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하까, 멕시코 - Oaxaca, Mexico
2014년 10월 09일 - 2014년 10월 11일
와하까 oaxaca는 산 크리스토발 데 라스 까사스 san cristobal de las casas 보단 따뜻하다.
밤에도 이불 한 겹을 벗겨내고 잘 수 있다. 단, 유적지 갈 때는 모자를 챙겨야 하고, 이에르베 엘 아구아 hierve el agua 갈 때에는 얇은 가디건을 챙기는 것이 좋겠다. 멕시코는 태양의 나라니까.
오아하까를 떠나는 날이다.
이것저것 하나씩 다 먹어보리라 다짐했음에도 아직 못 먹어 본 길거리 음식들을 바라보니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는다. 당초 예배를 위하여 멕시코 시티로 오늘 떠나기로 계획되어 있던 것을 길거리 음식들에 유혹에 넘어가 바꾸려고도 했지만, 갑자기 계획을 바꾸고 더 머물렀다가 알차게 보낸 곳이 한 번도 없었다는 신랑의 의견에 절대적으로 동의해 아침 일찍 버스표를 구매했다.
버스를 타기까지 한 10시간 정도가 남았다.
마지막으로 와하까에서 무엇을 해야 후회하지 않을까?
부부는 조용히 약속이나 한 듯 11월 20일 시장 mercado 20 de noviembre의 까르네 아사도 carne asado(고기 구이) 골목으로 걸어가 내 손바닥만 한 소고기 대 여섯 장을 과까몰 샐러드와 치리몰 그리고 머릿통만 남은 구운 파와 함께 꿀꺽 해치웠다.
나오면서 오아하까 명물인 쫄깃한 치즈도 사고,
쓰지도 시지도 않은 맛있는 자몽도 먹었다.
그리고 마누라가 제일 좋아하는 망고도!
깔도 caldo(중남미 사람들이 오래 끓여 먹는 고깃국의 종류)의 진화형 고깃국 뽀쏠레pozole도 먹고,
돼지머리 따꼬 taco와 바삭한 또스 따다 tostada도 먹는다.
보슬비가 충분히 어깨를 적실만큼 굵은 비가 되었다. 축축해지는 셔츠도 상관없이 맛있는 와하까를 즐겼다. 거리의 푸드 트럭에 대롱대롱 달린 전구들이 하나 둘 눈을 뜨기 시작했다. 우리는 사실 먹는데 정신이 팔려 저녁이 되어버렸는지도 몰랐다.
시계를 보니 벌써 출발 시간이 다 되어간다. 속이 든든하니 며칠 만에 매는 배낭도 거뜬하다. 우리는 씩씩하게 터미널로 향했다.
운치 넘치는 공원의 야경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이에르베 엘 아구아 hierve el agua랑 유적지들 빼고 남들이 다 낭만적이라고 좋아라 하던 와하까 시내에선 우리는 정작 무얼 했지?
"여보, 우리 정말 와하까에선 맛만 보고 간다."
하고는 둘이 깔깔깔깔 웃는다.
맛있는 게 너무 많은 와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