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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엔 무슨 일이?

2024의 마무리

by 코코아

1학년 마지막 시험인 일반물리학 기말고사 전 날. 시험 하루 전이지만 나는 출근을 했다. 오후 6시에 퇴근하자마자 저녁을 잘 챙겨 먹고 씻고 좀 한숨 돌린 뒤에야 물리학 공부를 시작했다. 시험 출제 유형이 전부 서술형이라서 예상 질문과 답을 준비하는 방향으로 해야 했는데 그게 좀 힘들었다. 어쨌건 해야 했으므로 하나씩 서술 답안을 쓰고 외우고를 반복했다. 일찍 끝내고 꼭 자고 나서 상쾌한 정신으로 시험을 치고 싶었는데, 하다 보니 밤을 꼴딱 새울 수밖에 없었다. 너무 힘들었지만 중간에 조금씩 쪽잠을 자긴 했으니, 그 에너지로 겨우 버티며 시험을 치러 들어갔다.


9시 시험이 시작되자마자 하나씩 답안을 써 내려갔는데, 앞 장은 잘 채워서 써넣었지만 뒷 장의 문제 몇 개는 결국 쓰지 못했다. 아쉽긴 했으나, 최선을 다했으니 만족하기로 하고 기숙사로 돌아왔다. 드디어 종강이구나. 정말 수고했어. 남은 12월은 집에 가 있다가 1월에 다시 내려올 예정이었으므로 기숙사는 퇴사 처리를 했다. 룰루.


집에 가는 기찻길. 기차를 타고 집과 학교를 오가는 건 언제나 여행하는 기분이라 좋아하는 편이다. 피곤한 날은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시험 끝난 날은 기차에서 자고, 집에 도착해서도 잤다. 너무 졸렸던 하루였다.

영롱한 아아

일도 하고 가족과 오랜만에 식사하는 시간도 보내고 친구와 조용한 카페에서 책도 읽고 수다도 떨었다. 혼자서도 연말 콘서트 등을 보며 놀러 다니다 보니 어느새 종강한 지 2주가 다 되어간다. 시간이 참 빠르다. 연말도 이제 일주일도 안 남았다.


항상 이 시기쯤 되면 한 해를 되돌아보게 되는 것 같다. 매 월 내가 했던 결정과 선택들이 어땠는지. 그래서 한 해 동안에 나는 무엇을 남겼는지 말이다. 다가오는 새 해에는 어떤 걸 하고 싶은지도 생각해 보게 된다. 아직 새 해의 계획을 명확하게 정하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호텔의 화려한 크리스마스

그래서 올해 2024년은 어땠고 뭘 남겼냐 묻는다면, 과정이 고되긴 했어도 20살 때 막연하게 바랐던 내 모습의 윤곽을 잡은 해라고 대답하고 싶다.


20살 때는 한의사가 돼서 개원하는 것도 꿈꿨었고, 카페가 됐든 재즈바가 됐든 내 공간 사업을 하고 싶다는 꿈도 있었고. 아니면 의류를 전공해서 프랑스로 넘어가 브랜드를 하나 내고 싶다는 꿈도 있었다.


뭐가 됐든 내 일을 하는 것이었는데, 올해 간접적으로나마 1인 프리랜서를 하면서 여러 가지를 느꼈고 대략적인 방향을 잡게 된 것만 해도 큰 성과가 아닐까 싶다.


브런치 작가가 된 것도, 러닝을 취미로 갖게 된 것도 너무 큰 기쁨이었다. 힘든 걸 말하자면, '공부'나 '일'과 같은 스케줄을 소화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고 해야 하나. 지금도 종종 그렇다. 어찌어찌 쳐내면서 살다 보니 가끔 쉬게 되어도 관성처럼 내 몸에 남아서 마냥 쉬는 것 같지 않은 순간도 있었고 말이다. 그래서 누군가와 만날 때나 나 혼자 쉴 수 있는 소중한 시간들을 행복하게 잘 보내려고 노력했다. 올해 만나게 된 인연들도 나에겐 정말 소중했다.


한편, 피해 갈 수 없는 1학년 성적도 남게 되었다. 예전 학교를 졸업할 때, 이제 시험과 나는 안녕이구나하며 좋아했었는데, 전혀 아니었다. 한 챕터를 마무리한 것에 불과했다. 또, 매 월 착실히 모은 적금이나 주식도 시간이 지나고 보니 내 기준에서는 꽤 모은 것 같다. 작년에는 공부만 하느라 신경 못 쓴 다이어트도 했고, 읽고 싶었던 책도 많이 읽었고 브런치 덕분인지 나에게는 글도 정말 많이 쓴 한 해가 되었다. 내년에는 뭘 하며 살아가고 있을지 궁금하다.


p.s 모두 한 해 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뜻깊고 따뜻한 연말 보내시기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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