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Why Battery

K-배터리,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배터리 3사 위기의 원인은 정말 '캐즘' 때문일까

by cob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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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1.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와 유럽의 내연차 규제 완화로 K-배터리 업체들이 빠진 캐즘의 골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2. 하지만 재미있는 점은, 중국 기업인 CATL에게 이런 캐즘은 남의 일이란 겁니다.


3. 적자 행진을 벌이고 있는 K-배터리 기업들과 달리 CATL은 20%에 달하는 높은 영업이익을 구가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작년 하반기에는 주식 시장에서 신고가를 기록하기도 했고요.


4. 물론, 이를 두고 "중국 정부 지원으로 중국에서 전기차가 워낙 잘 팔리니 그런 것 아니냐."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5. 하지만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K-배터리 3사의 합산 점유율은 지난 4년간 18%p나 하락한 반면, CATL은 15%p나 성장했습니다. CATL의 출하량은 작년 한 해 YoY로 38%나 성장했고요.


6. 결국 K-배터리 업체들이 지금의 위기에 빠진 진정한 원인은, "시장 다운턴"보다 "CATL과의 경쟁에서 승기를 완전히 놓쳤기 때문"이 아니냐는 겁니다.


7. 중국과 경쟁하기 위한 K-배터리 업체들의 전략은 "선택과 집중"이었습니다.


8. 중국은 LFP처럼 중저가 & 낮은 품질의 시장에 강하고, 이 중저가 시장에서 한국 업체들은 중국의 원가 경쟁력을 이기기 힘들다. 때문에 한국 업체들은 중국이 쉽게 따라오기 힘든 프리미엄 & 고품질 시장인 NCM 시장에 집중해야 한다는 겁니다.


9. 하지만 NCM 시장에 집중한다는 것은, NCM이 "향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주류 기술이 될 것이다"라는 가정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10. 현재 NCM은 시장에서 주류화되기는커녕, LFP와의 경쟁에 뒤지면서 오히려 계속해서 밀려나고 있습니다. K-배터리 업체들 역시 함께 위기를 맞게 됐고요.


11. 한번 선택과 집중을 하게 되면, 우리가 선택한 기술을 시장의 주류로 키워내지 못할 경우, 기술과 함께 시장에서 아예 소외되거나 사장되는 결과를 맞을 수 있습니다.


12. NCM을 단순히 프리미엄 시장에 국한된 제품으로 남기기보다, 품질은 물론이고 보조금 없이도 LFP를 위협할만큼 원가 경쟁력이 높은 제품으로 키워냈어야 합니다.


13. 물론 어려운 일이죠. 하지만 만약 그럴 수 있다는 확신이 없다면, 애초에 한 영역에 선택과 집중을 하기보다 계란을 조금 더 나눠담는 것이 우월전략이지 않았을까요? K-배터리 업체들이 뒤늦게 미드니켈과 같은 저가 시장 공략용 제품을 내놓기 시작한 것처럼 말입니다.




전기차 캐즘은 한국에만 있다?


약 2년 전, K-배터리 업체들의 위기에 대해 한번 글을 썼던 적이 있습니다.


K-배터리가 하루 빨리 턴어라운드할 수 있기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썼던 글이지만, 아쉽게도 상황은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https://maily.so/electricshock/posts/xyow1nq8z28


주식 시장에서 반도체 기업들이 매일 신고가를 경신하며 불을 뿜고 있는 반면, 이차전지 기업들의 주가는 OEM 고객들과의 계약 해지가 연이어 발생하며 맥을 못 추고 있는데요.


K-배터리 업체들의 주요 고객들이 위치한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와 유럽의 내연기관차 규제 완화로 이차전지 산업의 '캐즘'의 골이 더욱 더 깊어지고 있다고들 말합니다.


하지만 재미있는 점은, 중국 배터리 선도주자 CATL에게 이런 캐즘은 남의 일이란 겁니다.


실제로 CATL은 적자 행진을 벌인 K-배터리 기업들과 달리 무려 20%에 달하는 높은 영업이익률을 자랑하며 굳건한 실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덕분에 CATL의 주가는 작년 하반기 신고가를 경신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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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 지원으로 중국에서 전기차가 워낙 잘 팔리니 그런 것 아니냐."


라고 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중국을 벗어난 글로벌 시장에서도 CATL의 약진은 놀라울 따름인데요.


우리가 '캐즘'이라고 알고 있던 작년 1-11월 간, "중국 제외 글로벌" 시장에서 K-배터리 3사는 역성장 혹은 10% 남짓의 성장률을 기록한 반면, CATL은 무려 37.5%나 성장합니다. 이외 BYD는 138%, Gotion은 66.2% 성장했고요.


dc2241ef15070bede3a3b9f0143604c8.png 사진 출처: SNE리서치


중국 외 글로벌 시장에서 K-배터리 3사의 점유율은 25년 1-11월 기준 37.1%을 기록했는데요.


이는 전년 동기 대비 7%p나 하락했고, 4년 전인 21년과 비교하면 무려 18.5%p나 하락한 수치입니다.


반면 CATL의 점유율은 21년 14%에서 25년 29%까지 15%p나 성장했고요.


이 쯤 되면, K-배터리 3사의 위기가 정말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전반의 위기 때문이 맞냐는 의문이 듭니다. 물론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다운턴에 진입한 것을 부정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K-배터리 업체들이 지금의 위기에 빠진 진정한 원인은, 시장 다운턴보다 "CATL과의 경쟁에서 승기를 완전히 놓쳤기 때문"이 아니냐는 겁니다.


a94439750451d353663ab140e6ee04f8.png 사진 출처: SNE리서치




선택과 집중, 과연 옳은 선택이었을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요?


사실 CATL의 위협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2010년대부터 많은 전문가들이 중국 배터리의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해왔습니다. 또 K-배터리가 한창 호황을 맞았던 코로나 전후 시점에도 K-배터리 업체들은 이에 대비해 나름의 전략을 세워 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K-배터리 업체들의 전략은 한 마디로 '선택과 집중'이었습니다.


비단 배터리 뿐 아니라, 모든 제조업에서 많은 전문가들이 중국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방법으로 "선택과 집중 전략"을 이야기하죠.


이 전략의 요지는 간단합니다.


중국은 상대적 중저가 & 낮은 품질의 시장에 강하고, 이 중저가 시장에서 한국 업체들은 중국의 원가 경쟁력을 이기기 힘들다. 때문에 한국 업체들은 중국이 쉽게 따라오기 힘든 프리미엄 & 고품질 시장에 집중해야 한다는 겁니다.


지극히 합리적이고 당연한 말처럼 들립니다. K-배터리 업체들 역시 이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그들이 가장 잘해왔고 앞으로도 잘할 수 있는 NCM 시장에 집중합니다.


하지만 결과는 그리 좋지 못했죠. 아시다시피 CATL을 필두로 한 중국 업체들이 높은 원가 경쟁력의 LFP 배터리를 더욱 고도화해 이를 무기로 시장을 점령해 나갑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요?


NCM 시장에 집중한다는 것은, NCM이 "향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주류 기술이 될 것이다"라는 가정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NCM은 시장에서 주류화되기는커녕, 오히려 밀려나버립니다.


실제로 한 때 IRA 등 각국 정부의 지원책 덕분에 비싼 기술이었던 NCM 시장은 일시적으로 원가 경쟁력 상승 효과를 얻습니다. K-배터리 업체들의 예상처럼 "주류화되는 것처럼" 보였죠.


그러나 곧 보조금이 축소 / 폐지되면서 NCM은 다시 급속도로 경쟁력을 잃습니다. 반면 LFP는 CTP를 포함한 다양한 기술을 통해 부족한 품질은 보완하고, 그 원가 경쟁력을 무기로 NCM의 자리를 비집고 들어오게 됐고요.


이는 우리가 결코 처음 듣는 형태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죠.


중국 업체들이 저가의 LCD로 물량 공세를 펼치자 한국 업체들은 상대적 고가 & 고품질의 OLED 시장에 "선택과 집중"하게 됩니다.


OLED가 훨씬 더 화질이 좋고 우월한 프리미엄 제품이라고 한국 업체들은 줄기차게 외쳐왔습니다. 하지만 끝내 OLED 시장은 비싼 가격으로 인해 소비자들을 설득하는데 성공하지 못합니다.


결론은 이겁니다.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영역에 선택과 집중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닙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우리가 선택과 집중했던 기술을 시장의 주류로 키워내지 못한다면, 결국 해당 기술과 함께 시장에서 아예 밀려나버리는 결과를 맞을 수 있다는 겁니다.


때문에, 선택과 집중 전략은 한마디로 배수진 전략이나 다름 없다고 볼 수도 있을 겁니다.


선택과 집중을 한다고 해서 중국 업체와 아예 별개의 프리미엄 시장으로 선을 긋고 여기에만 머무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쉽게 말하면, "시장은 중저가 시장과 고가 시장으로 명확하게 구분되니까, 중국 업체는 중저가 시장, 우리는 고가 시장을 차지하자"라고 단순하게만 볼 수 없다는 겁니다.


중국 업체들은 그들만의 무기로 중저가 시장을 끊임 없이 키워나갈 것이고, 이는 (시장 성장이 정체되는 국면에서는) 고가 시장이 축소됨을 뜻합니다.


때문에 정말로 해당 기술을 더 저렴하고 우수한 품질의 제품으로 구현해 중국 업체를 누르고 시장 전체를 차지하겠다는 야심이 필요합니다.


만약 그럴 수 있다는 확신이 없다면, 한 영역에 선택과 집중을 하기보다 계란을 조금 더 나눠담는 전략이 낫지 않을까요?


K-배터리 업체들이 뒤늦게 미드니켈과 같은 저가 시장 공략용 제품을 내놓기 시작한 것처럼 말입니다.


사실 늦게 내놨다고 해서 무조건 더 어려운 기술의 제품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이런 저가 시장용 제품들을 K-배터리 업체들이 한창 잘나갔던 시점은 4,5년 전부터 일찍 준비하고 더 날카롭게 닦아나갔다면, 시장 상황이 조금이라도 더 낫지 않았을까요?




지극히 개인적 상상에 기반한 이야기입니다


물론 "역사에 만약은 없다"라고들 하죠.


제 이야기는 한 때 관련 업계에 종사했던 사람으로서 "이랬다면 어땠을까?"하고 바라보는 지극히 개인적 상상에 기반한 일차원적인 시선에 기반한 내용입니다.


또한 저는 K-배터리 업체들의 이야기 역시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잠시 성장 지체 국면에 빠져있다고는 하나, 배터리 시장은 아직까지 많은 성장이 기대되는 유망 산업입니다.


한국 업체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글로벌 업체들과 경쟁하는 자랑스러운 분야이기도 하고요.


지금은 야구로 따지면 3회 말 정도에 와있는 시점이 아닌가 합니다.


비록 잠시 뒤쳐지고 있는 상황이라 "과거에 이랬다면 달라지지 않았을까?"하는 글을 써봤지만, 그들만의 경쟁력으로 다시 굳건하게 일어나리라고 기대하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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