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용, 63세, 미술관 지킴이 봉사활동
저는 미술관을 자주 오는 편인데, 중. 장년으로 보이는 분들이 봉사 활동을 하고 계시는 것을 요즘 많이 보네요. 미술관에서 자원봉사를 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저는 공무원을 하다가 퇴직하고요. 인생 이모작으로 내 삶에 남은 인생 이모작으로 모니터, 서포터스, 주민참여, 봉사활동을 하면서 수원에 온 지가 4년 됐어요. 수원 사람이 아니에요. 수원에 온 이유는 우리 외손자가 수원에서 태어났어요. 아이를 돌보기 위해서 지방에서 집을 정리하고 수원으로 왔어요. 수원은 낯선 곳이어서 좀 더 알아보고 싶은 도시예요. 수원은 도청소재지잖아요. 경기도 도청소재지. 아무래도 경기도의 중심지잖아요. 그래서 다양한 시설, 다양한 곳을 다녀봤어요. 그중에서 제일 좋은 곳이 화성 행궁이에요. 행궁은 두 가지 특징이 있어요. 첫째는 이산 정조의 이상이 숨겨져 있고, 다산 정약용의 실학 정신이 살아있는 곳이에요. 이런 화성 행궁에 미술관이 생겼다는 것은 수원 시민에게 큰 도움이 돼요. 저는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는데, 미술관은 아이들 데리고 많이 와봤어요. 하지만 직접 와서 공부할 기회는 없었는데, 공무원 연금 관리 공단에서 협약을 맺어서 추천했어요. 그래서 퇴직 공무원들이 와서 작품 지킴이, 봉사활동을 하면서 이 미술관이 자리매김하는데 도움이 되고, 우리는 시간을 유익하게 보낼 수 있어서 오게 됐어요. 활동하면서 느낀 게 뭐냐면, 저는 개관할 때부터 왔거든요. 주 6회. 거의 매일 오다시피 했는데, 와서 좋은 점은 미술관이 무엇을 하는 곳인가? 미술관 큐레이터들이 기획 전시를 하는 것을 수원 시민들이 와서 보시고 어떤 기쁨을 느끼나? 어떤 생각을 갖는가? 또 무엇을 바라는가? 그러면서 미술관이 수원시민들 삶에 도움이 되고 수원시민의 삶이 향상되는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배우는 거. 나도 그 부분에 함께 하고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껴요.
자원봉사하시는 기간도 정해져 있나요?
이 미술관에서 허락한다면, 할 수 있는 때까지 해보려고 노력해요. 그렇지만 장담할 수 없어요. 미술관 측에서도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고, 미술관에서 새로운 사람을 원하는지 우리처럼 오랜 경험이 있는 사람을 원하는지 모르겠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지 하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살아오시면서 미술관에서 이렇게 오래 계신 건 처음이잖아요. 미술관이 주는 느낌이나 영향은 어떤지 궁금해요.
우리 사람들은 정신적 활동이든 육체적 활동이든 어떤 활동을 할 거예요. 무언가를 남기고 싶은 생각이 있잖아요. 대신 미술관에 전시되는 작품을 통해서 저에게나 관객들에게 공감이 되고 교류가 되잖아요. 그러면서 미술관이란 공간이 주는 느낌이 보다 나은 삶으로 향상하는데 기여하지 않나 생각해요.
개관 이후의 모든 전시를 보셨을 텐데, 어떤 전시가 기억에 남으시나요?
제일 처음 했던 전시가 수원 작가분들 1세대부터 4세대까지 모든 작품을 전시했던 것이 기억에 남구요. 수원시 출신의 동화작가 이억배 작가의 그림책 원화전이 있었어요. 이억배 작가가 그린 동화의 원화를 전시했는데, 참 많은 엄마와 아이들이 왔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는 김진송 작가의 상상으로 깎은 나무. 오토마타가 기억에 남아요.
교직에 오래 계시면서 많은 학생들을 가르치셨을 텐데요. 그 학생들도 이제 성인이 돼서 한창 자신의 길을 찾아가고 있겠죠? 요즘 젊은 친구들을 보면서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제가 봉사활동을 미술관에서 4일, 북수원 도서관에서 3일, 일일 도서관 하루. 일주일에 8번 나가요. 봉사 활동하면서 젊은 친구들을 많이 봐요. 젊은 친구들이 안쓰럽기도 해요. 아르바이트해야지, 학교 가야지, 리포트 해야지, 친구 만나야지, 봉사활동 해야지. 환경이 많이 변하면서 젊은이들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어요.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는 내 삶을 소중하게 여기고, 아주 조금씩 성실하게 임하면 이루어진다고 생각해요. 근데 우리 친구들은 꿈은 큰데 현실 활동을 안 해요. 하나 예를 들면, 도서관에 봉사활동 왔으면 스마트폰은 놔두고 4시간 동안 그 일에 몰입해야 되는데, 그렇지 않고 스마트폰을 계속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현실이 어렵고 힘들다고 해도 알바든 봉사활동을 하든 어떤 활동이든 스마트폰 하지 않고 몰입하면 그 몰입하는 과정에서 나름대로 노하우도 생길 것이고, 자신감도 얻을 것이고, 희망도 보일 건데 그렇게 하지 않는 것 같아요. 4시간 동안 책 정리를 한다면 책 정리에만 몰입하고, 그 몰입하는 과정에서 방법이 생긴다고 생각하거든요. 우리 젊은 날에는 스마트폰도 없었잖아요. 그냥 그 일만 했던 거예요. 몰입하던 중에 어떤 아이디어가 생기면, 삶에 자원이 되는 거거든요. 젊은이들이 취직도 안되고, 결혼도 안되고 부모한테 의지한다 하더라도 자기가 맡은 작은 일이라도 성심성의껏 몰입하면 길이 열릴 거라고 생각해요.
저도 한창 느끼고 있거든요. 버스, 지하철만 타도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분들이 대다수잖아요. 저도 그중 하나지만요.(웃음) 이전에 비해 사유하는 시간이 부쩍 줄고 쉽게 피로해지는 것 같아요.
새로운 가지게 된 취미나 새로운 활동을 시도하고 계신가요?
저는 40년간 초등학교에만 있었어요. 학교는 사회의 작은 축소판이에요. 그래서 많은 것들을 수용할 수 있어요. 이제는 학교를 떠나서 사회로 나왔거든요. 사회에서도 초등학교에서 하던 일이 거의 다 연관이 돼요. 미술관을 가든 박물관을 가든 도서관을 가든. 무얼 하든. 특별히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보다는 인생을 마무리하는 입장에서 일을 벌이거나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보다는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정리하고,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은 내 것이 아니니까 나누는 것이죠. 지금 제가 새로운 일을 시도하는 것보다는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서서히 하나씩 마무리하는 단계라고 생각해요. 그 일에 열중하고 있어요.
현재, 교직생활을 마무리하시고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계신데, 현재의 삶과 살아온 삶에 대해서는 만족하세요?
'로버트 프로스트'라고 있어요. 그 작가가 쓴 '가지 않은 길'이라는 시가 있어요. 물론 삶이라는 것은 만족할 수 없어요.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해 누구나 미련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가보지 않은 길보다는 현재 내가 가고 있는 길이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될 수 있으면 오늘 하루를 충실하게 보내는 것. 그래서 제일 중요한 건 'Now and here'예요. 지금 그리고 여기. 그러니까 오늘 하루를 충실하게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몰입하는 삶을 살면 현재에 대해 만족이나 불만족도 아니고, 과거 지향도 이나 미래 지향도 아니고, 현실에 'Now and here'
를 중시하면 큰 문제없이 즐겁고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현재 가지고 계신 바람이 있으신지?
나이가 있다 보니까 내일 일은 모르잖아요. 저는 천주교 신자예요. 오늘 일과 내일 일은 모르잖아요. 이런 생각이 들어요. 백세 장수가 축복이 되려면 건강해야 되거든요? 정신적으로 건강해야 돼요. 가장 걱정인 것이 치매예요. 나이 들면서 가장 무서운 게 치매예요. 치매. 서정주 시인은 매일 아침마다 자기 거실에 세계 지도를 그려놓고 100개의 강과 100개의 산을 적어놓고 외우면서, 치매를 예방했대요. 저도 사실은 치매가 가장 무서워요. 치매라는 것이 그 사람의 과거와 현실을 다 잊어버리는 게 치매잖아요. 늘 치매 활동을 예방할 수 있는 정신활동, 두뇌활동을 해야 해요. 저는 이 미술관에 와서 작품 보고 작가명 외우고, 오시는 관람객분들 보면서 정신적 건강이 유지가 돼요. 정신활동만큼 가장 중요한 것이 육체활동이에요. 우리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몸을 사용하면서 살아왔어요. 근데 이 몸을 쓰지 않으면서 살면 퇴화가 돼요. 나이가 먹으면 다 퇴화가 돼요. 물론 그것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육체활동이에요. 될 수 있으면 손수 내가 하고, 걸어 다니는 활동과 정신적 활동을 균형 있게 한다면 건강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치매도 예방되고, 그렇게 삶으로서 죽음도 건강하게 죽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시는 게 있다면요?
첫째, 먹는 것. 먹는 것부터 설명할게요. 담배도 안 하고, 술도 전혀 마시지 않아요. 건강음료, 청량음료, 카페인 전혀 안 마셔요. 우리 인간 몸은 인공적인 것보다 자연적인 것을 받아들이잖아요. 우선 물을 많이 마시고, 집에서 TV를 전혀 안 봐요. 안 보는 이유는 안구건조증도 있고, 시간도 확보하기 위해서 안 보는데, 안보는 대신에 인터넷을 통해서 웹서핑을 많이 해요. 인터넷에서 정보도 구하고 모니터, 서포터스로 활동하는 게 15개가 돼요. SNS가 활발해지면서 이제 오프라인 친구, 온라인 친구가 있잖아요. 만나서 차도 마시고 이야기도 나누기도 하고요. 하나 더 중요한 것은 내가 미술관에 왔거나 내가 하루 살면서 느낀 것을 글로 남기는 것도 좋아요. 그 글을 공모전도 내보기도 하구요. 중요한 건 먹는 것도 중요하고, 정신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온라인을 통해서 활동하는 것을 공유하고 그것을 통해서 조금이라도 소득이 생긴다면, 조금이라도 기부하는데 쓰는 것으로 활동하는 것이 제 활동의 가장 큰 목표이고, 현재 하고 있는 일인 거예요.
인생의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하셨어요. 늙음과 죽음에 대한 생각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듣고 싶어요.
죽음은 누구에게나 오는 거예요. 저는 나이 듦이라는 것은 삶을 마무리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삶을 언젠간 마무리 지을 거예요. 제 희망이 무엇이냐면, 이 세상에서의 삶도 중요하지만 그다음의 세상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다음의 세상도 현재의 삶과 연계되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현재의 삶을 즐겁고 보람되게 열심히 산다면 다음 삶도 천국이나 하늘나라가 아니라 그때의 삶도 현실과 같은 삶을 살지 않겠는가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세 가지를 생각해요. 감사하다, 기쁘다, 나누겠다.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이나 재산은 많지 않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은 내 것이 아니에요. 언젠가는 다 놔두고 갈 거예요. 그러면 나눠야 된다고 생각해요. 미술관에서 주는 식비 같은 것도 내가 먹고 사는데 쓰지 않고, 기부하는데 쓰고요. 나이 든다는 것은 슬픈 일도 아니고 기쁜 일도 아니고, 하나의 평범한 삶이라고 생각해요. 나이 드는 것은 뭐랄까 다음 삶의 준비 과정이고 웰빙도 중요하지만 웰 다잉. 참죽음. 참삶도 중요하지만 참죽음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죽음과 나이 듦에 대해서는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한다던지 생각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나이 들면서 생기는 문제들도 자연발생적으로 해결하고요.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이 들어가면서 젊은 세대와 생기는 갈등 문제가 아니라 평화롭게 대하는 삶으로. 나이 들면서 현재의 삶도 중요하고 기쁘고, 다음 삶도 그렇게 살아갈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저보다는 많이 사셨으니까 누군가의 죽음을 보시기도 하고, 상실감도 많이 겪어보셨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겪었던 상실과 애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저는 20대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염을 했어요. 그리고 성당은 장례미사가 가끔 있어요. 장례미사를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은 뭐냐면 죽음이라는 것은 어떤 고통도 아니고 희망도 아니고 현재 삶의 다음으로 가는 단계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 된다고 생각해요. 상실감도 물론 살아가면서 부모, 형제, 자식, 자신 마누라, 친척들, 제자들이 먼저 떠날 때. 희망을 느낄 때보다 절망을 느낄 때가 있어요. 아주 많아요. 학교 같은 경우는 할아버지 선생님을 좋아하지 않아요. 학부모도 그렇고, 아이들도 그렇고. 상실감을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에요. 그 상실감 때문에 나를 자해하거나 나를 낮춰 생각할 필요가 없고, 그 아이들이 사는 세계와 내가 사는 세계가 다른 것뿐이에요. 가치관의 갈등이고, 환경의 갈등일 뿐이에요. 그럴 때는 잠시 내려놓고 그 아이들을 바라봐요. 그 아이들의 입장이 되어봐요. 100%는 아니지만, 저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고, 그 상실감을 내 마음의 상처로 받지 않아요. 물론 극복하는 게 쉽지 않죠. 이겨내기도 쉽지 않고. 일단은 수업하다가도 아이들이 말을 안 듣고 심각할 때는 창문을 열고 하늘을 봐요. 그러면서 받아들였어요. 상실감을 느낄 때마다 자기 나름대로 어떤 해소 방법을 하나 만들어야 돼요. 잠깐 하늘을 본다거나 내가 왜 이 직업을 택했나 하고 멈추고 생각하면 돼요.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죽음도 몇 번 봤고, 장례미사도 몇 번 봤고, 염도 해봤고, 언젠 가 나도 갈 때 우리 아이들이 볼 것이고, 죽음도 커다란 문제가 아니고 자연스러운 것이고 상실감도 큰 게 아니고 그것을 해소하는 방법을 가지고 나름대로 해소해 나가면 돼요. 그것을 완전히 극복하거나 치유하는 건 안돼요. 또한 환경을 바꾸면 돼요. 그러면서 살아가면 돼요. 인간은 100% 만족할 수 없어요. 조금이라도 긍정적으로 보면, 그 삶은 즐겁고 행복할 거라고 생각해요.
애도 기간을 너무 오래 가지면 힘들잖아요. 그게 점점 옅어지기도 하지만, 그게 익숙해지긴 하는 걸까요?
우리 할아버지 죽음에 대해서 예를 들게요. 제가 제일 큰 손자이기 때문에 할아버지의 삶을 많이 봤어요. 89년을 살아가시면서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었어요. 제가 어렸을 때 할아버지한테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근데 막상 죽음 앞에서는 상처받은 마음이 없어질 줄 않았어요. 그렇지 않더라고요. 남아있어요. 지금도 가끔씩 생각나요. 그런데 세월이 흘러가면서 색깔이 옅어지고, 농도가 옅어질 뿐이지 무게가 적어질 뿐이지. 기억이 사라지진 않아요. 치매가 와서 잊을 순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남아있을 거예요. 근데 이제 할아버지의 죽음과 내 삶이 이제 그 자리로 갈 거예요. 그러면 할아버지에 대한 원망이나 그리움을 이젠 놓아줄 때가 됐다. 다시 말하면 이런 거라고 생각하면 돼요. 내 아내와는 펜팔 해서 오래 연애해서 결혼했어요. 살아온 환경도 다르고 생각도 다르고, 놓아주어야 된다. 그걸 서로 엮지 말고 나이 먹었으니까 놓아주면, 완벽하진 않지만 그래도 놓아줌으로써 어느 정도 해결되고, 그것으로 대안이 생기는 것이지. 놓아주기. 그것을 놓아주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개인마다 받아들이고 놓아둘 수 있을 때까지 차이는 있겠죠. 각자 다른 시간이겠지만,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씀이시죠?
네. 인내과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겠죠. 본인이 받아들이기까지.
제가 또 하나 말씀드릴 게 있어요. 이런 걸 생각해봐야 돼요. 제가 하는 것이 최고가 아니에요. 최선이 아니에요. 교육대학교를 나와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그쪽 방향만 봤을 뿐이에요. 내가 자라온 환경에서 그쪽만 봤을 뿐이지 다른 쪽을 보지 못했을 뿐이에요. 결론은 그거예요. 내가 봐왔던 거, 내가 생각했던 것, 내가 해온 것이 최선이나 최고는 아니에요. 왜냐하면 다양한 세계, 다양한 생각이 있을 수 있어요. 내 생각에 대한 반론이 온다면, 그에 대한 답변을 해줄 수 있어요. 그렇다고 내가 보고 내가 느끼고 내가 생각하고 말하고 쓴 글이 완벽하거나 완벽한 답은 아니란 말이에요.
새 학기 돼서 아이들 담임을 맡게 되잖아요. 그 아이들의 부모들을 만나게 돼요. 일 년 동안. 그러면 그런 걸 느껴요. 아이들 30명보다는 그 함께하는 학부모 60분이 더 힘들어요. 그분들과 대화를 해보면, 일반적인 환경도 있지만 특수한 환경의 경우도 많아요. 특수아동 같은 경우는 내가 알지 못했던 것, 내가 공부를 해야 하는 경우도 많아요. 그러니까 지금 다니면서 특별한 환경에서 오는 게 있을 거예요. 예를 들어 볼게요. 초등학교 4학년 맡았을 때인데요. 신내림을 받아서 무당이 된 엄마를 봤어요. 그때 제가 젊은 나이였는데,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대로 인정하니까 마음이 편했어요. 그것을 거부하지 않고, 무당이 되는 엄마를 있는 그대로. 엄마의 삶 그대로. 그 아이를 특별하게 보지 말고. 또 다른 경우는 특별한 종교의 아이들을 만나요. 학교의 의식이나 경례 같은 것도 하지 않아요. 그런 특별한 경우도 받아들였어요. 그러니까 문제가 되는 않았지만, 교사로서 해야 할 일을 안 했다는 자책이 들었어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니까 아무 문제없이 해결했어요. 아마 개성도 다르고 성격도 다른 친구들의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면 될 거예요.
함께 이야기 나누면서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어요. 제가 오래 고민했던 것들을 인터뷰하면서 나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인터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개월간 삶과 죽음과 관련된 강의를 들었던 적이 있었다. 그 강연을 들으면서 어느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맘껏 할 수 있었어 속이 시원했다. 이런 이야기만 꺼내도 우중충하게 무슨 그런 얘길 꺼내느냐며 대화의 화제는 전환되고,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죽음이 단지 우울하다고 꺼내서는 안 될 금기어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삶 속에서 생명력 넘치고 밝고 좋은 것을 보고 느끼면서, 죽음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열심히 슬퍼하고 애도해야 현재의 삶이 소중해지고 이전엔 불분명했던 것들이 더 또렷해진다. 이런 이야기를 나누기에 어쩌면 미술관은 참 멋진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상 촬영/ 편집 현지윤
사진 촬영 박태식
제작 지원 경기문화재단, 수원문화재단
촬영 협조 수원 아이파크 미술관
경기문화재단과 수원문화재단의 제작 지원을 받아 진행하는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