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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bok Jan 24. 2021

토요타도 다 나름의 계획이 있다

토요타가 전기차 사업에 소극적인 이유

[요약]

1. 테슬라의 공격적 성장과 엄격한 탄소 배출량 제한 규제로, 자동차 업계의 전기차 출시 경쟁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2. 토요타는 전기차 출시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며, 마치 전기차 경쟁에서 밀려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토요타는 자신이 원해서 경쟁에서 발을 빼고 있는 것이라고 보는 게 더 맞다.


3. 토요타는 1) 테슬라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일본 내수 시장에서 대부분의 이익을 창출하고, 2)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통해 환경 규제를 충족시키면서 시간을 벌고 있다.


4. 이렇게 번 시간으로 전고체 배터리 자동차를 출시해 게임 체인저가 되는 것이 토요타의 계획이다.



토요타는 자살하고 싶은 걸까?

내연기관 자동차가 퇴출되면, 자동차 산업은 붕괴될 것이다
- 아키오 토요다(토요타 자동차 회장) -


‘테슬라’라는 포식자가 일으킨 메기효과로, 자동차 시장의 전기차 전환에 점점 탄력이 붙고 있다. 폭스바겐은 MEB, 현대차는 E-GMP라는 순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발표하며 전기차 대량 양산을 예고하고 있다. GM은 아예 배터리 제조사인 LG화학과 합작법인까지 결성하며 ‘얼티움(Ultium)’이란 자체 플랫폼으로 싸움에 뛰어들고 있다.


그런데 이런 흐름을 거스르는 듯한 주자가 있다. 일본의 토요타 자동차이다. 작년 12월, 일본의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2030년 중반에는 모든 신차를 전기 자동차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발표를 내놓았다. 이에 대해 토요타의 아키오 토요다 회장은 ‘전기차로의 전환이 자동차 산업을 붕괴시킬 것’이라는 비판을 내놓았다. ‘탈 화석연료가 뒷받침되지 않는 이상 전기차가 환경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그 인프라 설치에만 150-360조 가량의 비용이 들 것’이라며 맹렬히 반발했다.


아키오 토요다 사장의 말이 완전히 허무맹랑한 것은 아니다. 전기차 혁명은 충전소 설치와 신규 모델 개발 등으로 인해 분명 기존의 내연기관보다 많은 사회적 비용을 가져올 것이고, 환경 보호를 위해선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 역시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제조사들은 불만을 내놓기보다, 피할 수 없다면 흐름을 주도하자는 마인드로 앞다투어 전기차 시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런데, 유독 토요타만은 내키지 않아 하며, 마지못해 움직이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19년 한 해 1,097만 대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자동차를 판매한 제조사였지만, 2020년 판매된 전기차 Top 10에 토요타는 찾아볼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뒤늦게 내놓은 순수전기차 출시계획 역시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하이브리드를 고집하던 토요타가 내놓은 e-TNGA 플랫폼 기반 순수전기차의 2025년 목표 판매량은 고작 50만 대다. 2020년 이미 50만 대를 판매한 테슬라조차도 2025년에는 300만 대 정도의 전기차를 판매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상황이기에, 토요타의 목표는 황당한 수준이다. 전기차 시장을 바라보는 토요타의 모습은, 마치 시험에서 매번 100점을 받던 전교 1등이 이번엔 70점만 간신히 넘고 싶어하는 것처럼 이상해보인다.

‘20년 1-10월 세계 전기차 판매 순위 (출처: SNE Research)


모두가 전기차로의 전환을 위해 앞다투어 달려가는 가운데,

이렇게 유독 일본의 토요타만 불만을 내놓으며 머뭇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토요타가 전기차 사업에 소극적인 이유 3가지


1. 테슬라는 일본에서 아직 듣보잡이다

토요타는 2020년(회계연도)에 총 895만대의 자동차를 판매했는데, 이 중 25%가 자국인 일본 내수 물량이다. 숫자만 보면 일본 시장은 30%의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 시장보다 덜 중요해보일 수 있다. 하지만 판매량이 아닌 영업이익 비중으로 보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토요타의 일본 시장 내 영업이익률은 10%에 육박하지만, 미국 시장은 2-3% 내외를 맴돈다. 때문에 전체 영업이익의 대부분인 64%가 일본 시장에서 나오며, 테슬라의 본거지인 미국은 전체 이익의 12% 남짓을 차지하는 서브마켓인 셈이다.

20년 토요타 지역별 판매 실적 (출처: TOYOTA FY2020 Financial Results, 자체 분석)


더 중요한 것은, 이렇게 토요타 이익의 대부분을 창출하는 일본 시장은 테슬라의 영향력이 매우 제한적인 ‘테슬라 방탄(Tesla-proof)’ 시장이라는 것이다. 일본은 테슬라가 세계에서 가장 고전 중인 시장 중 하나이다. 2019년을 통틀어, 테슬라가 일본에서 판매한 자동차의 수는 약 1,300여 대 내외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같은 시기 닛산 Leaf는 월 평균 약 1,650대씩을 판매하며 20,000대에 가까운 실적을 올렸다.


미국과 유럽, 한국까지 전세계 전기차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테슬라가 왜 일본에선 고전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크게 3가지 이유를 꼽는다.


이유 (1) 테슬라의 온라인 판매는 일본인들의 정서에 맞지 않는다. 일본인들은 자동차라는 고가 제품을 구매하면서 오프라인에서의 고객맞춤형 상담과 세심한 서비스를 기대한다. 하지만 제대로 된 딜러망과 서비스센터 없이 온라인 위주의 판촉에 집중하는 테슬라의 D2C 전략이 이런 니즈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인구1.2억 명에 달하는 일본 내 테슬라 전시장의 수는 단 4개에 불과하다.


이유 (2) 테슬라의 일본 내 브랜드 인지도가 매우 부족하다. 2019년 일본 니케이리서치에서 시행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놀랍게도 성인 1,000명 중 테슬라를 아는 사람은 불과 절반에 불과했다. 반면 앞서 언급한 닛산 Leaf의 인지도는 무려 98%를 기록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최강자인 테슬라가 일본에서만큼은 ‘듣보잡’ 수준으로 남아있는 것이다.


이유 (3) 일본 자동차 시장은 해외 브랜드에 철저히 배타적이다. 2019년 한 해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자동차 브랜드 Top 10 중 10개 모두가 일본 브랜드였을 정도다. 일론 머스크의 팬들은 이런 배타성이 테슬라만은 비껴갔다는 서프라이즈 뉴스를 원했을 지 모르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매년 500만 내외의 신차가 판매되는 거대한 크기의 일본 자동차 시장은 철저한 내수 시장이다.



2. 탄소배출 벌금규제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버틸 수 있다

전기차 시장의 두번째 성장동력은 환경 규제이다. 미국과 중국, 유럽 등 자동차 제조사들의 홈그라운드에서의 탄소 배출량 규제가 점차 강력해지고 있다. 2019년 유럽 연합 내에서 판매된 신차의 평균 탄소 배출량은 평균 122 g CO2/km였다. EU는 2021년부터 95g/km를 초과할 시 1g/km당 95유로의 벌금을 부과하겠다는 지침을 내놨다. 반면 올해 상반기 유럽에서 판매된 신차의 평균 CO2 배출량은 118.5g/km였다. 이렇게 되면 자동차 메이커들은 1대를 판매할 때마다 200만원, 10만 대면 2000억, 100만 대면 2조라는 천문학적 벌금을 내야 한다. 벌금을 내느니 차라리 사업을 접는 게 나을 가혹한 수준인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토요타는 2019년 97.5g/km의 배출량을 기록하며 압도적으로 이 분야 1위에 올랐다. 내년에는 95g/km라는 기준을 맞춰 벌금으로부터 자유로울 것으로 업계에선 예상하고 있다.


토요타는 어떻게 이 기준을 맞춘 것일까? 순수전기차만 친환경 차량이 아니다. 하이브리드 차도 친환경 차량이고, 토요타는 하이브리드차를 충분히 잘 팔고 있다. 실제로 2019년 토요타 유럽 판매량의 60% 이상은 하이브리드 자동차였다. 또한 1997년부터 2020년까지 판매한 하이브리드 모델은 누적 1000만대를 넘어섰다. 2020년 테슬라가 판매한 차량 대수가 약 50만 대인데, 토요타는 이미 한참 전인 1997년부터 매년 꾸준하게 테슬라만큼 많은 친환경 차량을 팔아온 것이다.


특히나 테슬라의 홈그라운드 미국에서 토요타는 빛나는 실적을 올리고 있다. 테슬라는 2019년 약 20만대를 미국에서 판매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같은 기간 토요타는 미국에서 27만대의 하이브리드차 판매 실적을 올렸다. 전년도와 비교하면 토요타는 28.7%, 토요타의 럭셔리 브랜드 렉서스의 판매는 43.1%나 증가했다.

주요 자동차 브랜드별 탄소배출량 순위 (출처: JATO.COM)

 

3. 비장의 무기 전고체 배터리

하이브리드로 시간을 벌었다면, 남은 것은 역전 전략이다. 테슬라와 폭스바겐, GM 등 쟁쟁한 경쟁자를 넘어서기 위한 토요타의 비장의 무기는 전고체 배터리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현재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이을 차세대 폼팩터이다. 주행 거리, 안전성, 충전 속도 등에서 리튬이온 배터리는 아직까지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여실히 부족한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이는 소비자의 전기차에 대한 불신과 의심으로 이어져 시장 성장에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한계를 넘어설 해결사로 전고체 배터리를 손꼽아 기대하고 있다. ‘전해질이 고체로 이루어진’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에 비해 이론상 월등히 우월한 스펙을 갖고 있다. 열을 가해도 팽창하거나 누출되지 않아 폭발/화재 위험이 없다. 에너지 밀도가 높아 1회 충전으로 800km까지도 주행할 수 있으며, 충전도 15분이면 끝난다. 전고체 배터리만 상용화되면 내연기관 자동차의 멸종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기대는 이런 이유에서다.


그럼 전고체 배터리는 누가 잘 만들까? 최근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는 미국 스타트업 퀀텀스케이프가 대중들의 폭발적 관심을 끈 바 있지만, 이 분야의 최강자는 명실공히 토요타다. (비록 상용화되진 못했으나) 토요타 산하 히가시후지연구소는 이미 2010년 경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성공한 바 있다. 이후 토요타는 전고체 연구에 매진해 1,000건이 넘는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며, 건 수로는 관련 특허의 30% 이상에 육박한다. 심지어는 2020년 도쿄 올림픽 개회식에서 프로토타입의 전고체 배터리 자동차를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 올림픽이 연기되며 프로토타입의 공개도 미뤄졌지만,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토요타는 4년 뒤인 2025년 전고체 배터리 자동차의 양산까지 공언했다.

전고체 배터리 특허 출원 현황 (출처: e-Patent, 조선닷컴)


결론: 토요타도 다 나름의 계획이 있다


결국, 토요타의 전략은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환경규제 벌금을 막아내며 버틴 후 전고체 배터리로 판을 뒤집겠다는 것이다. 성능이 부족한 리튬이온 배터리는 대충 건너뛰고, 전기차 주행 성능의 핵심인 배터리에서 초격차를 만들어 경쟁자들을 압도하는 것이 토요타의 계획이다.


테슬라, GM, 폭스바겐, 현대차, 심지어는 애플까지 많은 거인들이 전기차 시장 공략을 위한 저마다의 전략과 자체 플랫폼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토요타는 마치 전기차 출시 경쟁에서 밀려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토요타는 자신이 원해서 경쟁에서 발을 빼고 있는 것이라고 보는 게 더 맞다고 생각한다. 1) 테슬라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일본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하며, 2)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통해 환경 규제를 충족시켜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토요타 역시 다 나름의 계획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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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전기차 전문 매체 EV POST에 동시 게재되었습니다


Reference

- Toyota’s Chief Says Electric Vehicles Are Overhyped (Wall Street Journal, 20.12.7)

- TESLAS ARE SELLING EVERYWHERE BUT IN JAPAN (20.8.8, EVANNEX)

- Tesla Might Be World’s Most Valuable Automaker But Japan Didn’t Get Memo (20.7.29, Forbes)

- PUZZLED BY TOYOTA CEO’S ANTI-EV DIATRIBE? IT’S NOT UNUSUAL(EVANNEX, 21.01.03)

- Toyota Is Finally Making an Electric Vehicle, Plans More (Caranddriver, 20.12.7)

- Tesla U.S Car Sales Data (Goodcarbadcar automobile sales data and statistics)

- In 2019, Nearly 20,000 Nissan LEAFs Were Sold In Japan (Insideevs, 2020)

- CO2 emissions from new passenger cars in Europe: Car manufacturers’ performance in 2019 (ICCT, 2020)

- Toyota aims to sell 500,000 EVs in 2025, chasing VW's 3m (Nikkei Asia,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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