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미딴, 멕시코 -Comitan, Mexico
20140919-20140920 맑음, 금하나 넘었는데 언제 흐렸었냐는 듯
부부가 여행에 대하여 이야기 시작할 즈음 멕시코는 가고 싶은 여행지에 속해있지 않았다.
순수미술을 전공한 내가 학부시절 가장 영향을 받은 작가 두 명 중 한 명이 이 곳 멕시코 출신인 '프리다 칼로'이기 때문에 멕시코 시티를 꼭 경유하고픈 마음 그 뿐이지 이 나라 자체에 대한 호기심이나 환상따윈 없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쿠바, 쿠바' 하는 이유가 알고 싶어 쿠바에서 시작하는 라틴아메리카 여행 경로를 생각하던 중 육로로 멕시코시티까지 올라갔다가 프리다 칼로의 파란집만 살짝 보고 멕시코 국내선 비행기로 유카탄 반도로 이동, 칸쿤에서 비행기를 타고 쿠바에서 시작하는 남미 여행을 계획하게 된 것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린 멕시코에 푹 빠져 3개월 동안 여행하고 쿠바를 계획에서 뺐다가 마지막 루트에 쿠바를 도로 넣게 된다)
언어와 사람들의 얼굴 생김새가 비슷한 중미 엘살바도르에서 1년 이상 살았으니 멕시코라고 뭐 별다를게 있겠나 생각했지만 역사 정도는 알고 가야지 싶어서 인터넷으로 틈틈이 멕시코에 대해 검색을 하고 있었는데, 멕시코에 다녀온 사람들의 반응들이 꽤 좋다. 게다가 다음 도시 산 크리스토발 데 라스 까사스에선 과테말라 셀라에서 무산된 스페인어 공부 계획을 다시 세울 수도 있을 것 같다. 물가가 싸고 쉬어가기 좋은 곳이라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서 스페인어를 배우고 있다는 정보를 들은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멕시코 남부로 시작해 와하까, 뿌에블로, 멕시코시티, 과나후아또, 과달라하라, 뿌에르또 바야르또까지 육로로 쭈욱 올라간 후 국내선을 이용해 칸쿤으로 이동, 유카탄 반도의 아름다운 카리브해와 넘치는 멕시코의 유적지들을 살피고 남미로 내려가기로 대강의 루트를 그리게 되었다.
생각보다 아주 길게, 기일게 멕시코 여행의 일정이 바뀌게 된 것이다. 부부가 멕시코 여행을 더 천천히 하겠다고 결심하게 된 건 꼬미딴에서의 하루도 크게 작용했다.
국경에서부터 미크로부스를 타고 꼬미땅에 도착한 우리는 산 크리스토발 데 라스 까사스까지 갈아타고 갈 버스비가 없어 꼬미땅에서 하루를 더 유숙하게 되었다. 계획은 오늘부터 하면 되는 것이기에 마음은 편하긴 한데 지도에서 본 꼬미땅이 너무 작아서 여행자들이 머물만한 호텔 같은 게 있을지 모르겠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터벅터벅 오르막을 오른다. 작고 아담한 가톨릭 교회가 나오길래 여기가 중심지인가 싶어 둘러봤는데 아무것도 없다. 지나가는 이에게 물으니 몇 블록 더 가야지 센트로가 나온단다. 크고 작은 좋은 호텔이 너무 많으니 가서 고르라는 말과 함께.
배낭의 무게를 견디기 위해 허리를 숙이고 걷다 보니 길을 만들어주는 돌멩이들이 참 정갈하다.
또 걷다 보니 향기가 난다. 아마도 우리가 꽃을 파는 거리를 통해 센트로로 들어가려나보다. 향기가 너무 진하게 나기에 고개를 들어보니 왠 걸, 꽃을 파는 '가게들'가 있다. 나의 탄성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몇이나 되려나. 우리가 살았던 엘살바도르는 꽃을 파는 '가게'를 보려면 꽃시장으로 가야 한다. 사람이 걸어 다니는 길 위에 낭만스러운 꽃가게를 열기엔 엘살바도르는 조금 삭막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육로로 국경을 두 번을 넘고 처음 만난 도시에서 마치 유럽의 어느 작은 시골 마을의 후미진 골목처럼 꽃으로 예쁘게 꾸며진 아기자기한 꽃가게 거리는 마누라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아기자기한 꽃집 거리를 두 블록 즈음 걸어 올라가니 센트로가 나타난다. 정말 상상 이상으로 예쁘고 깨끗하게 정리된 도시, 꼬미딴. 센트로도 꼬미딴도 크지는 않지만 멕시코라는 나라에 관심을 일으킬 만 한 충분한 매력을 가졌다.
도시를 세워 나가는 사람들이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 동네 구석 구석마다 아름다운 그림들, 조각들을 만날 수 있고, 많진 않지만 깨끗한 레스토랑과 카페들, 밤이면 마림바 소리에 슬금 슬금 나와 비를 맞으며 춤을 추는 사람들이 있다. 아침이 되니 은발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허리를 구부리고 조심스레 걸어 나와 데사유노(desayuno-아침식사)를 즐기며 일광욕을 한다. 인디헤나와 백인, 그 중간 어디쯤에 있는 사람들까지 같은 자세, 같은 표정으로 말이다.
하루 스치는 여행객이 이 도시에 대하여 무엇을 얼마나 알 수 있을까. 그래도 여행을 하며 여기 저기 둘러보다 보니 자동차의 경적 소리를 들으면 동네 사람들의 성격정도는 예상이 된다. 아니, 되는 것 같다. 우린 꼬미땅에 일박을 하며 신랑과 단 한 번도 그 익숙한 경 적소릴 들은 적이 없다. 할머니건 어린 아이건 좁은 인도에서 여행객인 우리와 마주치면 한 걸음 물러나 기다려 준다. 유럽이나 미국에서 '좋은 매너를 가진 사람들과 마주했을 때' 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뭔가 이 꼬미딴은 음,
예쁜 원피스를 입은 할머니와 거리에서 눈인사를 한 후의 느낌과 많이 닮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