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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맘맘코칭

육아가 겁나는 초보엄마들에게

엄마 역할, 하다 보면 하게 된다.

by 지혜코치

초보운전 시절을 기억하는가? 실기를 통과하고 도로연수까지 받고 나왔건만 실전은 다르다. 머릿속을 더듬어 가며 배운 순서대로 시동을 걸고 안전벨트를 매고 백미러 각도를 조절하고 기어를 올리고 살살살살 브레이크에서 발을 뗀다. 누가 가까이 붙기라도 하면 핸들이 휙 돌아가고 좌회전 우회전할 때마다 초긴장. 차선 갈아타기는 언감생심 꿈도 못 꾼다. 주차는 또 왜 이렇게 어려운가. 누구나 이렇게 진땀을 뻘뻘 흘리며 운전을 배웠을 것이다. 수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 아직도 운전이 어렵다는 사람은 흔치 않을 것이다. 어느 정도 하다 보면 몸이 알아서 운전을 한다. 운전 중에 대화는 기본이고 아이 시중드는 것도 능수능란.


거북이목 하고 초긴장상태로 벌벌 떨며 운전을 하고 있는데 옆자리 앉은 사람이 자꾸 훈수를 두면 어떤 영향을 받을까. 작은 실수로도 운전을 잘하네 못하네 평가한다거나, "연수 더 받아야지 되겠네"라고 혀를 끌끌 찬다거나, 너무 불안한 시선으로 조마조마해하며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면, 혹은 왜 그렇게 겁먹냐며 정신 똑바로 차리고 운전하라고 다그친다면..그랬다면 어땠을까? 운전이 더 쉬워졌을까 아니면 더 긴장되었을까. 또 만약 초보시절 모는 차가 비싼 외제차였으면 어땠을까? 내 실수 하나로 수백만원이 날아갈 수도 있는, 그런 차였다면 말이다.


엄마들이 지금 육아하고 있는 모습이 이와 똑같다. 엄마가 되었다는 것도 낯설고 힘든데 외제차 따위와는 비교할 수도 없이 귀한 아이가 내 앞에 있고, 모든 육아서와 전문가들은 그 아이의 인생이 내 어깨에 달렸다고 겁주고 엄마의 노력과 수고에 대한 공감과 인정보다는 '그러면 안된다'는 훈수와 간섭이 난무한다.


초보운전자들이 벌벌 떨며 도로에 나서듯, 엄마들도 조마조마해하며 육아를 하고 있다. 자칫 실수해서 아이를 망치기라도 하면 어쩌나, 나 때문에 우리 아이 뒤처지는 건 아닌가, 난 왜 이렇게 엉성한가, 모성이 부족한 건 아닐까, 난 엄마 될 자격이 없는 건 아닐까, 이런 비교와 평가, 그리고 자기비난이 엄마들을 옥죄고 있다. 이런 과한 책임감과 비교의식이야말로 엄마의 육아효능감을 떨어뜨리고 있다.


초보운전자에게 능숙한 운전실력을 기대할 수 없듯, 초보엄마가 엉성하고 실수투성이인 것은 당연하다. 목욕시키고 기저귀를 갈고, 이걸 어디 배우기를 했던가. 아니, 보고 자라기라도 했던가. 못하는 게 당연하다. 이걸 못한다고 모성이 없는 것이 아니다. 만약 아이가 차들이 쌩쌩 다니는 찻길로 뛰어드는데 모른 척 가만히 있을 엄마 아니라면 말이다.


모성과 엄마의 역할은 구분되어야 마땅하다. 모든 엄마는 모성을 가지고 있다. 자기 자식이 아플 때 마음 아프지 않은 엄마가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예방을 잘하고 간호와 치료를 잘하고, 결과적으로 잘 낫게 하는 것은 모성과 달리 엄마의 역할에 해당된다. 이것은 연습을 요하고, 자꾸 하다 보면 숙련되게 되어 있다.

이제 막 도로에 나서 놓고 운전 못한다고 자책하는 운전자를 보면 무엇이라 해주겠는가. '하다 보면 는다'고 말해주지 않을까. 엄마 역할도 마찬가지다. 초보엄마에겐 숙련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만 지나면 누구나 다 숙련도를 높여갈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모성을 의심하고 자기비난에 빠지는 기간을 줄일 수 있다면 엄마 역할에의 적응은 그만큼 빨라질 것이다. 그 과정에서 당신의 모성에 칼을 대고, 당신의 엄마 역할에 차가운 지식과 높은 기능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멀리 하라. 초보엄마들에게 필요한 것은 엄마로서의 정체성을 쌓아가고 자신만의 육아 철학을 공고히 해나갈 수 있도록 안전지대일 것이다.


20150720_134756.jpg 아직 초보인 내 운전솜씨. 삼십분만에 달려온 보험회사 직원으로부터 구제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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