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대의 추억을 갖는건 쉽지 않지만, 공유할 수 있는 범위는 무제한이지 않나?'
내가 유한한데 타존재에 대해 무한대로 소유하겠다는건 과욕을 부리는 것으로 보여 그 시도를 '덤빈다'고 할 수밖에 없을거다.
이건 어떻게 생각하는가?
'소유'를 '공유'함에 대해서는 어떻게? 가능하겠는지?
내가 졸업한 초등학교는 폐교되었다. 수십 년이 지나자 그 시절 그곳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뜻을 모아 교실 한 동이라도 남겨보자는 취지로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진짜 제대로 기획했더라면, 학교 정문에 귀신고래 이빨로 아치 장식을 했을건데.. 못내 아쉬운 점이 되었다.
그 학교를 상징하는 존재는 바로 고래 포경선에서 잡았던 귀신고래 이빨이었던 사실을 프로젝트 기획팀원들이 기억해내지 못했던것 같다. 초등학생이 자기의 작은 키를 상아와 상대적으로 비교하지 못하고 학교 정문을 드나들 때마다 코끼리 이빨처럼 휘어진 고래뼈에 기가 눌렸던 기억이 없었던걸까. 아니면, 학교를 철거하는 과정에서 골다공증 환자의 골조직처럼 구멍 숭숭 뚫리고 찢긴 그물처럼 얽기설기한 뼈조직을 썩은 이빨 보듯 쓰레기 취급했을 수도 있다.
그렇게 쓰레기로 취급 했으면 팀원들의 기억 속 고래 뼈가 기억할만한 추억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봐야한다.
교복('정복'이라고도 불렀다)과 손잡이가 달린 여학생 가방. 반면 남학생이 들던 가방엔 끈이 달려있었는데... 왜 그랬을까? 남자애들이 끈을 어떤식으로 둘러매냐에 따라서 자기들이 재평가 되기도 했는데. 자칫 잘못 식품에나 갖다 붙일 '불량' 이라는 딱지가 학생들에게 덧붙여질거란걸 가방을 제작한 회사에서 상상이나 했겠는가. 모르고 대량으로 만들어진 남학생을 위한 가방은 추억에서조차 껄렁껄렁하고 뭔가 가방과 어울리는 교복을 코디하기 위해 모자도 삐뚤게 써야 어울렸고, 옷 단추 하나쯤 과감하게 풀고서 "자유 컨셉"이 됐어야 했다.
몽땅연필은 대표적 레트로 아이템 아닐까?
조카가 초등학교 들어가자 이상한 취미를 가지려고 했었는데, 굳이 장대처럼 긴 새 연필보다 몽땅연필을 쓰고 싶어서 인위적으로 힘을 가해 새 연필의 허리를 몇 마디 뚝뚝 분질러서 가공해줬다. 조카 필통 안에서 나란히 정열해 있는것도 난감한 연필들은 아이가 뛸 때마다 요란한 소릴 냈다.
그런게 '레트로'라고 해줘야하는 시대에 내 추억을 과대포장해서 전설의 고향급으로 내가 소유하고 있는 추억을 공유할 수 있었다. 만약 지금까지 그 시절 몽땅연필을 가지고 있었다면, 눈으로 보는 순간 대단한게 아니었네 싶어서 당장 새걸 쓰겠다고 했을거다. 몽땅연필을 가장 잘 아는건 나 였으니까. 몽땅연필 스스로가 전해줄 수 있는 전부를 다 보여준다한들 말 '한마디' 할 수가 없다. 내가 소유한 추억을 풀어놓으면 누군가는 공유할 수 있는 균등한 기회를 가질수 있다. 과거 장생포초등학교로 보존된 교실 한 동과 그 학교를 책가방 등져 매고 걸어보도록 만든 체험관이 공유자들에게는 전혀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줄거다.
추억은 먹고 입어봐야 만들어진다.
지금 와서 자백하는건데
조카의 감성이 올드한데는 내가 끼친 영향이 지대하다. 다행히 아이는 옛 것을 좋다고 하니 얼마나 다행인지.
'휴~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