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할 수 없는 비밀 1부

에세이

by 코코조조

어릴 적 할머니는

나에게 한없이 사랑을 주는 분이셨다

어릴 적 나는 잠들기 전 할머니 품에서

할머니의 젖가슴을 주물럭거리면서 가지고 놀았다

아마 그때 실컷 가지고 놀지 않았더라면

왁뿌볼(가슴같이 말랑한 장난감)을 사서

가지고 놀았을지도 모르겠다

할머니는 내가 제법 무거워져도

업어달라면 어머니가 말려도 업어주셨다

할머니는 내게 ‘영감’

그리고 박사가 되라고 ‘조박사’라고 부르셨다

할머니는 이웃 할머니들이 모이는 아지트 같은

간이 건물에서 화투를 자주 치셨고

어머니가 식사 준비를 마치면

나는 할머니께 가서 ‘진지 잡수세요’라고 말하곤 했다

할머니는 식사 때마다

누나들의 불평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달걀 후라이가 담긴 반찬 접시를

항상 내 앞에 끌어다 놓으셨다

우리 집은 마당에 무화과나무를 키웠는데

할머니는 무화과 열매가 열리면 내게 따주시곤 했다

여름에는 설탕국수랑 열무비빔국수를 잘해주셨다

할머니가 손으로 비벼주는 비빔국수는 양이 많았지만

맛있어서 다 먹을 수 있었다

그런 할머니는 생활력이 강하셨는데

할아버지의 지원 없이

홀로 아버지와 고모를 키우셨다

가끔씩 빵 공장에 가서 일하고 오시거나

나이가 더 드셨을 땐

폐지를 주워모으셔서 고물상에 파셨다

나는 할머니가 고물상에 갈 때마다

리어카를 밀어드렸다

남의 시선을 의식할 나이여서

리어카를 미는 게 창피했지만

할머니에게 받은 사랑을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

할머니 혼자 무거운 리어카를 끌게 할 순 없었다

고등학교와 대학 생활은 너무나 할 일이 많아서

할머니와의 추억은 없었다

할머니는 볼 때마다 조금씩 작아지셨다

어머니는 젊으셨을 적과는 달리

집안일을 자기식대로 하기를 고집하셨고

할머니는 어머니 방식대로 집안일을 하지 않으면

어머니에게 구박을 받으셨다

옆에서 보면 도가 지나친 것 같아

가족들이 어머니에게 뭐라고 해도

어머니는 바뀌지 않으셨다

아버지가 참다못해 냄비로

어머니에게 헤드샷을 날리기는 했지만

할머니는 내가 대학교 다닐 때 돌아가실 뻔하셨다

폐가 안 좋으셔서

집에서 가정용 산소 발생기를 쓰시다가

병원에 입원하셨고 점점 몸이 약해지셨다

그때를 뒤돌아볼 때마다

할머니가 그대로 돌아가셨다면

좋았을 거란 생각을 한다

나는 할머니가 돌아가시게 내버려두지 않았다

나는 할머니를 설득하여

내가 찾아낸 대체의학으로 할머니를 치료했다

할머니는 폐병이 말끔하게 나으시고

산소 발생기를 사용하지 않고

일상생활을 하게 되었다

(대체의학과 현대의학은

모두 치료자와 환자의 마음이 치유라는 목표로

합심했기에 일어나는 일종의 마법이다

따라서 할머니가 나를 믿지 않았더라면

대체의학은 아무런 효과가 없었을 것이다

치유는 환자가 자신의 믿음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의사는 지인을 고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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