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한국전쟁을 겪으며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낸 후 기하급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서울과 수도권으로 몰려들기 시작하였고, 서울은 소위 '기회의 땅'으로 불려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한국전쟁 기점으로 약 70년이 지나가는 이 시점에도 여전히 서울은 전국의 인구를 흡수하고 있는 중이다. 그와 동시의 나의 고향 부산을 비롯하여 다양한 지방도시들은 빠르게 낙후되거나 발전이 정체되는 길을 걷게 되었다.
많은 지방도시들은 [ 대기업과 공공기관의 이전 ]을 학수고대하거나 애원하였지만, 늘 손에 잡힐듯한 애간장 타는 마음으로 세월을 보내야 했다.
어쩌면, 너무 일방적인 러브콜을 보내는 방식이었을지 모른다.
그리고 대기업이 유치되면 모든 지역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대기업 만능주의'의 경제 원리 작동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부터는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경우들이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많은 지방 도시들은 각자도생의 길을 잡기로 결심하였고 특히, 내 고향 부산은 '로컬'을 재해석하고 재창조하여 새로운 영리를 추구하려는 시도들에 도전하기 시작하였다.
결국, 오지 않는 대기업을 기다리는 것보다 차라리 새로운 '로컬'주의 생태계를 만들어 새로운 형태의 기업과 연합체 그리고 경제 주체를 만들어보자는 취지인 것이다.
비록, 그 시작은 미약하지만 이번 2024 부산디자인페스티벌을 참관하면서 느낀 것은 곧 이 생태계에 새로운 가속화가 시작되면 전혀 새로운 형태의 영리적 산업이 탄생할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면, 그 무엇인가의 '가속화'의 촉매제는 무엇이 될까?
예전에 로컬사업을 기획한다고 하면 습관적으로 [ 지역적 특색 ]에 지나치게 집중하고 포커스를 맞추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사실 동네 축제나 동네 지역 사업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시장에서 사장되는 경우가 정말 많았다.
하지만,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단순히 지역이 아닌 [ 시대적 관념과 브랜딩적인 결합 ]의 흔적들이 보였다.
부산이라고 한다면 [ 부산 사람들의 스타일 ] , [ 부산의 전반적인 느낌 ], [ 부산의 사투리 ]와 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와 브랜드적 확장을 가져가려고 시도하였다는 점이다.
지역적 특색만을 강조하는 것은 자칫 뻔한 '지역 축제'로만 국한될 수밖에 없는데, 무형적 관념이나 슬로건들이 브랜드와 결합했을 때는 새로운 프로덕트 상품으로 재편되면서 우리 일상생활에 스며들 수 있는 구조를 전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의류, 식기, 지갑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2024 부산디자인페스티벌에는 특히 외국인 관광객과 바이어들이 많이 참여하였음을 느낄 수 있었다.
더불어 외국인 바이어들이 많이 들리는 부스들이 있었는데 바로 IP관련 산업 (뽀로로, 핑크퐁, 카카오프렌즈
와 같은 캐릭터들을 이용해서 장난감, 옷, 학용품, 만화영화, 게임 등으로 이용해서 돈을 버는 것을 IP 산업이라 한다.)들이었다.
IP 산업이 외국 바이어들에게 눈길을 끌었던 것은 '산업적 유연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각 자국의 IP산업과 콜라오와 결합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부산의 독창적이고 고유한 IP산업에 관심을 가지는 모습들을 곳곳에 볼 수 있었다.
사실, IP 산업에 로컬 브랜드들이 가능성을 본 것은 대표적으로 '카카오프렌즈'였다.
2023년 카카오의 IP 비즈니스 매출은 1조 2,678억 원으로 불경기 속에서도 꾸준히 사업의 경계를 확장해나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카카오프렌즈 또한 각 지역의 특징에 맞는 캐릭터들을 콜라보 상품으로 출시함으로 경쟁력을 쟁취하고 시장을 선점해 나갔던 선사례 들은 부산에서 로컬을 탑재하여 경쟁하려는 후발주자들에게 큰 귀감이 되는 사례가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부산은 로컬적 특성을 적극적으로 F&B, 의류, 미디어에 적용하기 시작하였고 대표적으로 부산광역시 '부기'를 테스트베드로 열심히 실험 중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부산도서관에 부기가 떴다'… 부산시 소통 캐릭터 '부기존' 조성 - 뉴스 1
태생적인 지역적 한계와 산업적 한계를 가지고 있는 부산이 '로컬'산업을 재해석하고 다시금 로컬에 투자하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수익 창출 구조의 다변화와 더불어 플랫폼의 등장일 것이라고 본다.
예전에는 대기업 주도의 공산품과 가전제품 그리고 규모가 있는 제품으로 규모의 경제로 수익원을 창출하였다면 현재는 콘텐츠 산업과 반도체와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이 산업 전반을 이끌어 가고 있다.
특히, 대기업 본사가 전혀 없는 '부산'은 [ 관광 ]이라는 키워드 값에서 새로운 기회를 지속적으로 모색해나가야 했다.
그리고 그 해답의 실마리가 바로 부산에 거주하는 그리고 부산을 거쳐간 마지막으로 부산을 사랑한 MZ세대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본다. 대표적인 예시가 부산의 로컬브랜드 '발란사'이다.
발란사는 부산뿐만 아니라 서울 성수동에서도 그 인기를 체감하고 있으며 부산이라는 브랜드를 재해석하고 각색하여 전달하고 있다. 그럼 그 브랜드의 가치를 받은 MZ세대는 그대로 여과 없이 각자의 플랫폼으로 가치를 전달하고 있으며 그 가치는 몇 초의 업로드를 통해 전 세계를 돌아다닌다.
지정학적으로 종착역인 부산행이 온라인의 플랫폼에서는 그 시작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좋은 사례라고 본다.
돼지국밥과 패션브랜드 ‘발란사’ 라면으로 하나 되다 - 부산일보
아직 부족한 점은 많지만 부산에서도 위와 같은 선례를 이용하여 적극적으로 플랫폼 가치를 키우기 위한 노력들을 하고 있다. 어쩌면, 표면적 대기업 본사 유치보다 차라리 도시 자체를 플랫폼화를 하여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콘텐츠가 유기적으로 상호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실험을 해보려고 하는 것 같았다.
물론, 이 시도가 시도에서 마무리가 되는 것이 아닌 시의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이 필요할 것이다.
사실 이전에 도수 많은 부산 로컬브랜드들이 탄생하였고 사라지기를 반복하였다. 어쩌면, 그 당시 심하게 말하자면 로컬 브랜드 자체를 아예 방치하거나 자생적으로 생존하기만을 바라봤던 부분이 많았다.
제대로 된 기업이 한 지역에서 성장을 할 때 인프라와 관심이 필요하듯 로컬 기업과 로컬 브랜드는 더 세심한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
결국, 지역의 상징성을 가지고 영리 목적의 전선에 뛰어드는 것인데 그 로컬 브랜드의 상징성인 지역이 관심과 투자가 없다는 것은 사실 말이 안 되는 것이다. 해외 사레를 살펴보아도 어떤 로컬 브랜드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지역 주민의 관심과 지역 행정 기관의 투자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미래발전적 지역기금을 설치하여 [ 지속가능성 ]을 담보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그동안의 우리는 수직적인 행정처리나 일시적인 이벤트성의 공약으로 돌아가는 메커니즘이 팽배하였다.
늘 협의체와 협회 및 협의회의 구성도 정부 관계자, 기성 기업인들 위주였다.
앞으로의 새로운 얼라이언스는 우리가 늘 생각하는 기업-주민-로컬 기업의 이 삼각체제를 생각해서는 안된다.
다자적이고 복합적인 참여 주체를 생각해야 하며, 그 주체 안에 [ 외국인과 외국 기업 ]까지 고려해야 하는 글로벌 로컬 사업으로 확장해야 앞으로의 지속가능성이 담보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제대로 로컬 기업을 지역에 뿌리내리게 하려면 그들을 인큐베이팅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어막과 구제기구 그리고 정치적 영향의 독립성을 가진 새로운 형태의 얼라이언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그런 딱딱한 위원회가 아니란 말이다...
앞으로 지방도시들은 더욱 연대하고 새로운 기업의 형태를 탄생시키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기존 대기업이 맨 앞장서서 대한민국 산업의 전반을 주도하는 시대는 이미 끝이 나고 있으며, 많은 대기업들도 이제 그 동력의 힘이 예전만큼 강하지 못한 것도 현실이다.
결국, 단순 동네잔치로 머물지 세계인을 우리 지역으로 찾게 하고 더불어 새로운 기업적 가치를 가지게 할 것인지는 현재 정부, 지자체 그리고 로컬 브랜드 대표님들의 목소리가 어떤 방향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느냐? 일 것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