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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Why not Cu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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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icia Jun 25. 2020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

01. 프롤로그

준비부터 우여곡절이 많았던 여행이다. 혼자 하는 해외여행은 처음인지라 주위의 걱정이 많았고, 항공권을 결제한 당일에 소속 팀장의 임신 소식을 접했다. 팀이라고 해 봤자 팀장과 나 달랑 둘이었던지라 입덧이 심한 그녀를 두고 자리를 비울 엄두가 안 났다. 하지만 팀장은 헛구역질을 하면서도 '다녀오라'며 휴가원을 결재했다. '에라 모르겠다'하는 심정으로 비행기에 올랐다. (그리고 돌아와서 업무 폭탄을 맞았다.)


왜 쿠바였을까. 아직도 잘 모르겠다. 체 게바라를 존경했고 사회주의 유토피아를 꿈꿨지만, 여행 이유로 들기에는 역부족이다. 설명할 수가 없다. 그냥 가고 싶었다. 지천으로 깔린 맥도날드와 스타벅스가 없는 곳. 1950년대에 만들어진 올드카들이 질주하는 곳. 오랜 시간 외부의 손길이 닿지 않은 그곳에 가면, 나 역시 모든 그늘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믿었던 것 같기도 하다.


2016년 7월에 다녀왔으니까 벌써 4년이 지났다. 시간이 많이 흐른지라 가물가물한 기억이 많다. 쿠바의 상황도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더 희미해지기 전에 기록하기로 했다. 잊고 싶지 않아서.


아바나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을 땐, 혼자 떠나는 게 처음, 환승도 처음, 아시아 대륙을 벗어나는 것도 처음이었다. 그 처음을 '쿠바'로 택하지 않았다면 평생 후회했을 것 같다.


* 이 여행기는 철저히 내 감정의 흐름에 따라 쓰여질 것이다. 혹시 여행 정보를 얻기 위해 글을 읽는 것이라면, 시간 낭비가 될지도 모른다는 점을 미리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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