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 대신 글
노동이라는 것은 냉정하여, 어떤 성과나 기술도 대가 없이 내주지 않았다. 매일 작업장, 주방, 목욕탕, 출산실, 연습실 문을 열고 들어간 그의 성실이 몸에 새겨진다. 통증이 자세를 만들고, 자세는 체형을 만든다. 반복된 행동은 버릇과 습관으로 남는다. 그렇게 어느덧 뱃심 든든한 몸통, 딴딴한 장딴지, 표정이 다채로운 얼굴, 짧게 다듬어진 손톱, 갈라진 발바닥, 청력 낮은 귀는 자신의 것이 된다. 젊은 시절, 아직 노동을 거치지 않았을 때는 상상하지 못했던 몸을 안고 살아간다. 오래 붙박인 사람의 뒤태를 본 후에야 내가 이들에게 들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다.
- 《베테랑의 몸》 프롤로그 중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