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성현 Oct 29. 2018

셀카의 과도기 '하두리'

모두의 흑역사를 기억하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요즘이다. 똑딱이라고 불리던 콤팩트 카메라들은 거의 맥을 못춘다. 거의 웬만한 사진들은 스마트폰으로 다 촬영이 가능하니, 굳이 비싼 돈을 들여가면서 카메라를 살 필요가 없게 됐기 때문이다. 사진은 추억을 기록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 카메라라는 개념자체가 없었던 옛날에는 인간의 기억에 의지해 기억에 의한 기록을 그림으로만 남겼을 뿐이었다. 하지만 카메라는 장면 그 자체를 고스란히 담아내는 인류의 기록역사상 가장 획기적인 발명품이 아닐까. 


    지금은 누구나 손에 카메라 한대씩은 다 들고 다니지만, 불과 20여년 전만 하더라도 카메라는 흔치 않던 물건이었다. 게다가 요즘은 디지털 카메라라니. 20여년 전엔 필름카메라 조차 흔치 않았다. 집안에 도둑이 들면 가장 먼저 훔쳐가는 가전제품이 카메라였던 시절도 있었다.


    카메라가 본격적으로 우리 주머니 안으로 들어온 것은 2002년 즈음이다. 삼성과 LG 뿐만 아니라 해외의 모바일 기업들 또한 컬러 디스플레이를 내놓으면서 카메라 기능을 휴대전화에 탑재한 것이다. 카메라 기능과 함께 장착되었던 것이 바로 '사운드 시스템' 이었는데 벨소리는 16화음에서 64화음까지 업그레이드 되었고, 곧이어 MP3까지 휴대전화에 넣고 다니는 시대가 되었다. 


    휴대전화에 카메라가 있다곤 해도, 많지 않던 저장용량이 문제였다. 당시 삼성에서 개발된 MP3 플레이어의 용량이 고작 16Mb ~ 64Mb 였다. 물론 몇 년 지나지 않아 급속도로 발전한 기술 덕분에 128Mb 까지 개발되었지만, 휴대전화에 내가 원하는 모든 종류의 음악과 사진을 넣어다니기에는 참 많이 버거웠다. 


    그래서일까, 휴대전화 사진촬영이 상용화는 되었지만 일반적이지 않았던 시절이다. 또한 그 시절은 휴대전화 내의 카메라 시장이 과도기적 시장이다보니 현시대의 카메라와는 당연히 비교할 바 못됐다. 요즘이야 찍은 사진을 바로 개인 소셜미디어에 업로드가 가능하지만, 당시엔 참 어려운 기술이었다. 소셜미디어라고 해봐야, 소셜미디어 최초의 형태인 싸이월드가 고작이었고, 대부분이 개인의 소셜미디어보다는 커뮤니티 활동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이 무렵 자신의 얼굴을 PR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도구가 함께 한다. 바로 '하두리'다. 우리 세대에서 아마 '하두리' 에 사진 한번 안 찍어본 사람이 없을 거다. 


하두리 얼짱출신, 강예빈씨. 얼짱각도를 설명중이다.


    당시만 해도 여전히 인터넷은 영화 '접속' 의 감성이 그나마 남아 있던 시절이었다. 천리안, 나우누리, 하이텔 등과 같은 텍스트 위주의 PC통신에서 인터넷으로 넘어온지 얼마되지 않던 터였다. 영화 '접속'만 하더라도 텍스트 위주의 채팅으로 인해, 두 주인공이 서로의 얼굴도 모른 채 지나가는 시나리오가 가능했다. 요즘 소개팅에서 '선사진' 문화가 있는 것과는 너무나 먼 세월의 대조다. 어쨌든, 그렇게 서로 얼굴도 모른 채 채팅을 하던 시절에서 이제는 조금씩 얼굴을 까고 채팅을 하는 시절로 조금씩 변해갔다. 그걸 가능하게 했던, 가장 대중적인 상품이 바로 '하두리' 였던 것이다. 


    자신이 활동하는 커뮤니티에서 자기의 얼굴을 알리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하두리'를 찍었다. 당시만 해도 무슨 놈의 커뮤니티가 그리 많은지. 지역커뮤니티는 기본이고 10대 모임방, 20대 모임방과 같은 연령별 커뮤니티도 유행하던 시절이었다. 아니면 두 가지 모두를 합친 대구/10대 모임방 같은 별별 커뮤니티가 성행했다. 


    디지털 카메라는 너무나 고가의 장비였고, 휴대전화 사진은 너무 볼품 없고, 그래서 자신의 얼굴을 '하두리' 에 많이들 맡겼다. 그리고 하두리 문화와 함께 새로 등장한 단어가 바로 '얼짱' 이라는 단어였다. 그리고 이 얼짱에 대한 집착은 얼짱각도를 탄생시킨다. 사람의 머리 높이 보다 높게 위치한 웹캠을 이용해 턱이 작아보이는 효과를 주고, 여성들의 경우 앞머리를 양 볼 옆으로 늘어뜨려 볼살을 감추었다.


굳이 말안해도 다 알만한 헤어스타일

    

    무슨 이유에선지, 나 뿐만 아니라 친구들은 피씨방을 가게 되면 게임을 하기 전에 꼭 '하두리' 사진을 한방씩 남겼다. 지금으로 치면, 시도 때도 없이 사진을 들어 셀카를 찍는 것과 비슷한 것일까. 하지만 그때는 개인의 추억용이라기보다 각종 커뮤니티의 업로드용에 더 가까웠다. 그래서 '하두리' - 


    요즘은 개인소셜미디어의 발전으로 커뮤니티가 힘을 못쓰고, 있던 커뮤니티도 파편화되기 일쑤다. 오히려 커뮤니티가 형성된다기보다, 특정 인플루언서들을 중심으로 팬덤이 생기기까지 한다. 물론 당시에도 '얼짱'들을 중심으로 어느 정도의 팬덤이 형성되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과 다소 다른 양상은, 당시의 얼짱들은 개인페이지를 이용하기 보다 커뮤니티 내에서 주로 활동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싸이월드가 인기를 끌면서, 점점 개인화되기 시작했다.


    텍스트에서 사진으로, 사진에서 영상으로 넘어가면서 개인이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가고 있다. 얼굴을 감출 수 밖에 없었던 PC통신에서 생겨났던 수많은 동호회의 시대, 그리고 요즘과 같은 개인 인플루언서 시대의 중간지점에 바로 '하두리'가 있다. 


    하두리는 참 빨리 잊혀졌고, 사라졌다. 너무 화끈하게 붐이 일었지만 거의 대다수 사람들이 한번쯤은 사용경험이 있고, 빠른 기술의 발전으로 하루 아침에 사라졌다. 다만 우리가 찍었던 수많은 하두리 흑역사들은 도무지 왜 없어지지 않는가. 가끔 하드 한 구석에 짱박혀 있는 내 하두리 사진을 볼때면 웃다가도, 오글거리다가도, 결국은 현타가 오기 마련이다. 



글쓴이의 하두리 사진. 아, 현타온다. 노란 머리 안습. 게다가 저 티셔츠는 신창원 티셔츠와 같은 브랜드였다. 


    당신에게 '하두리' 란 어떤 기억입니까?



    p.s 지금도 구글에 '하두리' 를 쳐보라. 수많은 연예인들의 하두리 사진을 관람하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별만은 아름답도록, 서지원, 김성재, 김광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