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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ya Jun 17. 2022

사진이 말하고 싶은 것들

김경훈


우리는 침묵 속에서도 수많은 대화를 나눈다. 몸이 가는 대로 춤을 추고, 마음이 가는 대로 그림을 그리고, 시선이 가는 대로 사진을 찍음으로써 많은 것을 이야기한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언어'와 같이 몸의 언어인 춤을, 감정의 언어인 그림을, 시선의 언어인 사진도 함께 사용한다. 그렇게 우리는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사랑에 대해, 슬픔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듯 언어는 오해를 가져오기 마련이다.


말을 하기 전에 적절한 표현을 고르고 전하고 싶지 않은 말을 삼키듯,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장면만을 카메라에 담는다. 사진은 무엇을 의도적으로 보여줌과 동시에 많은 것을 의도적으로 배제시킨다. 그렇게 완성된 사진이라는 시 한 편은 누군가에게는 감동을, 누군가에게는 영원한 오해를 심어주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진으로 누군가가 피해를 입지 않는다면 의도를 가지고 찍은 사진을 비난할 수 있을까. 현재 사진의 의미는 기록 이상의 가치를 담고 있다. 어떤 인물이나 기업의 브랜드를 만들기도 하고 사회적인 문제를 고발하기도 한다. 우리는 사진을 '기록물'로서 그 사진에 담긴 장면의 진위 여부를 판단하거나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창작물'로서 그 사진에 어떤 메시지를 담고 싶었는가를 판단하는 것이 더 중요해 보인다. 우리가 인터넷에 부유하는 말들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처럼 누군가가 찍은 사진 또한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사진은 자체로 말을 하지도 말하고 싶은 것도 없다. 그저 우리가 사진이라는 언어를 사용할 뿐이다. 남는 것은 사진이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사진으로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또 그 사진에서 무엇을 보고 싶어 하는지가 아닐까.




사진만이 가지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고유한 속성은 찰나의 순간을 기록하여 영원히 남긴다는 것입니다. 사진에 찍힌 뒤 현실 속의 피사체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변하거나 소멸되어 가지만, 사진 속에 정지된 채로 담긴 피사체들의 이야기는 변함없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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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징적이고 함축적인 언어로 감성에 호소하는 시와 같은 속성을 가진 사진의 성격상 한 장의 사진이 보는 사람에 따라 수많은 다른 해석을 갖게 되는 것은 사진의 한계이자 피할 수 없는 숙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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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우리는 이미지가 언어가 되어 버린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거짓말을 판별하며 살아온 것처럼 이미지라는 언어의 진실 여부를 판별하며 살아야 하는 것이 21세기 인간의 숙명이 된 것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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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과 노출을 손으로 맞추던 인간의 능력을 훌쩍 뛰어넘는 카메라들의 등장으로 이제는 누구나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면서 좋은 사진, 잘 찍는 사진의 기준은 사진에 어떤 이야기를 담고, 어떤 느낌을 전달하며, 보는 이들에게 어떤 감정을 느끼게 하느냐로 바뀌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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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소프트웨어적인 측면, 즉 이미지로서 이야기를 전달하는 측면에서 보자면 사진은 시에. 동영상은 소설에 비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짧지만 강렬한 언어, 비유, 은유, 상징으로 이루어진 시처럼 사진은 사진만의 독특한 느낌과 여운으로 우리를 매료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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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보도 사진가 제임스 나처웨이는 때로는 총탄에 맞아 부상을 당하면서도 계속해 온 보도 사진 취재의 의미가 "우리 사회에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들의 소리를 자신의 사진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것"이라 이야기했습니다. 



<사진이 말하고 싶은 것들-김경훈> 22.06.05 완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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