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요讒謠

by finitor

1.

그곳은 어둡고 더러웠으며 거의 잊혀진 곳이었다. 북풍에 뒤치락거리는 안개가 소용돌이를 이루는 그 바다에서 가져온 기이한 것들이 김을 내뿜고 선창가 오랜 골목이 뒤틀리고 손 잡은 곳. 그을음과 서리가 슬은 작은 창문들. 초라한 해안에서, 부스러져 가는 옛 시대의 전승이 부식된 재목처럼 썩어가는 층층의 퇴적 위에서, 나는 그 책을 보았다.


2.

한 사람만이 알고 있었던, 무서움을 간직한 진기한 어구에 몸을 떨면서도 나는 가장 가까운 뭉치를 들어 품에 감추었다. 돌아가는 길은 갈수록 기이해지고, 벽들도 그와 같이 광란하고 내 뒤 멀리에서부터 보이지 않는 발걸음이 소리 없이 뒤를 밟았다. 민감한 개들은 내게 드리워진 악취를 두려워했다. 갈 길을 서두르는 나를 기묘하게 응시하는 무너질 듯 낡은 벽돌벽의 흐릿하고 수상쩍은 창문들.


3.

날마다 더욱 많은 것을 읽어나갔다. 나는 원의 가장 안쪽에 서 있었다. 잿빛 심연을 관통하는 바람 속에 휩쓸린 나는 완벽한 암흑의 속에서, 기묘하고 이질적인 별자리의 까마득한 밑에서, 우리에게 무지한 자의 손길로 지음받은 땅에서, 마침내 나는 암녹색의 빛이 내린 평원을 보게 되었다. 그 평원 위에는 멸망한 시기마저 짐작하지 못할 도시가 있었으며 그 도시는 내가 이제껏 알지도 읽지도 꿈꾸어 보지도 않은 양식으로 만들어진 형상의 탑으로 채워져 있었다.


4.

그리고 나는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