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증세

날마다 시(1)

by 북청로 로데


충혈된 시선으로도 보고 싶다면 눈을 감는다

눈앞으로 너울처럼 일렁이며 헛것이 지나간다

무성영화 필름을 돌리듯 지직대는 잡음과 더빙한 목소리들

내 눈 속에는 무수한 기억들이 잠겨있다


열이 올라 머릿속을 비운다

내 모습은 뿌연 증기로 가리어져

하얀 칠판에 제멋대로 몇 글자 써본다

감기


한파가 몰려와서 열이 난다

집집마다 일찍부터 아프다는 소식이 이것이었구나

겨울이라서 아픈 건 아니라고 전해주고 싶다

겨울은 차가운 말투로 찾아와 앓게 한다


조금만 기다려보자

좀 더 지내보자

다음 계절에 우리는 서로 아프다고

몸이 기억하는 감기 증세로 봄맞이를 해야 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