽤나 빡빡한 일정은 스트레스 상황을 야기하기도 한다. 그리고 각자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보면 당연히 갈등이 발생한다. 때로는 상대방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기도 하고, 기여도가 부족해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주차별 정해진 과제에 대한 코칭과 멘토링 외에 이번주에 가장 신경을 쓴 것은 팀빌딩이다. 서로에게 칭찬하기, 고마움 전하기, 각자의 소감 나누기 등 고생하고 있는 서로에게 마음을 전하는 활동을 넣었다. 어색해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무색하게 다들 상대에 대한 칭찬이 술술 나온다. 


중반이 지나니 나 역시 잘 해내고 싶다는 긴장을 내려놓게 되었나 보다. 팀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보인다. 늘 밤 10시에 코칭을 하는데 그때 열린 카페를 찾아 자리를 잡은 팀원, 유학 중에 귀국한 여름방학을 이 프로그램에 올인하는 팀원, 외국인 팀원이라 방학 때 고국에 방문했는데 시차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미팅에 늘 제시간에 자리를 지키는 팀원. 모두의 노력이 아름답다.



마감일을 앞에 두고 


코칭을 하는 것을 제외한 모든 시간은 한 사업의 마감일을 위해 달렸다. 완성을 하고 제출하기 위해서는 물리적 시간이 무척이나 부족해 보였다. 평소에는 집에서 밥을 해 먹고 점심에는 도시락을 싸 오는데 요리는 아예 손을 놓았다. 집에서는 거의 잠만 자고 나오는 수준이었다. 


그렇게 온 에너지를 쏟아부으며 마감시간 삼십 분 전에 겨우 업로드를 마쳤다. 어떻게든 완료를 목표로 달리면서도 이런 형태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올라와서 힘들기도 했다. 모두들 꽤나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었고 한숨은 십 분이 멀다 하고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이 일주일을 보내며 나는 한 선배에게 사람을 달리 보게 되었다는 말을 듣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내가 이런 압박 상황에서도 너무 Calm한(평안한) 상태라 놀랐다는 것이다. 물론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것을 감정적으로 가져오지 않으려 노력했을 뿐. 



발리의 행운은 누구에게?


발리행이 정해진 후 나는 주변에 함께 가고 싶은 사람이 있는지 물었다. 리조트의 남은 방을 예약하느라 혼자 트윈룸을 예약했기 때문이다. 물론 모처럼 혼자 가서 쉬는 것도 괜찮았지만 가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침대 하나를 기꺼이 내어주고 싶었다. 리조트에는 엄청 큰 풀장이 있었고, 근처에는 해변이 있는 발리 아닌가! 내가 프로그램을 들으러 오전, 오후 나가있는 동안 같이 간 일행은 편하게 리조트에서 시간을 보낼 수도 있으니 나름 자유롭게 쉴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직장인들은 일주일을 다 빼기가 어렵다고 하고, 육아를 하는 사촌언니는 아이를 놓고 가기 어렵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그러던 어느 날, IDG 아시아 네트워크를 함께 하고 있는 M이 연락을 해왔다. (이 그룹에도 침대가 하나 남으니 발리에 갈 사람이 있냐고 물어본 터다.) 


“내가 발리에서 하는 00 프로그램 공고를 웹사이트에서 봤는데 그게 네가 간다는 그 프로그램이니? 나 너무 끌림이 와서 너한테 물어보려고.” 


우리는 짧은 영상통화를 했다. 그리고 M은 나와 통화를 하던 중에 바로 프로그램 등록을 결정했다. 프로그램 등록 마감일, 발리로 떠나기 일주일 전의 일이다. 그리고 비어있던 내 리조트의 침대는 M에게 돌아갔다. 


M은 포르투갈에 살기에 예정에 없던 발리행은 엄청난 사건이었는데 이렇게 큰 결정을 간단하게 하고서는 일주일 내내 믿기지가 않는다고 메시지를 보내왔다. M과는 작년 10월 스웨덴에서 만났는데 일 년이 채 지나지 않아 발리에서 재회를 하게 된 것이다. 놀라운 인연이다. 


그렇게 딱히 준비라고 할 것도 없이 짐을 챙겨 발리로 향한다. 지난 일주일 고생한 것의 보상인 걸까. 처음 가보는 발리라는 여행지, M과의 재회, 또 새로운 배움이 기다리고 있으니 얼마나 신나는지 모르겠다. 


한 주간 고생한 나에게 감사를, 

그리고 예상치 못한 날들이 펼쳐질 다음 한 주에 미리 감사를 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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