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8일(목)
어제 이곳 예수원으로 올라와서 혼자
나사렛 숙소에서 하룻 저녁을 지냈다.
왠지 서글픈 생각이 들어 마음은 잠깐 이리저리 방황했다. 한 뼘 여유도 없는 내 맘의 숙소에는 번잡스러운 수 만 가지 잡다한 상념들이 들락거린다.
上山
캄캄한 밤 길을 익숙한 감각으로
숨 헐떡이며 예수원으로 올라왔다.
나무들 사이로 불어오는 찬기운은
날 반기는 공간의 손짓일 테지..
알알이 박힌 보석처럼
친숙한 이들의 미소 띤 얼굴은
내게 '잘 왔다'라고 보상한다.
숨 한 자락을 쉬어도 이렇게 촌스럽고 한껏 한가로운 곳에서 그들의 얼굴 보며 쉬고 싶었다.
어느새, 내 삶에는 틀이 만들어져서
털어내도 털리지 않고, 털고 싶어도
주춤하는 수동성의 반복이다.
이 때문에, '합리화'란 단어는
내 곁을 떠나지 못한 채 맴돌고 있다.
혼자 만의 여행.
혼자라서 할 수 있는 여행 일지라도
산을 오를 때면,
한두 명의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
길 옆 나무들 사이로 낙엽들이
공중을 맴돌다 떨어지고
발에 밟히는 고엽들은 세월을 머금고
짙은 향내를 뿌리는 시골. 밤.
힘껏 들숨으로 산이 뿜어내는 촌 냄새를 맡으니 느껴지는 안도감.
별의별 형상을 한 위로의 정서들
하루가 꽉 차지 않았는데도
하산 후에 챙겨갈 감성과 향취들을 맘 구석구석에 담고 있다.
늘 이곳으로 와야만 누릴 수 있는 소중한 것들이니 짊어지고 온 배낭에 구겨 넣을 사심일랑 내려놓자.
다시 와야지 뭐!
이제 밤 아홉 시. 타종소리가 들리고
수도원 곳곳마다 소 침묵이 흐른다.
다 쏟아내지 않는 말들은 잠시 멈추고
허용된 최소한의 언어들.
움직이는 바스락거리는 소리.
여닫이 문 소리가
너른 수도원에 주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